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내 고향 청산도~

[고향] 고향 예배당에서

자오나눔 2007. 1. 16. 12:53
사람에게는 누구나 고향이 있습니다. 고향은 참 편안함을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힘들게 살아가는 일상속에서도 고향을 생각할 때면 자기도 모르게 힘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것은 아마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명절 때면 사람들은 고향을 생각합니다. 찾아갈 고향이 있는 사람들은 기쁨이 있지만 찾아갈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은 가슴속에 묻어둔 고향을 찾으며 안타가워 하는가 봅니다.

  저는 아무리 바빠도 1년에 한번 설 때는 고향을 찾습니다. 평소에 차로 8시간 뱃길로 40여분을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지만 명절 때면 갑절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도 고향을 찾아 갑니다. 양친 부모님의 산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향에 도착하면 언제나 마을에 있는 작은 예배당에 들립니다. 교인이래야 열명 남짓이지만 순수한 믿음으로 마을에서 복음의 씨를 뿌리는 분들이 있는 곳입니다. 서투른 찬송가 소리와 일사천리로 나오는 기도는 아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기도가 있는 곳입니다.    
  이번 설 때도 주일 예배를 고향에서 드렸습니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어르신들 곁에서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설을 앞두고 우상 숭배를 하지 않으려고 기도하는 분들. 가난하고, 병들고, 불편한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마을에서 예수 믿는다고 업신여김을 당하면서도 신앙을 잃지 않는 분들입니다.
  예배시간에 대표기도를 하시는 할머니 집사님의 기도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 "하나님, 저희들은 세상에서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돌아갈 고향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참 기쁨이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객지에서 고향을 찾아오듯이 저희들도 찾아갈 본향이 있습니다다. 그러나 저들은 본향이 없습니다. 그들에게도 은혜를 주시어 본향을 알게 하옵소서...

  농사일을 하던 어르신들은 스님이 시주를 하러 오시면 아무리 힘들어도 시주를 해 주시던 분들이셨습니다. 자연스럽게 조상신을 섬기게 되면서 유교가 마을의 정신적이 지주역할을 해 오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은 모두 객지로 나가고 환갑이 넘으신 분들만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데, 200명 정도의 어르신들 중 10명 정도 예수를 믿고 교회에 나가고 있으니 그들의 신앙 생활이 쉽지 않을거라는 것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보일러도 가동되지 않고 있는 예배당에서 덜덜 떨면서도 기쁨으로 예배를 드리면서 믿지 않는 마을의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그분들을 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던 날이었습니다.
  본향...
  나 혼자만 갈 곳이 아니라 우리 모두 가야 할 곳입니다.

  2002.2.16

'사람이 꽃보다 > 내 고향 청산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향] 고향과 빠삐용...2  (0) 2007.01.16
[고향] 고향과 빠삐용...1  (0) 2007.01.16
[고향] 고향가는 길  (0) 2007.01.16
[고향] 꾀꼬리 소리  (0) 2007.01.16
[고향] 가슴에 묻어 버린  (0) 2007.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