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신앙 이야기

[단상] 은혜롭게 담아라~

자오나눔 2007. 1. 16. 14:20
      오늘은 학생들이 봉사를 왔습니다. 점심때 쯤 도착하여 비가 오는 것과는 상관없이 열심히 노력봉사를 하고 갔습니다. 우리 자오회원이며, 목양교회 한기평 전도사님이 인솔해 오셨는데 참으로 열심히 봉사해 주고 갔습니다. 쉼터에 오면서 자기들이 먹을 라면 한박스를 사들고 왔네요. 라면을 끓여서 점심으로 먹고 봉사 현장에 그대로 들어섭니다. 주말농장에 잡초 베어 놓은 것을 다 제거하고, 퇴비를 골고루 뿌려 줍니다. 새참으로 쪄 내어간 감자를 먹을 생각도 못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여학생들은 열심히 일하는 남학생들 입에 감자를 넣어 줍니다. 협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후로는 국화를 심을 자리를 만듭니다. 쉼터에 국화가 만발하게 하기 위하여 봄부터 작은 국화 모종을 사다가 땅에 옮겨 놓고 잘 키웠는데 오늘 그것을 새로 심는 작업을 했더랍니다. 개미군단이라는 말처럼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덤벼서 일을 하니까 금방 금방 표가 납니다. 올 가을 국화 향은 더 진할 것 같습니다. 사무실에서 열심히 타이핑 봉사를 하고 있는 향이와 지나도 열심입니다.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었네요. 열심히 일하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밥이라도 해서 먹여 보내겠다며 부엌으로 들어간 아내는 금방 무언가 만들고 있습니다. 맛있는 냄새가 쉼터를 진동시킵니다. 식사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표정도 가지 가지입니다. 열심히 일했으니 배가 고플만도 합니다. 한기평 전도사님이 아이들에게 뭐라도 사 먹일걸 그랬다고 하기에, 그렇게 하지 말고 이런 곳에 왔으면 이쪽에서 해 주는대로 먹여보는 것도 교육에 좋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자고 하십니다. 덕분에 학생들 배가 더 고팠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배고픈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은 느꼈으리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아 봅니다.

      식사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왁자지껄하던 녀석들이 금방 식당으로 몰려갑니다. 사무실에서 나가보니 녀석들이 앉아 있던 자리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선인이와 승상이만 나에게 혼납니다. 녀석들은 7년전에 내가 맡았던 교회학교 학생들입니다. 휠체어를 밀어 보게도 하고 녀석들과 버스를 타고 영종도 탐방까지 했던 사이라 잘 따릅니다. 길을 가다가도 나를 보면 뛰어와 부축을 해주는 멋진 녀석들입니다. 선인이와 승상이가 뒷정리를 하고 오는 사이에 식사 기도가 시작되고 맛있는 식사를 합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닭도리탕입니다. 표준말로는 닭찜이라고 하던데 그냥 닭도리탕이라고 부르렵니다. 푸짐하게 차려진 저녁 식탁이 보기 좋습니다. 맛있게 먹는 녀석들을 보며 어른들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선인이와 승상이가 뒷정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여학생 하나가 밥을 담아 줍니다. 차례 차례 배식을 해 줍니다. 그때 밥푸는 여학생에게 승상이가 한마디 합니다. "은헤롭게 담아라~" 무슨 말인가 했더니 꾹꾹 눌러서 가득 담으라는 말이었습니다. 한바탕 웃었지만 무언가 남는 말이었습니다. 은혜롭게 담는다는 것, 내 마음속에 담아야 할 것들도 은혜롭게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은혜롭게 담아라~"

      2003. 8. 18

'나와 너, 그리고 > 신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교] 믿음대로 된다  (0) 2007.01.17
[칼럼] 넘버 쓰리  (0) 2007.01.16
[칼럼] 딩동뎅  (0) 2007.01.16
[칼럼] 모든게 때가 있다.  (0) 2007.01.16
[칼럼] 어떤 대화  (0) 2007.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