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소원
영화 ‘말아톤’을 보면서 내게 가장 강하게 다가왔던 것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 제목도 ‘엄마의 소원’으로 정했다.
‘말아톤’은 실제 인물인 배형진군의 삶을 영화로 만들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은 42.195km의 풀 코스를 3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을 꿈이라고 한단다. 그것을 서브쓰리라고 한단다. 쉽지 않는 마라톤 풀 코스 완주를 엄마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만 19세의 자폐아가 스스로 해 냈다고 소개되었다. 그러나 우리들이 보아야 할 것은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한 어느 장애인의 모습이 아니라, 20년 동안 내 아들은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이며, 조금 느리고 불편한 내 아들이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던 어머니가, 20년 만에 내 아들은 우리(비장애인)와 같은 것이 아니라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으며 가슴으로 절망해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어느 부모나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하늘을 얻은 것처럼 기쁘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그 아이가 대통령도 되고, 노벨상 수상자도 되고, 쇼팽도 되고, 년봉이 몇 백 억이 되는 운동선수도 되고, 유명한 탤런트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며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부모는 결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초원이는 자폐아로 태어났다. 얼룩말과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겉보기엔 또래 아이들과 다른 것 하나 없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초원이다. 엄마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좌절한다. 그러나 엄마는 초원이가 달리기에만큼은 비장애인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달릴 때만큼은 남들과 다르지 않은 아들의 모습에 희망을 갖고 꾸준히 훈련시킨다.
엄마는 이미 자신을 위한 삶은 포기한지 오래다. 자폐증 아들에 대한 경멸적인 시선이 엄마를 힘들게 하고, 초원이에 신경 쓰느라 신경써주지 못한 사이 자꾸만 비뚤어지는 둘째 아들은 엄마를 더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들에 신경을 쓸 정신이 없다. 엄마의 목표는 오로지 자폐아 아들인 초원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치가 집착이라고 화를 낼만큼 엄마의 모습들은 우리들의 부모님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시간이 흘러 초원이는 어느덧 20살 청년이 되었다. 그러나 지능은 여전히 5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모르는 사람 앞이나 식사시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방귀를 뀌어대는 초원에게 엄마는 방귀를 뀔 때는 밖에 나가서 뀌도록 한다. 초원이가 무서워하는 ‘주사’라는 무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초원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주사다. 동생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쓰는 초원, 음악만 나오면 아무데서나 특유의 막춤을 선보이는 초원이는 아빠와 동생과 함께 간 야구장에서도 응원단 석에 올라가 막춤을 추고 있다. 아빠는 둘째 아들에게 함께 살 것인가를 묻는다. 엄마랑 이혼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아빠가 마시던 술을 마셔버리는 둘째 아들의 모습에서 청소년의 갈등을 발견한다. 엄마는 초원이를 통해 ‘서브 쓰리 달성’을 이루려고 한다. 자폐아인 아들이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엄마의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어느 날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1등을 한 전력도 있는 전직 유명 마라토너가 음주운전으로 사회봉사 200시간의 명령을 받고 초원의 학교로 오게 된다. 초원이 엄마는 학교에 부탁하여 허락을 받고 유명 마라토너에게 애원하다시피 해서 기어이 초원이의 마라톤 코치 역할을 떠맡긴다.
그러나 초원이가 집에서 하는 행동들을 보고 마라톤 코치가 불성실하게 초원이를 훈련시키고 있다며 코치와 심한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20년 동안 함께 살아온 엄마와 200시간을 함께 해온 마라톤 코치와의 갈등 속에서 “자식 사랑과 집착을 착각하지 말라”는 코치의 질책을 받고 갈등을 한다. 좋고 싫은 의사 표현도 할 줄 모르는 아이를 자신의 욕심 때문에 혹사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절망을 느끼는 엄마. 엄마는 결국 초원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마라톤도 시키지 않고 그들의 목표인 서브 쓰리도 포기를 하게된다. 초원이는 다른 자폐아들과 똑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공장에서 일하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일상이다.
얼룩말을 좋아하는 초원이는 얼룩말 무늬만 보면 만지게 되는데, 어느 날 지하철을 타려는 아가씨의 치마가 얼룩말 무늬인 것을 보고 만지게 된다. 한번 지적을 받았지만 또 만지려는 초원이는 아가씨의 애인으로부터 엄청 얻어 맞게된다. 초원이를 분식 집에 두고 약국에 약을 사러 갔던 엄마는 다시 분식 집에 와 보니 초원이는 보이지 않는다. 초원이를 찾아 뛰어 다니던 엄마는 초원이가 맞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다. 아가씨의 애인과 몸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초원이가 소리를 질러댄다.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순간 조용해지는 지하철 안, 초원이는 엄마에게 어릴 때 유원지에서 엄마가 자기 손을 놓아서 초원이를 잃어 버렸던 이야기를 해 준다. 엄마는 그 때 너무나 힘들어서 초원이를 버렸는데 초원이는 엄마가 손을 놓은 바람에 잃어 버렸다고 말한다. 엄마는 배를 움켜쥐고 쓰러진다. 초원이를 돌보기 위해 엄마는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춘천 마라톤 날짜는 다가오는데 엄마는 마라톤을 못하게 한다. 코치님은 엄마를 찾아와 초원이가 마라톤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꿈을 일자고 설득을 하지만 엄마에게는 이젠 초원이에게 마라톤을 하라고 할 여력이 없다. 초원이는 코치님의 배려로 마라톤에 출전하게 된다. 관광버스를 타고 마라톤 대회장에 간 초원이는 스타트 라인에 서 있다. 엄마는 코치에게 초원이를 찾아내게 하고 가족이 춘천으로 달려온다.
마라톤 풀 코스 스타트 라인에 당당하게 서 있는 초원이는 엄마의 손에 잡히게 되었고, 이런저런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그 순간 초원이의 반전이 시작된다. 초원이에게 마라톤을 시키며 초원이에게 엄마가 해 주었던 말,
“아들 다리는 어떤 다리?”
“백만불짜리 다리”
“몸은 어떤 몸?”
“끝내줘요~”
그 말을 초원이가 엄마에게 해 준다.
“아들 다리는 어떤 다리?”
“......”
“아들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그 순간 엄마의 손은 스르르 펴지고 초원이는 달리기 시작한다. 엄마의 손이 풀리는 그 순간, 초원이의 아름다운 자립이 시작되고 있었다. 영화 ‘말아톤’을 보았던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을 초원이가 실제 주인공 배형진군만의 아름다운 자립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장애인들의 아름다운 자립이 되기를 소원한다.
2005. 5. 26
-나눔-
영화 ‘말아톤’을 보면서 내게 가장 강하게 다가왔던 것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 제목도 ‘엄마의 소원’으로 정했다.
‘말아톤’은 실제 인물인 배형진군의 삶을 영화로 만들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은 42.195km의 풀 코스를 3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을 꿈이라고 한단다. 그것을 서브쓰리라고 한단다. 쉽지 않는 마라톤 풀 코스 완주를 엄마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만 19세의 자폐아가 스스로 해 냈다고 소개되었다. 그러나 우리들이 보아야 할 것은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한 어느 장애인의 모습이 아니라, 20년 동안 내 아들은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이며, 조금 느리고 불편한 내 아들이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던 어머니가, 20년 만에 내 아들은 우리(비장애인)와 같은 것이 아니라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으며 가슴으로 절망해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어느 부모나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하늘을 얻은 것처럼 기쁘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그 아이가 대통령도 되고, 노벨상 수상자도 되고, 쇼팽도 되고, 년봉이 몇 백 억이 되는 운동선수도 되고, 유명한 탤런트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며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부모는 결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초원이는 자폐아로 태어났다. 얼룩말과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겉보기엔 또래 아이들과 다른 것 하나 없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초원이다. 엄마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좌절한다. 그러나 엄마는 초원이가 달리기에만큼은 비장애인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달릴 때만큼은 남들과 다르지 않은 아들의 모습에 희망을 갖고 꾸준히 훈련시킨다.
엄마는 이미 자신을 위한 삶은 포기한지 오래다. 자폐증 아들에 대한 경멸적인 시선이 엄마를 힘들게 하고, 초원이에 신경 쓰느라 신경써주지 못한 사이 자꾸만 비뚤어지는 둘째 아들은 엄마를 더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들에 신경을 쓸 정신이 없다. 엄마의 목표는 오로지 자폐아 아들인 초원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치가 집착이라고 화를 낼만큼 엄마의 모습들은 우리들의 부모님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시간이 흘러 초원이는 어느덧 20살 청년이 되었다. 그러나 지능은 여전히 5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모르는 사람 앞이나 식사시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방귀를 뀌어대는 초원에게 엄마는 방귀를 뀔 때는 밖에 나가서 뀌도록 한다. 초원이가 무서워하는 ‘주사’라는 무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초원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주사다. 동생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쓰는 초원, 음악만 나오면 아무데서나 특유의 막춤을 선보이는 초원이는 아빠와 동생과 함께 간 야구장에서도 응원단 석에 올라가 막춤을 추고 있다. 아빠는 둘째 아들에게 함께 살 것인가를 묻는다. 엄마랑 이혼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아빠가 마시던 술을 마셔버리는 둘째 아들의 모습에서 청소년의 갈등을 발견한다. 엄마는 초원이를 통해 ‘서브 쓰리 달성’을 이루려고 한다. 자폐아인 아들이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엄마의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어느 날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1등을 한 전력도 있는 전직 유명 마라토너가 음주운전으로 사회봉사 200시간의 명령을 받고 초원의 학교로 오게 된다. 초원이 엄마는 학교에 부탁하여 허락을 받고 유명 마라토너에게 애원하다시피 해서 기어이 초원이의 마라톤 코치 역할을 떠맡긴다.
그러나 초원이가 집에서 하는 행동들을 보고 마라톤 코치가 불성실하게 초원이를 훈련시키고 있다며 코치와 심한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20년 동안 함께 살아온 엄마와 200시간을 함께 해온 마라톤 코치와의 갈등 속에서 “자식 사랑과 집착을 착각하지 말라”는 코치의 질책을 받고 갈등을 한다. 좋고 싫은 의사 표현도 할 줄 모르는 아이를 자신의 욕심 때문에 혹사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절망을 느끼는 엄마. 엄마는 결국 초원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마라톤도 시키지 않고 그들의 목표인 서브 쓰리도 포기를 하게된다. 초원이는 다른 자폐아들과 똑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공장에서 일하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일상이다.
얼룩말을 좋아하는 초원이는 얼룩말 무늬만 보면 만지게 되는데, 어느 날 지하철을 타려는 아가씨의 치마가 얼룩말 무늬인 것을 보고 만지게 된다. 한번 지적을 받았지만 또 만지려는 초원이는 아가씨의 애인으로부터 엄청 얻어 맞게된다. 초원이를 분식 집에 두고 약국에 약을 사러 갔던 엄마는 다시 분식 집에 와 보니 초원이는 보이지 않는다. 초원이를 찾아 뛰어 다니던 엄마는 초원이가 맞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다. 아가씨의 애인과 몸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초원이가 소리를 질러댄다.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순간 조용해지는 지하철 안, 초원이는 엄마에게 어릴 때 유원지에서 엄마가 자기 손을 놓아서 초원이를 잃어 버렸던 이야기를 해 준다. 엄마는 그 때 너무나 힘들어서 초원이를 버렸는데 초원이는 엄마가 손을 놓은 바람에 잃어 버렸다고 말한다. 엄마는 배를 움켜쥐고 쓰러진다. 초원이를 돌보기 위해 엄마는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춘천 마라톤 날짜는 다가오는데 엄마는 마라톤을 못하게 한다. 코치님은 엄마를 찾아와 초원이가 마라톤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꿈을 일자고 설득을 하지만 엄마에게는 이젠 초원이에게 마라톤을 하라고 할 여력이 없다. 초원이는 코치님의 배려로 마라톤에 출전하게 된다. 관광버스를 타고 마라톤 대회장에 간 초원이는 스타트 라인에 서 있다. 엄마는 코치에게 초원이를 찾아내게 하고 가족이 춘천으로 달려온다.
마라톤 풀 코스 스타트 라인에 당당하게 서 있는 초원이는 엄마의 손에 잡히게 되었고, 이런저런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그 순간 초원이의 반전이 시작된다. 초원이에게 마라톤을 시키며 초원이에게 엄마가 해 주었던 말,
“아들 다리는 어떤 다리?”
“백만불짜리 다리”
“몸은 어떤 몸?”
“끝내줘요~”
그 말을 초원이가 엄마에게 해 준다.
“아들 다리는 어떤 다리?”
“......”
“아들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그 순간 엄마의 손은 스르르 펴지고 초원이는 달리기 시작한다. 엄마의 손이 풀리는 그 순간, 초원이의 아름다운 자립이 시작되고 있었다. 영화 ‘말아톤’을 보았던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을 초원이가 실제 주인공 배형진군만의 아름다운 자립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장애인들의 아름다운 자립이 되기를 소원한다.
2005. 5. 26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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