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사랑의 집] 난 쫓겨날 거야~...2

자오나눔 2007. 1. 17. 11:37
     [후기2] 난 쫓겨날 거야~

     빨래가 제법 많다. 그러나  지난번보다는 훨씬 작다. 인원이 없
   어 조금 힘은  들겠지만 보람은 있으리라. 세분이  빨래터로 들어
   간다. 장화를 신고 세제를  풀어놓은 빨래를 밟기 시작한다. 거품
   이 일어나며 땟물이 진하다. 세탁기가 두 대나  있지만 워낙 많은
   빨래라 세탁기가 감당을 못한다.  그래서 탈수만 하고 있다. 이제
   는 자리를  잡고 빨래를 비비기  시작한다. 작은 양말 한  개까지
   손으로 비벼  주는 모습에서  사랑을 발견한다. 지금은  사랑으로
   빨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손빨래하는  모습을 어머님이
   보시면 놀라실거라"는 산소님,  "난 이 모습을 아내가  보면 쫓겨
   날거라"는 영욱님, "남는 건 미모와 기운밖에 없다"던  은미, 모두
   가 밤에는 몸살을 앓을 것 같다.

     부지런히 탈수를 하시는  영욱님, 탈수한 빨래를 다시  맑은 물
   에 헹구는 산소님과 은미...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의 빨
   래는 남자들이 해야겠다"는 말에는 너무 힘들다는 뜻도 포함됐으
   리라. 벌써부터  손목에 기운이  빠진다는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동민이는  부지런히 빨랫감을 가져온다.  그래도 거의 다
   한 것 같다. 설거지와 간식 준비까지 마친  주방팀이 커피를 타서
   가져온다. 잠시 휴식 시간이다. 커다란 탈수기를 사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봉사의 의미에  대해서도 잠시 대화를 나눈다. 음
   식, 빨래도 봉사지만 장애우들과 함께 놀아 주는  것도 훌륭한 봉
   사라는 걸 말해 본다. 사람이 그립고 정이  그리운 그들에게는 어
   쩌면 빨래보다, 밥해  주는 것 보다 레슬링을 하며 뒹굴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아침에 내리던 비가 그쳤다. 하늘엔  햇빛이 조심스럽게 쏟아지
   고 있었다.  감사하다. 빨래를 밖에다  말릴 수 있다.  장애우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면도하고 손톱 깎는 시간인가  보다. 몸은
   건강하지만 정신박약인 친구 두명에게 밖에서 빨래 너는 것 도와
   주라고 하니 좋다고 나간다. 양말까지 다 젖은  빨래 팀이 들어온
   다. 다른  팀은 아직 빨래를 널고  있고.... 얼마후 모두 들어온다.
   비온 뒤라 그런지 날씨가 조금 쌀쌀하다. 마련해  간 간식을 쟁반
   에 담아서 듬성듬성  놓고 간식 시간을 갖는다.  주기도문 외우는
   데 2년을 걸린  친구들이 감사 기도를 노래로 부른다.  무슨 말인
   지 알아먹을 수는  없지만,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
   도라는 것을 우리는 느끼고 있었다.

     이번엔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 많이 바빴다는 증거리라. 필
   름을 마련하지 못해 사진 한장 찍지는 못했지만 우리들의 가슴에
   찍힌 사진들은 영원히 간직되리라.  함께 동참해 준 이영욱, 오세
   연, 류영희, 손현옥, 윤은미, 양미동님  모두 애쓰셨습니다. 감사합
   니다.
     200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