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내 병을 고쳐 주세요.

자오나눔 2007. 1. 17. 10:46
우리 자오쉼터 가족 중 혜진이라는 아가씨가 있다. 이제 22살이니 한창 때이다. 정신지체에 간질까지 않고 있어서 남다른 고생을 하고 있다. 아내가 하루에 3번 이상은 옷을 갈아 입히고 이불 빨래를 해야 한다. 간질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오줌을 흠뻑 싸버리기 때문이다. 새벽예배를 드리기 위해선 아내는 조금 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난다. 혜진이 깨워 샤워를 시켜 옷을 갈아 입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 하루에 세 번 이상 샤워를 하는 사람은 혜진이 밖에 없다며 제일 깨끗하다고 말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 날 노트 장을 찢어서 거기에 편지를 써서 아내에게 가져다 주는 혜진이. 내용을 보니 "사모님, 내 병을 고쳐 주세요. 저 바보 아니에요. 내가 오줌 싼다고 사람들이 저에게 바보라고 놀렸어요. 제 병을 고쳐 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우리 부부는 큰 충격을 받았다. 혜진이에게 간질 약을 먹게 하는 정도로 지내왔는데 혜진이는 더 큰 꿈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간질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병원에 문의를 해 보는데 수술을 하면 낳을 수도 있단다. 그런데 수술비 감당을 못하겠다. 수술은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알아보던 중 엄지공주님이 "약으로도 발작을 멈추게 할 수 있는데, 약이 약하게 처방된 것은 아닌지 다시 종합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해 주신다. 엄지공주님의 도움을 받아 간질병을 잘 본다는 병원에 예약을 해 놨다. 박사님이 미국에서 돌아오면 바로 입원을 하여 정밀 검사를 해 보기로 하고...

오늘 낮에 혜진이가 머리에 예쁜 리본을 달고와서 자랑을 한다. 그제 파마까지 한 상태라 보기 좋다. 예쁘다고 해 줬더니 혜진이가 한마디한다. "원장님, 나도 병만 없으면 참 행복하고 기쁘겠어요. 그런데 병 때문에..."라고 한다. "그래 혜진이 병은 고쳐 질 꺼야. 병원도 예약해 놨으니 미국에서 박사님 귀국하시면 병원에 가자."라고 했더니 좋아한다. "오늘 새벽예배 때 원장님이 그랬지? 하나님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가장 큰복이고, 그렇게 살다보면 건강의 복은 보너스로 받게 된다고..." "네~ 그래서 성경도 쓰잖아요" 정신지체 장애인이지만 그녀에게도 꿈은 있다. 예쁜 옷을 입고 금방 벗지 않아도 될 그 날. 그녀의 간질병을 잡을 수만 있다면 그녀는 봄날에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자유로울 것이다. 혜진이 표정이 이상해진다. 멍하니 잠시 멈췄다 간질이 시작되려나 보다. "에고... 정신 차려 혜진아!"

2004. 2. 17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