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억울하면 출세하라?

자오나눔 2007. 1. 16. 13:06
   내가 TV를 보는 내용은 정해져 있다. 제일 먼저 뉴스는 빠지지 않고 보려고 노력을 한다. 그 내용이 그 내용이지만 뉴스를 보면서 세상을 알아 가는 것 같다. 평상시 같으면 밤 11시에 뉴스를 하는데 주일이라 영화나 드라마를 하고 있었다. 채널을 돌리다가 한 곳에 시선을 멈추고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자가용으로 25분 정도 떨어진 곳의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들이 한 동네에서 더불어 살아가는데 거기서 생긴 여러 가지 내용이었다. 그런데 거의가 부자들은 공격을 하고 있었고 가난한 자들은 방어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공격의 주 내용은 가난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기에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아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고,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보내기 싫어 아이들을 근처 다른 주소로 위장 전입을 하여 학교를 다른 곳에, 즉 가난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입학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물질 만능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대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가난한 자들을 그 동네에서 몰아내려고 하는 자들은 살림을 하고 있는 주부들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있는 자들의 축복인가? 마음껏 누리며 살면서 더 차지하려는... 쌀 99가마를 갖고 있는 부자가 100가마를 채우기 위해 1석을 가지고 있는 가난한 자의 1석을 탐낸다는 말이 생각나는 건...

   내가 눈여겨보았던 것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초등학생들의 부모 중 어머니까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가 돌아 올 때까지 저녁을 먹지 않고 기다린다는 아이, 밥을 해 놓고 갔어도 혼자 먹는 것보다는 어머니와 함께 먹고 싶어서 기다린다는 아이, 부모가 돌아 올 때까지 혼자 놀고 있는 아니, 밖으로 배회하는 아이 등... 그들은 누가 관심을 가져 줘야 하는가.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관심을 가져 주지만, 학교 일과를 마치면 끊임없는 범죄의 늪은 그들을 삼키려고 혀를 내미는데...
   그들을 보면서 갑자기 '패치아담스'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기존의 치료 방법을 과감히 허물고 의사가 환자들에게, 까마귀 인형이 달린 모자, 빨갛고 동그란 코, 꽃무늬 와이셔츠에 물방울무늬가 생겨진 알록달록한 가운을 입은 광대가 되어 웃음을 선사 해 주면서, 가망 없던 환자들이 그의 광대 노릇에 웃음을 터뜨리고, 따뜻한 마음과 진실한 보살핌에 회복세로 돌아서는 기적을 만들어 냈던 의사. 그는 환자는 불안감, 외로움, 지루함에 시달리고 이들은 약이나 수술보다 같이 놀아 줄 친구가 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진료실에는 고통에 찬 환자가 살려 달라는 비명 소리 대신 낄낄대며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이 언제나 있다. 가난한 사람 1만 5천 여명에 대해 무료 진료를 했던 패치아담스 박사.

   비록 패치아담스는 아니더라도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그립다. 외롭고, 불안하고, 지루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멸시 천대의 눈길보다 따뜻한 웃음을 보여 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돈은 돌고 돌아가기에 돈이라고 했던가? 어쩌면 그들에게는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애가 상실되어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에 밀알 학교가 세워질 때 혐오 시설이라며 대거 민원을 제기에 법정 소송까지 가고 거기서 판결이 났지만 반대가 너무나 심해 고생을 했다는 밀알 재단의 사연을 본 적이 있다. 장애인 공동체를 만들어 그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꿈을 가지고 있는 나는 어제 밤에 TV에서 방송했던 그 영상을 보고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가식과 권위적인 행위를 버리고 순수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의 마음을 보듬는 따뜻한 세상. 그런 세상이 언젠간 오리라는 희망이 있기에 오늘도 음지에서 땀을 흘리며 열심히 살고 있는 그들의 얼굴에 웃음이 보이는 것 아니겠는가. 어둠 속에서도 어디엔 가는 빛이 있다. 빛이 희망이다. 그 빛을 바라보도록 하자.

2002.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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