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2. 아~ 소록도다!!

자오나눔 2007. 1. 17. 12:39
2. 아! 소록도다!

차창을 두드리고 있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날씨가 더 추워지면 도로가 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운전을 하는 아내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차의 속력을 낸다. 올 겨울에 눈이 많이 와야 가뭄을 해소시킬 수 있다던데 이번 눈과 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는지 모르겠다. 새벽에 달리는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있는 힘을 다해 속력을 내고 싶지만 수시로 울어 주는 감지기가 마음을 진정시켜 주고 있다. 곡성을 지나는데 인정 많던 분이 생각나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수첩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속에 언제나 품고 있는 분이다. '녹동'이라고 서 있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도 밖은 컴컴하다. 날이 밝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시커멓게 보이는 섬이 눈앞에 보인다. 소록도다. 함께 간 일행들에게 소록도라고 말을 해 줘도 잠에 취했는지 반응이 없다. 허긴 많이 피곤하리라.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며 기운을 다 쏟아 부었으니 기운이 있겠는가. 숙소를 정하고 들어가기도 어정쩡한 시간이다. 차에서 그냥 자기로 한다. 시동을 끄고 잠시 수면을 취한다. 밖이 많이 춥다. 영하 10도를 넘겠다고 하던데 더 추운 것 같다. 겨우 잠들었다가 추워서 깬다. 추우면 다시 시동을 켜고 따뜻해지면 다시 끄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니 아침 7시가 다 되어 간다. 아내는 시장을 보러 간다. 녹동항에서 아침에 열리는 시장은 풍성하다. 어르신들께 대접할 반찬과 떡을 사러 간다. 떡국은 반 가마 뽑아 왔으니 걱정 없는데, 그래도 떡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떡을 사러 간다. 푸짐한 반찬거리와 저녁에 구워 먹을 석화도 한 망태기 사 온다.

소록도에서 장로님이 전화를 하신다. 어디 있느냐는 전화다. 녹동항이라고 했더니 첫배로 들어 올 거냐고 하신다. 그렇게 하기로 한다. 아마 장로님은 입도(入道) 신청을 우리 대신 해 놓으셨을 것이다. 거대한 철선이 녹동항에 도착했다. 차를 싣고 배가 바다 위를 달린다. 파도가 거칠다. 500미터를 가는데도 울렁거린다. 바다 바람이 엄청 차갑다. 소록도에 도착하니 장로님이 마중을 나와 계신다. 언제나 마중을 나오시는 강대시 장로님. 참 정겹다. 반가운 포옹을 한다. 볼을 비비는데 피부가 거칠다. 그사이 많이 수척해지셨다. 나이를 잡숴 가는 증거다. 변함없이 소록도는 아름답게 자기의 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를 반기는 듯 이름 모를 산새가 푸드득 날아간다. 날갯짓에 힘이 들어 가 있다. 추워서 더 힘차게 나는가 보다. 우리의 목적지 동성 교회에 도착한다. 짐을 내리기 전에 모두 예배당에 들어가 간단한 기도를 하게 했다. 첫 만남의 소중한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기도를 마치고 차에서 짐을 내린다. 제법 푸짐하다. 짐을 내려놓고 아내를 중심으로 새해 첫날 떡국 끌일 준비가 한창이다. 떡을 물에 담궈 부드럽게 만들고, 지단을 부쳐서 얇게 썰고, 김도 구워서 썰고, 맛있는 양지머리도 푹 삶아서 얇게 썰어 놓는다. 맛있는 김장 김치가 썰어 준비되고, 밭에서 방금 캐어 낸 섬 시금치가 맛있게 무쳐진다. 준비해 간 떡이 접시마다 담기고... 그때 경선 아우가 도록도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오늘 낮에 배관을 해야 하는데 감사하게도 참석해 준 것이다.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라 잠시 시간을 내어 미리 떡국을 한그릇씩 먹는다. 참 맛있다. 여자들이 부엌에서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는 그 사이에 남자들은 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남자라고 해 봐야 10살된 아들과, 몸이 불편한 나, 그리고 연장자인 제이비님뿐이지만...

마이크로 떡국을 드시러 오라는 방송을 하시는 장로님, 한 두 명씩 예배당으로 모이신다. 참고로, 소록도는 각 마을에 있는 예배당이 리사무소 역할까지 한다. 힘겹게 걸어오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전동카를 타고 오시는 분도 있다.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소록도를 방문해 떡국을 끓여 주며 가족의 정을 주고 간다며 감사해 하는 소록도 어르신들. 그러나 그분들이 기도해 주시는 힘으로 우리들이 나눔의 사역을 해 가는데 오히려 더 감사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배당에 오시는 분마다 반갑다며 악수를 나눈다. 어떤 분은 그냥 포옹을 하신다. 변함없이 그분들의 손은 구부러져 있고, 손마디가 뭉텅 떨어져 나간 상태이다. 그래도 어느 누구보다도 따뜻한 사랑이 흐르고 있는 분들이다. 부지런히 음식을 날아오는 일행들, 부엌에서는 열심히 그릇에 담아 쟁반에 올려 주면, 다른 일행은 그것을 날라다 어르신들 상에 차려 주고 있다.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들이 참 곱다. 함께 식사하자는 어르신들의 권유에 조금 전에 한 그릇을 먹었지만 다시 그분들과 함께 한 상에 앉아 떡국을 먹는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