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화성휴게소 가면 왕라면을 먹을 수 있다.

자오나눔 2007. 1. 17. 10:45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밥 다음으로 많이 먹는 식사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거의가 다 라면이라고 말을 할 것이다. 보릿고개 넘기고, 새마을 운동을 통하여 경제가 살아나고, 모든 국민이 바쁘게 살아갈 때 쉽게 식사대용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이 라면이다. 누구에게나 라면에 대하여 한두 가지의 추억이 있겠지만, 남자들에게는 군대에서 주일 점심때 먹었던 퉁퉁 불어터진 라면과, 고참이 되어서 일석점호를 마친 후 벽난로에 끓인 반합 라면은 평생을 살면서도 잊지 못할 별미로 기억 될 것이다. 나도 졸병 때 고참들이 취침 시간에 끓여서 먹는 라면이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첫 휴가 가면 무엇부터 먹을 거냐고 묻기에 서슴없이 라면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벌써 제대한지 19년이나 지났으니 요즘 군에서도 라면을 그렇게 끓여 먹는지는 모르겠다. 가끔씩 강원도 양구를 지나갈 때면 모진 훈련과 라면이 생각난다.

그 다음에 맛있는 라면은 여행 중에 잠시 들린 휴게소에서 사 먹는 라면이다. 양은 냄비에 물을 팔팔 끓여서 라면을 넣고 계란까지 넣어서 금방 끓여주는 라면, 간단하게 허기를 채울 수 있어서도 많이 사먹지만, 나는 군 생활 때 먹었던 라면을 생각하며 자주 사 먹는다. 방금 끓여 낸 양은 냄비에는 라면 스프가 그대로 묻어 있다. 고춧가루도 그대로 묻어 있다. 거기에 물만 붓고 끓여주는 휴게소의 라면은 별미 중의 별미다. 라면에 충무 김밥 한개 넣어 먹으면 속이 든든하다. 내가 라면을 좋아해서 그런지 우리 가족도 덩달아 라면을 좋아한다. 그래서 휴게소에 들리면 당연하다는 듯이 라면을 주문한다.

사역 때문에 많이 돌아다니는 우리부부는 어느 휴게소가 라면을 맛있게 끓여 주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지방에라도 다녀오노라면 집에 가는 길 마지막 휴게소는 화성휴게소다. 그러니까 내가 사는 곳도 화성이라는 말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더 많이 알려져서 무서운 곳이라고 말하는 지인들에게는 그래도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아무튼, 화성 휴게소도 라면을 맛있게 끓여주는 곳 중의 한 곳이다. 그래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꼭 들린다. 함께 고생하고 돌아가는 아내가 집에 가서 저녁상을 따로 차리지 않게 하려는 작은 마음이기도 하지만, 별미를 즐기기 위하여 들리기도 한다. 화성휴게소에 라면 맛이 어느 날부터 더 좋아졌다. 라면을 끓여주는 부스를 보니 라면박스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눈에 익은 단어다. ‘왕라면’ 우리 자오의 후원업체이기에 더 마음이 가지는 것은 아니리라. 맛있으니까 더 찾는 게 우리들의 입맛이 아니던가.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화성휴게소 라면은 유달리 더 맛있다. 화성휴게소에 가면 왕라면을 먹을 수 있다.

2004. 2. 12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