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내 고향 청산도~

[고향] 고향과 빠삐용...2

자오나눔 2007. 1. 16. 12:55
바다에 꽃이 피었다. 파도가 높아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을 우리들은 바다에 꽃이 피었다고 표현을 한다. 저멀리 수평선에 끝자락에 보이는 작은 섬 기슭을 타고 아침 해가 솟아 오르고 있다. 바다 가운데서 만나는 일출은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하늘 높이 날았다가 곤두박질 치는 갈매기의 멋진 자세가 아침을 기운차게 시작하도록 한다. 눈에 익은 섬들이 파도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 모습만 보아도 얼마만큼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소모도를 지나 대모도 앞에까지 왔으니 거의 다 왔다. 커다란 섬이 두팔을 벌려 여객선을 포옹하고 있었다. 잘 가꾸어진 부두에 배가 도착했다. 순서에 의해 차들이 내리고 있다.

  배에서 차를 내리고 육지에 발을 딛는다. 1년만에 밟아 보는 고향의 땅이다. 쌀쌀한 날씨는 귀성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몇년전만 해도 차가 부족해서 차 타기가 어려웠었다. 그런데 요즘은 자가용을 많이 이용하니 시골 버스나 택시에 손님이 별로 없다. 가게에 들려 몇가지 물건을 산다. 될수 있으면 고향에서 물건을 사려고 노력하는 나는 고향에서 구하기 힘든 것만 육지에서 산다. 어지간 한 것은 고향에서 산다. 조금 비싸더라도... 그래야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누가 돈을 벌던지 고향에 돈이 있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차를 달려 내가 태어난 곳, 내 부모님이 잠들어 있는 마을로 들어 선다. 한폭의 풍경화가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역시 아름다운 곳이다. 잘만 가꾸면 멋진 관광자원이 될터인데... 아마 누군가가 이미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편제 영화를 촬영한 곳이라는 이정표가 눈에 뜨인다. 이정표를 지나 마을의 입구로 들어 선다. 구불 구불 좁디 좁은 골목길로 차를 운전해 가는 아내. 12년의 베테랑이지만 조심스러운가 보다. 작은 댁 대문앞에 차를 세우고 짐을 내린다. 아들 녀석이 가방 한개 들고 집으로 뛰어 들어 간다.
   짐을 모두 내리고 작은 아버님과 작은 어머님께 큰절을 올린다. 아들 녀석은 아빠 엄마가 큰절을 하니까 덩달아 하면서도 이상한가 보다. 목발을 짚고 다니는 아빠가 큰절하는 모습을 별로 보지 않았으므로... 방에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문득 핸드폰을 보니 이런... 통화가 안되는 지역이다. 초고속도 들어 오지 않아 PC방도 없다. 안방에 있는 전화를 사용하기도 조심스럽다. 이거 섬에 갇힌 빠삐용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 시작한다. 빠삐용 탈출기가 시작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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