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저게 뭐야? 저거 목련 아니냐?" 길가 화단에 하
얀 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목련을 보며 지르는 감탄사였다.
아침부터 고운 목련을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아내는 어제
저녁부터 고기도 재고, 생선도 사다 놓고, 달걀도 삶아 까서
장조림을 만들어 놓고, 멸치도 볶아 놓는다. 맛있게 구워 놓
았던 김도 챙겨 넣는다. 아침이 되자 주섬주섬 보따리에 싸
서 차에 싣는다. 마치 봄나들이 가는 것 같다.
나에게는 장애인 아우들이 많다.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이
기도 하겠지만, 하고 있는 일이 장애인을 위한 것이기에 자
연스럽게 장애우들을 많이 알게 된 것이다. 오늘은 장애인
공동체에서 생활을 하다 따로 독립하여 살고 있는 아우를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중증 장애의 혼자서 살아 간다는 것
이 결코 쉽지 않을텐데... 얼마 전에 방문하겠다고 연락을
했을 때 기뻐서 들뜨던 아우의 목소리를 생각하며 차에 오
른다.
'사는 동안에는 날마다 축제로 만들자'며 강의를 하던 정
덕희 교수의 프로그램을 보다가 주소와 연락처를 놓고 차에
올랐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유미를 태우고 전화를 하려
니 아차! 메모해 놓은 것을 놓고 왔다. 서서히 건망증이 보
이는 내 자신에게 속수무책이다. 대전에 있는 보배에게 전
화를 하여 통신에 접속해 전화번호를 불러 달라고 부탁을
한 후, 목동에 들려 은미를 태운다. 등촌동 주공 아파트를
찾아가는 길은 복잡 미묘하다. 겨우 전화번호를 알고 국을
끓일 무를 사서 다시 이동을 한다.
아파트를 찾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으로 오른다. 아파
트에 도착하니 문은 열려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입구엔
전동 휠체어만 보인다. 아래층에 살고 있다는 뇌성마비 장
애인 자매도 올라와 있다. 근육디스트로피(근이양증)라는 희
귀한 병에 걸려 몸이 점점 기능을 잃어 가고 있는 아우를
만난다.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방송대에 입학하여 열심
히 공부를 하고 있는 아우에게 갈채를 보내게 된다.
주방에서는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고 있다. 밥을 하려고
쌀을 담으러 가던 아내는 쌀집 전화번호를 알아 쌀을 주문
한다. 적십자에서 배급해 주었던 쌀이 바닥만 보였나 보다.
한쪽에선 유미가 걸레를 빨아 열심히 집안 청소를 하고 있
고, 다른 쪽에선 맛있는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각자의 위치에서 나누는 모습들이다. 나야 불량품이라는 명
예(?) 덕분에 앉아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의 꿈도 이
야기하고, 현재의 상태도 이야기하며 이번 자오 문학상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눈다.
아래층에 살고 있다는 뇌성마비 자매도 덩달아 즐거운가
보다. 잔디네 집에서 독립하여 살고 있지만 어려운가 보다.
자유롭게 자기 시간을 가질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혼자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기에 많이 힘들 것이다. 생활 보호 대
상자를 신청하여 혜택을 받으라고 했더니 서류를 만들러 다
른 자매가 갔다고 한다. 나도 생활 보호 대상자로 되어 있
기에 거기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준다. 서로 도와 가며 살아
가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컴퓨터를
앉은뱅이 책상에다 놓고 하라니 운동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단다. 근육이 생성되지 않고... 결국엔 심장의 근육까지 기
능이 멈추면 결국 하늘나라에 가야 하는 아픔이 있는 아
우.... 그래도 꿈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푸짐한 식탁이 차려졌다. 식사 기도를 짧게 하라는 은미,
간단하게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길다고 구박(?)이다. 한바탕
웃었다. 허긴 설교와 기도는 짧아야 은혜라더라... 맛있게 점
심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잔씩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말을 버벅거리는 걸 보니 은미 녀석 아무래도 아우
집에 자주 봉사하러 올 것 같다. 쌀집 아저씨가 쌀과 딸기
를 가져왔다. 먼저 돈을 내는 은미... 반찬과 고기 등은 냉동
실과 냉장고에 넣어 놨다고 전해 주고, 조금 더 가져간 김
은 아래층 뇌성마비 자매들에게도 전해 준다. 설거지와 집
안 청소까지 해 준 후 휴식을 취하라고 말하고 우리는 일어
선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엔 정기적으로 방문을 하겠노
라는 다짐을 하며...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 활짝 피어 있는
개나리가 우리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
다. 언제나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를 마음속으로 해 보며 아우들에게도 격려를 보낸다.
하루가 행복한 날이다.
2000/3/30
얀 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목련을 보며 지르는 감탄사였다.
아침부터 고운 목련을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아내는 어제
저녁부터 고기도 재고, 생선도 사다 놓고, 달걀도 삶아 까서
장조림을 만들어 놓고, 멸치도 볶아 놓는다. 맛있게 구워 놓
았던 김도 챙겨 넣는다. 아침이 되자 주섬주섬 보따리에 싸
서 차에 싣는다. 마치 봄나들이 가는 것 같다.
나에게는 장애인 아우들이 많다.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이
기도 하겠지만, 하고 있는 일이 장애인을 위한 것이기에 자
연스럽게 장애우들을 많이 알게 된 것이다. 오늘은 장애인
공동체에서 생활을 하다 따로 독립하여 살고 있는 아우를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중증 장애의 혼자서 살아 간다는 것
이 결코 쉽지 않을텐데... 얼마 전에 방문하겠다고 연락을
했을 때 기뻐서 들뜨던 아우의 목소리를 생각하며 차에 오
른다.
'사는 동안에는 날마다 축제로 만들자'며 강의를 하던 정
덕희 교수의 프로그램을 보다가 주소와 연락처를 놓고 차에
올랐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유미를 태우고 전화를 하려
니 아차! 메모해 놓은 것을 놓고 왔다. 서서히 건망증이 보
이는 내 자신에게 속수무책이다. 대전에 있는 보배에게 전
화를 하여 통신에 접속해 전화번호를 불러 달라고 부탁을
한 후, 목동에 들려 은미를 태운다. 등촌동 주공 아파트를
찾아가는 길은 복잡 미묘하다. 겨우 전화번호를 알고 국을
끓일 무를 사서 다시 이동을 한다.
아파트를 찾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으로 오른다. 아파
트에 도착하니 문은 열려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입구엔
전동 휠체어만 보인다. 아래층에 살고 있다는 뇌성마비 장
애인 자매도 올라와 있다. 근육디스트로피(근이양증)라는 희
귀한 병에 걸려 몸이 점점 기능을 잃어 가고 있는 아우를
만난다.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방송대에 입학하여 열심
히 공부를 하고 있는 아우에게 갈채를 보내게 된다.
주방에서는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고 있다. 밥을 하려고
쌀을 담으러 가던 아내는 쌀집 전화번호를 알아 쌀을 주문
한다. 적십자에서 배급해 주었던 쌀이 바닥만 보였나 보다.
한쪽에선 유미가 걸레를 빨아 열심히 집안 청소를 하고 있
고, 다른 쪽에선 맛있는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각자의 위치에서 나누는 모습들이다. 나야 불량품이라는 명
예(?) 덕분에 앉아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의 꿈도 이
야기하고, 현재의 상태도 이야기하며 이번 자오 문학상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눈다.
아래층에 살고 있다는 뇌성마비 자매도 덩달아 즐거운가
보다. 잔디네 집에서 독립하여 살고 있지만 어려운가 보다.
자유롭게 자기 시간을 가질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혼자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기에 많이 힘들 것이다. 생활 보호 대
상자를 신청하여 혜택을 받으라고 했더니 서류를 만들러 다
른 자매가 갔다고 한다. 나도 생활 보호 대상자로 되어 있
기에 거기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준다. 서로 도와 가며 살아
가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컴퓨터를
앉은뱅이 책상에다 놓고 하라니 운동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단다. 근육이 생성되지 않고... 결국엔 심장의 근육까지 기
능이 멈추면 결국 하늘나라에 가야 하는 아픔이 있는 아
우.... 그래도 꿈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푸짐한 식탁이 차려졌다. 식사 기도를 짧게 하라는 은미,
간단하게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길다고 구박(?)이다. 한바탕
웃었다. 허긴 설교와 기도는 짧아야 은혜라더라... 맛있게 점
심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잔씩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말을 버벅거리는 걸 보니 은미 녀석 아무래도 아우
집에 자주 봉사하러 올 것 같다. 쌀집 아저씨가 쌀과 딸기
를 가져왔다. 먼저 돈을 내는 은미... 반찬과 고기 등은 냉동
실과 냉장고에 넣어 놨다고 전해 주고, 조금 더 가져간 김
은 아래층 뇌성마비 자매들에게도 전해 준다. 설거지와 집
안 청소까지 해 준 후 휴식을 취하라고 말하고 우리는 일어
선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엔 정기적으로 방문을 하겠노
라는 다짐을 하며...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 활짝 피어 있는
개나리가 우리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
다. 언제나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를 마음속으로 해 보며 아우들에게도 격려를 보낸다.
하루가 행복한 날이다.
20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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