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옥천] 꿈동이들

자오나눔 2007. 1. 17. 13:13
     서러워 설이라고 했던가? 설 명절이 다가오면 오히려 마음이 무거운 사람들이 있다. 수많은 소외된 사람들이 있지만 그 중 미인가 시설에 살고 있는 분들이다. 그분들 거의가 연고자도 없는 노약자나 장애인들이기에 명절 때가 되면 더욱 허전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가족으로 모시고 살고 있는 분들도 덩달아 외로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조금이라도 마음에 평안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값진 일이겠는가. 목요일에 봉사를 가기로 했는데 눈이 많이 내렸었다. 도로가 막혀 차량 통행도 위험하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며 토요일로 봉사 일정을 연기했다. 봉사는 하는 사람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봉사를 받는 입장을 먼저 고려해야 하기에 토요일에 방문자가 없는지 확인했는데, 요즘은 주말에도 별로 찾는 이가 없단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적하리에 있는 사랑의 집. 지방에 있다고 하더라도 홍보만 잘 되어 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토요일로 연기되니 봉사자가 늘었다. 평상시 봉사자가 없어 허전했는데 이번에는 일산에서 마야님과 분홍님이 동참을 하게된다. 기존 봉사자인 나와 큰샘물, 미룡님과 합하니 5명, 든든한 나눔의 일군이 뭉쳤다. 미리 하루 전에 도착한 미룡님은 큰샘물님과 장을 본다. 설을 앞두고 있다고 떡국과 과일, 양말 등을 챙겼다. 마야님도 양말을 사오신다. 보이지 않는 곳이지만 섬세한 사랑을 베푸는 모습이 보기 좋다. 비봉 IC에서 합류한 우리 일행은 새로 뚫린 길을 따라 경부고속도로로 진입을 한다. 평소보다 1시간이 단축된다. 옥천 사랑의 집에 도착하니 변함 없이 반기는 장애인들. 반갑게 포옹하는 그들을 보며 많이 외로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여자 분들은 주방으로 들어가 음식을 만들고 나는 거실에 앉아 다른 시간을 만든다. 말씀과 하모니카 찬양을 부르며 하나가 된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가 보다. 하모니카 반주에 맞춰 춤을 추는 그들을 통해 순수를 만난다.

     중풍에 쓰러진 후 모든 자신감을 잃어버린 시희씨... 몇 달 전에 갑자기 나빠진 건강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이번에 퇴원을 하셨다. 몇 달 전만 해도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하고, 운동을 시켜보면 따라하시곤 했는데, 이번에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밥을 차려주면 수저와 젓가락을 들기 거북하니 그냥 손가락으로 집어먹는단다. 뜨거운 것까지 마구잡이로 집어 먹으려드니 애를 먹는다는 사모님의 설명. 시희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나를 알겠느냐고 했더니 안다고 대답을 하신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아서 반신불수의 몸이 더욱 망가졌다. 아무리 건강한 몸도 사용하지 않으면 뼈가 굳어져서 사용하기 힘들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면서도, 잠시 운동하기 힘들어 포기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이다. 말을 시켜보려고 "아~~" 해도 입이 벌어지지 않는가 보다. 아무리 따라 해 보라고 해도 안 된다. 수저를 가져다 입에 넣는 시늉을 하니 입을 벌린다. 오로지 먹는 것에만 신경이 가 있는가 보다. 중풍을 맞기 전에는 나름대로 잘 살았는가 본데... 중풍에 맞고 몸이 반신불수가 되니 가족에게도 버림받는 신세가 되어 버린...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도 나를 바라볼 때는 눈빛이 빛난다. 부지런히 운동하라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사신다고... 대답을 하는 시희씨나 부탁을 하는 나, 모두가 마음이 무겁다.

     언제나 처음 봉사에 참여한 사람은 노래를 하게 된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이 되자 마야님과 분홍님을 불렀다. 결국 찬송으로 화답을 하는 두분, 찬송을 부르고 나서야 장애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장애인 복지에 대하여도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단다. 상을 차리고 반찬을 놓고 떡국을 차려서 설날 떡국을 미리 먹는다. "하나님 이들이 외롭지 않게 하소서. 이 세상 소외된 사람들이 서러운 설이 되지 않게 하소서..." 맛있다고 더 가져와 먹다가 혼난 장애인, 단체 생활에서 개별적인 행동을 한 것에 대한 질책도 되지만, 뜨거운 음식을 불편한 몸으로 그릇에 담다가 데이기라도 하면 하는 걱정하는 마음에 질책을 했으리라.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니 다시 짐을 챙기는 일행. 우리가 살고 있는 자오쉼터에는 학생들 21명이 어제 밤부터 봉사를 와서 일을 하고 있을 텐데..., 아침밥만 해 놓고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라고 인솔자에게 말해 놓고 왔는데... 인사를 나눈 후 서둘러 올라온다. 자오쉼터에 도착하니 아직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학생들... 녀석들... 너희 같은 꿈나무가 있기에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전망은 밝단다. 파이팅이다.

2003. 1. 25
자오쉼터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