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1. 선택

자오나눔 2007. 1. 17. 12:38
1. 선택

봉사를 가기 전에는 언제나 일기예보에 신경을 쓰게 된다. 2002년 첫날부터 있을 소록도 봉사를 앞두고 이것저것 준비를 하면서도 기상 상태를 점검해 보는 내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부천에서 소록도까지 왕복 2,500리 길.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시간은 단축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먼 거리다. 일기예보에서 불안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01년 12월 31일 오후부터 대설주의보가 발령된단다. 눈길을 달린다는 것은 체인을 감는다 해도 아무래도 위험하다. 일찍 출발을 하려고 해도 송구영신 예배가 마음에 걸린다. 리더의 조건에는 초지일관(初志一貫)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어야 한다.  

 새해 첫날에 소록도에 계시는 한센병자들게 떡국을 끓여서 대접해 드리려는 마음은 기상 상태와는 무관한가 보다. 결정을 했다. 송구영신 예배는 소록도를 가는 도중에 우리 자오 나눔 선교회와 연관된 교회에 가서 드리기로 하고 눈이 내리기 전에 출발을 하기로 했다. 갑자기 분주해 진다.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있던 일행들에게도 분주하게 서둘러 오라고 했다. 떡집에 들려 쌀 반 가마를 떡국으로 빼 놓은 것 차에 싣고, 익산에서 보내 준 김장 김치도 싣고, 온천수기와 오정성화 교회에서 후원해 주신 라면과 쵸코파이도 차에 싣는다. 짐을 싣고 나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출발 시간은 2001년 12월 31일 오후 3시로 정했다. 일행이 출발 전에 모두 도착했다. 차에 탄 후 대표이신 이규환 목사님께 기도를 부탁한다. 기도가 끝나자 경비에 보태라며 봉투를 내밀어 주신다. 감사하다.

 현재 날씨는 쾌청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차는 부지런히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핸드폰이 울린다. 윗지방에는 눈이 엄청 내리고 있는데 괜찮으냐는 안부 전화다. 하늘을 보니 잔뜩 흐렸다. 그래도 아직 눈이 내리지 않고 있다. 이동하면서 지인들께 송년 인사를 드린다. 오고가는 덕담들 속에 뜨거운 정을 느낀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열심히 운전하는 아내가 졸지 않도록 기쁨조(?) 역할을 하며 의견을 나눈다. 송구영신 예배는 광주에서 드리고 가기로 한다. 아직도 눈은 내리지 않고 있다. 우리가 떠난 후 1시간 정도 지나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찬양. "하나님 우리와 함께 하시오니 주를 찬양하세~" 중간에 휴게소에 들려 일을 본 후 다시 달리는 우리 일행. 어느새 광주에 도착했다.

 먼저 저녁을 먹기로 하고 주차장 시설까지 되어 있는 커다란 식당에 들어간다. 어느 연애인의 이름을 딴 음식점이다.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기 전에 화장실을 갔다. 장애인 변기가 없다. 결국 일은 보지 못하고 나오는데 속이 상했다. 이렇게 큰 식당이라면 그런 편의 시설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에게 다른 집으로 가자고 한다. 물론 식당 주인에게는 우리가 다시 나가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밖으로 나가 곁에 있던 파출소에 들려 일을 본다. 친절한 파출소 직원들을 보며 20년전에 시골 지서에 끌려가 엄청 얻어맞던 일이 생각나 씽긋 웃음을 보낸다.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함께 저녁을 먹는다. 원천 교회 곽보욱 목사님께 전화를 한다. 오늘밤 송구영신 예배를 원천 교회에서 드리고 소록도에 내려가야겠다고 했더니 반가워하신다. 진즉 연락을 했더라면 간증 집회 부탁을 드렸을 텐데 아쉽다는 말씀이 큰 힘이 된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일행은 목사님 댁에 들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차 한잔을 마시는 시간을 갖는다. 다시 일어나 원천 교회로 가서 송구영신 예배를 드린다. 모니터를 통해 나오는 송구영신 자료들을 시청하며 마음을 정리해 본다. 자정이 넘었다. 주위에 있는 일행들에게 축하 인사를 드린다. 찬양을 함께 부른다. 박혜경님이 불렀던 '어머니의 기도'를 함께 부르는데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신년 축복의 말씀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한해를 계획해 본다. 어느새 새벽 2시가 되었다. 우리 일행도 다시 소록도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차에 타려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눈이 아니고 비라서 참 감사했다. 길이 덜 미끄럽겠다. 모두 차에 오른 후 원천 교회 목사님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소록도를 향해 출발한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