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춘천 나눔의동산] 유리창엔 비

자오나눔 2007. 1. 17. 12:40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때는 무언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을 때이다. 한달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었다. 우리를 기다리는 맑은 영혼들이 있는데, 그 기다림을 알면서도 찾아 가지 못했었다. 이유는 눈이 내려 차가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체인을 감고서라도 찾아 갔어야 했는데, 기상을 핑계로 지난달에는 찾아 가지 못했었다. 회원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번 달에는 어떤 상황이라도 찾아가자는 약속을 했었다. 아내에게 미리부터 떡방앗간에 들려 떡부터 주문해 놓으라고 한다. 또 다른 핑계를 미리 막아 버리고 그들을 찾아가는데 마음 편하게 가고 싶었다. 여자 장애인 46명, 치매걸린 할머님부터 4살 먹은 아이까지... 가지 가지 사연을 가슴에 품고 입을 다물어 가는 그들이 살고 있는 곳, 겨울이면 기상이 나빠 찾아오는 사람이 극히 적어 애로 사항이 많은 곳, 짠지(김치)하고 쌀만 있으면 겨울 걱정이 없다고 마음 편하게 대답하는 원장님, 그래도 가끔은 생선도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춘천 나눔의 동산. 우리가 매월 찾아가는 장애인 공동체이다.

 이번 봉사 때도 일기예보에 신경을 쓴다. 눈이 많이 내리면 체인을 감아도 들어가기 어려운 깊은 산속이기 때문이다. 강릉부터 폭설이 내려 도로가 마비 되었다는 뉴스를 본다. 아침에 텔레비젼이 방송을 하자마자 텔레비젼을 켜고 체널을 돌린다. 인터넷을 검색해 가며 기상을 점검한다. 마음이 급해 눈이 내릴 거라면 눈 대신 비를 오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한다. 그것도 부족해 홈페이지 게시판에 기도문을 올리며 자오 가족들에게 중보 기도를 부탁한다.
 아내는 아침 6시부터 수산시장에 갔다. 겨울에 생선 구경하기 힘들다는 그들에게 생선을 사다 주기 위함이다. 나와 결혼하고 언제나 작업복 차림으로 살아가는 아내다. 봉사하며 살아가는 남편을 따라 살다보니, 몸이 불편한 남편을 부축하며 살아가다 보니 화려한 외출복을 입는 법을 잊어 버리지는 않았는가 할 정도로 살아가는 아내. 조금이라도 더 싸고 싱싱한 생선을 사야 한다며 아침 일찍 장을 보러 가는 아내를 보며 운전 조심하라는 말한마디가 인사의 전부였다. 참 매력없는 남편이다 난....

친구가 야간 작업을 마치고 퇴근 하는 길이라며 태우고 가면 좋겠다기에 아내와 통화하면 태우러 갈거라고 한다. 함께 봉사가기로 한 분들과 통화를 한다. 봉사자가 없어 걱정을 하며 기도를 했는데,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분들이 동참을 한다고 한다. 참 감사하다. 아내와 친구가 가게에서 쌀을 싣고 있다며 준비하고 나오란다.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선다.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눈 대신 비가 오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차에 타고 떡방앗간에 들려 주문해 놨던 떡을 싣는다. 소사역에서 정선님과 늘감사님을 태우고 춘천을 향해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계속 내리고 있고 달리는 차창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아름답기만 하다.
문득 이런 이야기가 떠오른다.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물웅덩이를 만나게 되는데, 앞에 가던 차가 빠르게 지나가면 차는 물세례를 받게 된다. 그럴때 앞 유리창으로 물이 덮쳐오는데 그럴때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한다. 앞에 유리창이 그 물세례를 고스란히 받아 우리에게 전혀 피해가 없도록 하는데도 말이다. 앞에 유리창이 보호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하게 되는 우리들.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보다. 그러나 나를 보호하고 있는 그분, 나와 함께 하시는 그분을 발견하게 되면 훨씬 편한 삶을 살게 된다.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만 믿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눈이 비로 변하여 내리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의암댐 근처에서 두남님과 합세를 한다. 부지런히 달려 도착한 나눔의 동산에는 아침까지 눈이 엄청 내렸었다고 한다. 그런데 낮부터는 눈대신 비가 내린다며 자오나눔선교회가 봉사 오니 하나님도 협조해 주시는가 보다고 하신다. 차에서 짐을 부엌으로 내리게 했다. 강아지를 보고 저만치 뛰어가고 있는 준열이까지 불러 부엌에서 기도를 했다. 나눔의 동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아 주시고,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 나누는 계기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한다.
 기도가 끝나자 아내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음식을 만들고 있는 봉사팀. 매일 점심은 후원 들어 온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데 모처럼 밥을 먹게 되었다며 기뻐하는 장애우들... 생선가스, 동태국, 김치, 콩나물 무침, 두부전, 떡, 과일... 준비하는 손길이 바쁘다. 경남님은 생선을 모두 손질해 주고 가야 한다며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면서까지 생선 배를 가르고, 동태를 자르고 있었다. 함께 거들어 주고 있는 두남님. 새댁이라 아무것도 모른다며 이번 기회에 많은 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우겠다며 팔을 걷어 부치는 늘감사님. 주부경력 10년이지만 아직도 음식 만드는게 서툴다며 생선가스를 튀며 이것 저것을 해 보고 있는 정선님. 아내는 부엌에만 들어가면 신난다. 뚝딱뚝딱 요술쟁이처럼 금방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낸다.
식당겸 예배당에는 모두 모여있다. 배고프다며 부엌을 기웃거리는 장애우들, 저 안쪽에는 할머님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 어르신들께 가서 이런저런 정담을 나눈다. 94살 되신 어느 할머님은 싱글벙글이다.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치매걸린 어느 할머님의 넋두리가 가슴 아프다. 품에 아이를 않고 젖을 먹이는 시늉을 하고 있는 어느 정신박약 자매는 다른 아픔이 있는가 보다. 모두가 아픈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만의 세상에도 질서는 있었다. 어른부터 챙겨주는 효가 있었다. 몸이 더 약한 장애우를 챙겨주는 사랑이 있었다.

배식이 끝나자 식사 기도를 해 달라고 한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게 감사했다. 그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기도... 내가 한 기도가 응답 받기를 원한다. 푸짐하게 차려진 식탁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가족들. 모두가 행복해 하는 모습이다. 식사가 끝나자 청소를 하고 있는 장애우들의 모습이 새삼스럽다. 부엌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그릇을 설겆디 하고 있다. 잠시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려 본다. 조율이 되어 있지 않는 피아노 소리가 어색하다.
장애우들과 찬양을 한다. 불러 달라고 악보를 펼쳐 주는 그들과 함께 찬양을 한다. 발음은 부정확해도 곡은 정확하게 맞다.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함께 찬양을 한다. 아... 때묻지 않는 순수한 저 눈동자를 제대로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저 눈동자를 가진 장애우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마... 순수함만 있을 것이다. 정선님이 설거지를 마치고 피아노 앞으로 온다. 힘있게 두드리는 건반, 거기에서 나오는 웅장한 소리... 아! 잘한다. 나도 모르는 감탄사가 나온다. 반주에 맞춰 찬양을 부르니 더 좋다. 금새 시간이 다 지나간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며 서두르자는 소리가 들린다. 깊은 산속에는 저녁도 빨리 온다. 비가 눈으로 바뀌는 순간 사진 한장 찍고 서둘러 차에 오른다. 중간에 두남님은 춘천으로 들어 가고 우리는 부지런히 부천을 향해 달리고 있다. 저녁을 먹고 가라는 은백양님의 청에 감사하며 하남시에 들렸다. 감자탕에 밥도 먹고 차 한잔 마신후 서둘러 돌아 왔다. 아직도 할 일이 많다. 다음 달에는 무엇을 마련해 갈까... 머리속에는 벌써부터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가 사랑이다.

200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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