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시] 시골 우체국에 가면

자오나눔 2007. 1. 16. 14:08
시골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다
우체국 직원은 세 명
아니, 엄마 따라 나온 아이까지 네 명이다.
그들에게서
10년 만에 찾아온 가족을 반기듯
맨발로 뛰어 나오는 그리움을 만난다.

시골 우체국에 가면
바쁜 사람은 바쁜 대로
여유 있는 사람은 여유 있는 대로
편안한 마음을 만난다.

눈 어두운 할아버지가 가져온 소포엔
우체국 여직원의 고운 글씨가 쓰인다.
보내는 사람 김막동
주소 강원도...
우편번호...
시골에서 깊은 산골로 보내는 사랑이다.

시골 우체국이 좋은 이유는 뭘까
화단에 무질서하게 자라고 있는 야생화 때문일까
아니면
그곳에서는 무언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일까.
그곳에서 잊혀진 첫사랑을 기억할 수 있을까.
그때 그 순수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느 시인의 시처럼 나도 웃고 싶어서일까

시골 우체국에서 마시는 자판기 커피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다.
백 원짜리 동전이 있으면
아니 백 원이 없어도 커피는 마실 수 있다.
누구든지 마시라고
작은 그릇에는 백 원짜리 동전이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골 우체국에는 넉넉함이 있다.
그곳에는 편안함이 있다.
다음에 찾아가면
그리운 사람에게 즉석에서 엽서 한 장 쓰리라.

2003.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