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교도소] 제비가 날던 날에 목련이 지더라

자오나눔 2007. 1. 17. 11:38
     갑자기 고향의  냄새가 코끝을 찡긋거리게  한다. 논흙 냄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논에 못자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못자리와 함
   께 하늘을 날고 있는 반가운 제비를 발견하게  된다. 자기들의 보
   금자리를 꾸미기 위해  가냘픈 몸을 비상하며 열심히 지푸라기와
   흙을 반죽하여 나르는  모습을 보게 된다. 고향에는  아마 제비가
   집을 짓고 있을 것이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를 생각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결식 노인들께 매일 무료  급식을 하고 있기에 다른 봉사가 겹
   치는 날엔 바쁘다. 아내는 아침 일찍 무료  급식소로 달려가 음식
   을 준비한다.  배식 시간이 되기  전에 음식을 만들어 놓고  다른
   봉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안양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
   는 장애인 재소자들을  방문하는 날이다. 어제 밤에  물품은 모두
   차에 실어  놨기에 봉사자들만  모이면 출발하면 된다.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의 방문이라 무엇을 준비해 갈 것인가 상의를 했더
   니 속옷이 필요하단다. 팬티, 런닝, 양말이  각 50켤레씩 필요하단
   다. 게시판에 띄우고 서로가 중보 기도를 한다. 방법이 보이지 않
   더니 방문할  날이 다가오자  회원들의 사랑이 모이기  시작한다.
   작다며 오히려  미안해하는 지인... 덕분에 그들이  필요한 속옷을
   마련하게 된다. 떡도 마련되고, 빵도 마련되고, 과일과 과자, 커피
   까지 마련된다.

     출발하기 몇 시간  전에 비상 사태가 발생했다.  방문하기로 한
   일행 중에 8명이  가지 못할 사정이 생겼다고 연락이  왔다. 이것
   저것 생각할 틈이 없다. 길 목사님께 전화하고, 다른 곳에도 전화
   를 하여 방문자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래도 8명을 확보했다. 교도
   소 정문에서 만나기로 하고 아내를 기다린다. 얼마  후 아내는 무
   료 급식 할 준비를 모두 해 놓고, 다른  분들께 배식을 부탁한 다
   음 현옥님을 태우고 온다. 마침 지영이도 도착하여  함께 차를 타
   고 안양 교도소를 향해 달려간다.

     정문에 도착하니 한길 교회 일행이 먼저 와  있다. 반가운 인사
   와 함께 차에서  마련해 간 물품을 내려놓는다.  교도관에게 연락
   을 한 후  신분증을 모아 제출할 준비를 한다. 만개한  목련은 여
   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지만 교도소 안의 공기는 차갑
   기만 하다. 몇 개의 철창문을 들어가기 전에  인원 점검까지 하는
   교도관들... 평상시와는 다른  분위기다. 알고 보니 오전에 재소자
   들이 개인 행동을  하여 지적을 받았단다. 우리들의  만남이 이루
   어질 장소로 이동을  하다 복도에서 그들을 만났다.  그들도 부지
   런히 교육관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바로 예배를 드린다. 짧은 예배, 그러나 가슴에 남
   는 말씀, 설교와  기도는 짧을수록 은혜라는 말을  생각하며 피식
   웃어 버린다. 서로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으리라.  여자 방문자들은 마련해 간  음식을 차리
   느라 분주하다. 서로가 인사하느라 바쁜 우리들... 꿀떡과 방울 토
   마토와 커피가 가장  인기가 있다.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동안에 모범수로 있는  정배님이 속옷과 양말을 개인에게 지금을
   해 주고 있다. 그들에게 속옷을 마련하여 보내  준 분들을 소개하
   며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기를 부탁을 한다.

     전에 오셨던 분들은  왜 오지 않았느냐고 묻는  동료에게, 그러
   니까 사제 인간(민간인)은 믿지  말라고 했잖아... 라고 답하는 어
   느 재소자의 모습에서 아픔을 발견한다.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했
   다. 각자 소개를 하자고 했다. 방문자 8명이 소개를 하고 새로 참
   석한 재소자도 소개하고, 출소를 앞둔  재소자의 각오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그들에게 시간을  더 많이 배려하려고  신경을
   써 본다. 어느 장애우가 썼다는 "장애인 된 거 축하해!"를 낭송해
   주니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영이가  감동했나 보다. 우리
   모두 자신 있게 살아가자는 말에 모두 기운차게 대답을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준비한 하모니카  연주도 생략하고 5
   월 1일에 있을 200만원  고료 자오 장애인 문학상 시상식과 기념
   행사를 위해 중보 기도를 부탁하고, 뇌에 물이 차 있고, 신장염으
   로 고생을 하고 있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유방암까지 선고받고
   도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준 현옥님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을
   꺼내는데, 현옥님의 만류가 말을  막아 버린다. 다음달에는 더 많
   은 방문자가 있도록, 그리고 아픈 자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부탁
   만 하고 길 목사님 기도로 일정을 마친다.  교도소를 나오는데 몇
   송이 목련꽃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귀한 시간을  갖도록 도
   와주신 회원들과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2000년 4월 7일
     부천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