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자가 아름답다' 이 말은 내가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매일 순간 순간을 도전하며 살아간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살면서 우리의 삶이 미지의 세계를 헤쳐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며칠 전에 진주에 들린 적이 있었다. 늘 찬양 교회 이백진 목사님의 초청을 받아 집회를 위해 내려갔다. 저녁시간에 집회가 있기에 시간이 나았다. 그대 목사님은 노고단에 올라가 보겠느냐고 쉽게 말을 하신다. 지리산 노고단이라면 텔레비전 광고에서 나오는 대목만 보았던 터라 올라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차를 타고 이동을 한다. 네티즌들의 전설이 되어 있는 뱀사골을 지나 계속 올라간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휴게소가 나온다. 거기서부터는 등산로라 걸어서 올라가야 한단다.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2.7km라며 쉽게 말하신다. 길에는 눈이 녹지 않고 수북하게 쌓여 있다. 아내는 여기서 구경만 하고 내려가자고 한다. 목발을 짚고 걸어보니 미끄러진다. 10살 정도 되는 아이가 위에서 내려오고 있다. 노고단까지 걸어 가보고 싶은 강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장차 장애인 공동체를 운영할 때, 아니면 장애인 체험 코스로 노고단 정복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먼저 체험을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반대하는 아내에게 함께 올라가자고 하면서 먼저 출발을 한다. 목발이 눈 속에 푹푹 빠진다. 그때마다 휘청이는 나, 그것을 보고있던 아내가 와서 부축을 해준다. 결국 남편과 함께 올라가기로 결정을 했는가 보다. 처음에는 춥다는 느낌이었는데 어느새 등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올라가면 갈수록 숨은 턱까지 차 오른다. 해발 1,507m나 되는 산이란다. 남한에서는 제주도 한라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이 지리산이다. 목발을 짚고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올라간다. 아직도 녹지 않고 있는 눈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온 몸의 신경을 발 아래다 두었다. 미끄러지지 않게 하려고 다리와 목발에 힘을 주고 부축한 오른손은 더욱 힘을 주고 있다. 맨땅 같으면 부축을 받지 않고도 쉬엄쉬엄 올라가면 되는데 눈길이라 두렵기조차 하다. 언젠가는 장애우들을 인솔하여 정복해야 할 지리산이기에 내가 먼저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전을 했는데 점점 기운이 빠지자 나도 모르게 주저앉게 된다.
몇 번이나 오던 길을 뒤돌아보며 돌아가고픈 유혹을 받았다. 그러나 그 유혹을 이겨야 했다. 왜냐면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인데 여기서 포기하면 실패했다는 생각이 나를 평생 누르게 될 거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힘을 달라고 기도하면서 조금씩 올라갔다. 중간쯤 올라갔는데 눈길이 너무 미끄러워 너무나 힘들다. 교대로 부축해 주던 목사님과 아내도 힘들어 한다. 잠시 쉬었다 가자며 도로에 주저앉았다. 그때 저 아래서 경운기 소리가 들렸다. 지리산 정상 가까운 곳에 경운기가 올리가 없는데, 진짜 경운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 경운기를 운전하시던 분이 나에게 인사를 꾸벅 하시더니 경운기에 타겠느냐고 묻는다.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약주를 얼큰하게 드시고도 경운기 운전을 자연스럽게 하시는 고로쇠 아저씨. 그분은 지리산에서 고로쇠 물을 채취하는 분이셨다. 당신도 사고로 다리가 세조각이 나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나에게 고생 많이 했겠다고 말을 건넨다. 우여곡절 끝에 1,507m나 되는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노고단 정상에서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 본다.
노고단 정상에 올라 사진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내려온다. 고로쇠 아저씨는 목사님께 고로쇠 물 채취하는 것을 도와 달라고 하신다. 목사님은 고로쇠 아저씨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고, 아내와 나는 부축을 하며 산을 내려온다. 참 오랜만에 함께 걸어본다는 생각을 했다. 단둘이 걸어 내려오는 지리산 노고단 길.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본 것도 오랜만이다.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눈길이 미끄러워 도저히 내려 갈 수가 없다. 경운기를 이용해야만 내려갈 수 있다. 경운기가 내려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시 땅에 주저앉는다. 땀으로 젖어있는 옷의 단추를 풀러주니 시원한 냉기가 땀을 식혀준다. 고로쇠 물을 채취하고 있는 두분은 내려올 생각이 없는지 경운기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목사님께 전화를 하니 그때서야 내려오신다. 내려오는 길에 하산하는 등산객들을 태우셨다. 자리를 만들어 경운기에 탔다. 올라 갈 때는 참 멀다고 생각했는데 내려 올 때는 잠깐 사이에 내려온다. 문득 우리의 인생 길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휴게소까지 내려와 고로쇠 물도 샀다. 직접 채취했으니 원액이 아니던가. 장모님께 드려야지...
화엄사 근처에 있는 고로쇠 아저씨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이번에는 전라도 쪽으로 차를 달린다. 화엄사 근처에 차려진 식당으로 들어갔다. 다양한 메뉴, 깔끔한 음식, 친절한 사람들만 사는 곳 같다. 산채 정식을 시켰더니 18가지의 반찬이 나온다. 도시보다 훨씬 싸다. 인심 좋은 고로쇠 아저씨는 손님들에게 방금 채취해 온 고로쇠 물을 한잔씩 돌리신다. 시간이 촉박하다. 진주에서 구례로 왔으니 지리산을 한바퀴 돌아가는 셈이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부지런히 차를 달린다. 저녁 집회 시간이 촉박하다. 연신 울리는 목사님의 핸드폰 소리. 사모님이 걱정되어 연락을 하는가 보다. 그래도 여유로운 목사님을 보며 느림의 법칙을 배운다. 섬진강 주변에 하얗게 피어 있는 매화의 풍요로움이 올 매실 농사는 풍년이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갑자기 친구 매화의 넉넉함이 떠오른다. 쉽지 않은 체험을 했다. 저녁에 보니 목발을 짚었던 겨드랑이에 피부껍질이 벗겨져 있었다. 쓰라림도 경험한다. 처음 올라가 본 지리산 노고단은 나에게 또 다른 도전을 하는데 큰 자신감을 주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도전을 해야 한다.
2002.3.8
며칠 전에 진주에 들린 적이 있었다. 늘 찬양 교회 이백진 목사님의 초청을 받아 집회를 위해 내려갔다. 저녁시간에 집회가 있기에 시간이 나았다. 그대 목사님은 노고단에 올라가 보겠느냐고 쉽게 말을 하신다. 지리산 노고단이라면 텔레비전 광고에서 나오는 대목만 보았던 터라 올라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차를 타고 이동을 한다. 네티즌들의 전설이 되어 있는 뱀사골을 지나 계속 올라간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휴게소가 나온다. 거기서부터는 등산로라 걸어서 올라가야 한단다.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2.7km라며 쉽게 말하신다. 길에는 눈이 녹지 않고 수북하게 쌓여 있다. 아내는 여기서 구경만 하고 내려가자고 한다. 목발을 짚고 걸어보니 미끄러진다. 10살 정도 되는 아이가 위에서 내려오고 있다. 노고단까지 걸어 가보고 싶은 강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장차 장애인 공동체를 운영할 때, 아니면 장애인 체험 코스로 노고단 정복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먼저 체험을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반대하는 아내에게 함께 올라가자고 하면서 먼저 출발을 한다. 목발이 눈 속에 푹푹 빠진다. 그때마다 휘청이는 나, 그것을 보고있던 아내가 와서 부축을 해준다. 결국 남편과 함께 올라가기로 결정을 했는가 보다. 처음에는 춥다는 느낌이었는데 어느새 등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올라가면 갈수록 숨은 턱까지 차 오른다. 해발 1,507m나 되는 산이란다. 남한에서는 제주도 한라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이 지리산이다. 목발을 짚고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올라간다. 아직도 녹지 않고 있는 눈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온 몸의 신경을 발 아래다 두었다. 미끄러지지 않게 하려고 다리와 목발에 힘을 주고 부축한 오른손은 더욱 힘을 주고 있다. 맨땅 같으면 부축을 받지 않고도 쉬엄쉬엄 올라가면 되는데 눈길이라 두렵기조차 하다. 언젠가는 장애우들을 인솔하여 정복해야 할 지리산이기에 내가 먼저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전을 했는데 점점 기운이 빠지자 나도 모르게 주저앉게 된다.
몇 번이나 오던 길을 뒤돌아보며 돌아가고픈 유혹을 받았다. 그러나 그 유혹을 이겨야 했다. 왜냐면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인데 여기서 포기하면 실패했다는 생각이 나를 평생 누르게 될 거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힘을 달라고 기도하면서 조금씩 올라갔다. 중간쯤 올라갔는데 눈길이 너무 미끄러워 너무나 힘들다. 교대로 부축해 주던 목사님과 아내도 힘들어 한다. 잠시 쉬었다 가자며 도로에 주저앉았다. 그때 저 아래서 경운기 소리가 들렸다. 지리산 정상 가까운 곳에 경운기가 올리가 없는데, 진짜 경운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 경운기를 운전하시던 분이 나에게 인사를 꾸벅 하시더니 경운기에 타겠느냐고 묻는다.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약주를 얼큰하게 드시고도 경운기 운전을 자연스럽게 하시는 고로쇠 아저씨. 그분은 지리산에서 고로쇠 물을 채취하는 분이셨다. 당신도 사고로 다리가 세조각이 나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나에게 고생 많이 했겠다고 말을 건넨다. 우여곡절 끝에 1,507m나 되는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노고단 정상에서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 본다.
노고단 정상에 올라 사진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내려온다. 고로쇠 아저씨는 목사님께 고로쇠 물 채취하는 것을 도와 달라고 하신다. 목사님은 고로쇠 아저씨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고, 아내와 나는 부축을 하며 산을 내려온다. 참 오랜만에 함께 걸어본다는 생각을 했다. 단둘이 걸어 내려오는 지리산 노고단 길.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본 것도 오랜만이다.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눈길이 미끄러워 도저히 내려 갈 수가 없다. 경운기를 이용해야만 내려갈 수 있다. 경운기가 내려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시 땅에 주저앉는다. 땀으로 젖어있는 옷의 단추를 풀러주니 시원한 냉기가 땀을 식혀준다. 고로쇠 물을 채취하고 있는 두분은 내려올 생각이 없는지 경운기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목사님께 전화를 하니 그때서야 내려오신다. 내려오는 길에 하산하는 등산객들을 태우셨다. 자리를 만들어 경운기에 탔다. 올라 갈 때는 참 멀다고 생각했는데 내려 올 때는 잠깐 사이에 내려온다. 문득 우리의 인생 길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휴게소까지 내려와 고로쇠 물도 샀다. 직접 채취했으니 원액이 아니던가. 장모님께 드려야지...
화엄사 근처에 있는 고로쇠 아저씨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이번에는 전라도 쪽으로 차를 달린다. 화엄사 근처에 차려진 식당으로 들어갔다. 다양한 메뉴, 깔끔한 음식, 친절한 사람들만 사는 곳 같다. 산채 정식을 시켰더니 18가지의 반찬이 나온다. 도시보다 훨씬 싸다. 인심 좋은 고로쇠 아저씨는 손님들에게 방금 채취해 온 고로쇠 물을 한잔씩 돌리신다. 시간이 촉박하다. 진주에서 구례로 왔으니 지리산을 한바퀴 돌아가는 셈이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부지런히 차를 달린다. 저녁 집회 시간이 촉박하다. 연신 울리는 목사님의 핸드폰 소리. 사모님이 걱정되어 연락을 하는가 보다. 그래도 여유로운 목사님을 보며 느림의 법칙을 배운다. 섬진강 주변에 하얗게 피어 있는 매화의 풍요로움이 올 매실 농사는 풍년이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갑자기 친구 매화의 넉넉함이 떠오른다. 쉽지 않은 체험을 했다. 저녁에 보니 목발을 짚었던 겨드랑이에 피부껍질이 벗겨져 있었다. 쓰라림도 경험한다. 처음 올라가 본 지리산 노고단은 나에게 또 다른 도전을 하는데 큰 자신감을 주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도전을 해야 한다.
20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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