이상한 날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날이다. 바로 오
늘이다. 1자가 4개 연속인 날, 11월 11일. 이날을 사람들은 빼빼로데이라고
불렀다. 그리운 사람 만나고 싶은 마음이야 이 세상 누구에게나 있으리라.
그래서 그 마음을 이용했는지 기념일이 참 많다. 우리 토속적인 거 백일,
돌, 생일, 회갑, 고희 등, 은혼식, 금혼식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기념일은 거
의가 효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념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기념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발렌타인에 이어서 화이트데이가 생기더니, 발렌타인이나 화이트데이에 선
물 받지 못한 사람끼리 모여 자장면을 먹는다는 블랙데이가 생겼다. 그런데
요즘은 새로운 게 생겼다. 날짜가 모두 빼빼로처럼 1자로 되어 있어서 빼빼
로데이라 불린다.
처음에는 그냥 친구끼리 하는 간단한 행사로 시작되었는데 요즘은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과자 회사에서 단순히 장사를 목적으로 하는 일
인데 거기에 장단을 맞춰 주고 있는 우리들은 참 단순한 사람들이라는 생각
이 든다. 덩달아 나도 장단을 맞추는 단순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며 동네 슈퍼에 들렸
다. 아들이 빼빼로 말을 하기에 모처럼 기분을 내본다고 큰 소리를 치고 슈
퍼로 들어갔다. 아들과 함께 빼빼로를 찾는데 작은 상자 1개밖에 없다. 다
떨어졌느냐고 물었더니 물건이 얼마 남지 않아 따로 보관해 놨단다. 물건이
얼마 없다는 말에 더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주인은 덩달아 큰 상
자 1개를 사면 작은 상자 1개를 덤으로 주겠다고 한다. 1개 더 준다는 말에
큰 상자 1개를 사고 있는 나는 역시 한심한 사람이다. 또 상술에 넘어가는
단순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아니다 바보가 되고 있었다.
빼빼로가 가득 담긴 비닐 봉지를 아들의 손에 들리고 휘청휘청 걸어오는
나는 어깨에 힘을 주고 있다. 아내를 만나고 생전 처음으로 무슨 기념일에
물건을 사 들고 오기 때문이다. 어이없어 하는 아내, 싱겁게 웃어 버리는
나, 좋아하는 아들, 순간 우리 가족들의 표정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빼빼로
몇 개를 꺼내 먹고 있는 아내에게 맛있느냐고 물어 보니, 정말 맛이 없다고
한다. 언제였던가 빼빼로 한 개를 참 맛있게 먹던 모습이 생각나는데 오늘
은 참 맛없다고 한다. 역시 과유불급(過猶不及)인가 보다.
상인들은 참 머리가 좋다. 사람의 심리를 너무나 잘 이용하고 있다. 우리
는 빼빼로데이가 장사 속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동참을 하고 있다. 좋
은 사람, 그리운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좋지만, 꼭 장사 속에 이용당하
면서까지 선물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20년전... 그때는 편지 한
장 받는 게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오늘밤에는 그리운
이에게 편지라도 한 장 써야겠다. 내 마음이 담겨 있는 소중한 편지를...
2001.11.11
늘이다. 1자가 4개 연속인 날, 11월 11일. 이날을 사람들은 빼빼로데이라고
불렀다. 그리운 사람 만나고 싶은 마음이야 이 세상 누구에게나 있으리라.
그래서 그 마음을 이용했는지 기념일이 참 많다. 우리 토속적인 거 백일,
돌, 생일, 회갑, 고희 등, 은혼식, 금혼식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기념일은 거
의가 효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념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기념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발렌타인에 이어서 화이트데이가 생기더니, 발렌타인이나 화이트데이에 선
물 받지 못한 사람끼리 모여 자장면을 먹는다는 블랙데이가 생겼다. 그런데
요즘은 새로운 게 생겼다. 날짜가 모두 빼빼로처럼 1자로 되어 있어서 빼빼
로데이라 불린다.
처음에는 그냥 친구끼리 하는 간단한 행사로 시작되었는데 요즘은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과자 회사에서 단순히 장사를 목적으로 하는 일
인데 거기에 장단을 맞춰 주고 있는 우리들은 참 단순한 사람들이라는 생각
이 든다. 덩달아 나도 장단을 맞추는 단순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며 동네 슈퍼에 들렸
다. 아들이 빼빼로 말을 하기에 모처럼 기분을 내본다고 큰 소리를 치고 슈
퍼로 들어갔다. 아들과 함께 빼빼로를 찾는데 작은 상자 1개밖에 없다. 다
떨어졌느냐고 물었더니 물건이 얼마 남지 않아 따로 보관해 놨단다. 물건이
얼마 없다는 말에 더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주인은 덩달아 큰 상
자 1개를 사면 작은 상자 1개를 덤으로 주겠다고 한다. 1개 더 준다는 말에
큰 상자 1개를 사고 있는 나는 역시 한심한 사람이다. 또 상술에 넘어가는
단순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아니다 바보가 되고 있었다.
빼빼로가 가득 담긴 비닐 봉지를 아들의 손에 들리고 휘청휘청 걸어오는
나는 어깨에 힘을 주고 있다. 아내를 만나고 생전 처음으로 무슨 기념일에
물건을 사 들고 오기 때문이다. 어이없어 하는 아내, 싱겁게 웃어 버리는
나, 좋아하는 아들, 순간 우리 가족들의 표정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빼빼로
몇 개를 꺼내 먹고 있는 아내에게 맛있느냐고 물어 보니, 정말 맛이 없다고
한다. 언제였던가 빼빼로 한 개를 참 맛있게 먹던 모습이 생각나는데 오늘
은 참 맛없다고 한다. 역시 과유불급(過猶不及)인가 보다.
상인들은 참 머리가 좋다. 사람의 심리를 너무나 잘 이용하고 있다. 우리
는 빼빼로데이가 장사 속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동참을 하고 있다. 좋
은 사람, 그리운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좋지만, 꼭 장사 속에 이용당하
면서까지 선물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20년전... 그때는 편지 한
장 받는 게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오늘밤에는 그리운
이에게 편지라도 한 장 써야겠다. 내 마음이 담겨 있는 소중한 편지를...
200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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