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자오나눔 2007. 1. 17. 13:13
     두달만에 찾아가는 안양교도소.
     일가 친척이나 지인이 수감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뭐한다고 그렇게 열심히 교도소를 방문하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고 보니 그 말도 일리는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장애인 재소자들을 찾아가는 것은 나로서는 해야 할 일이다. 내가 그들에게 큰 보탬이 되는 위치는 아니더라도 외로움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채워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98년부터 매월 한번씩 찾아간 그곳. 이번 교화행사를 가기까지 많은 갈등을 겪었었다. 교도소 교육실에서 만났을 때는 모두가 순한 양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좋았는데, 형을 마치고 출소를 하고 나면 어김없이 달라지는 그들. 출소한 그들로인해 이런 저런 일을 겪고 나니 교도소 사역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참 많은 갈등을 겪으면서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시 찾아가야 하는...

     사람 사는 것이 특별한 수가 있겠는가.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하늘의 도우심을 바라면서, 하늘의 뜻에 따라야 하는게 우리네 인생이 아니겠는가. 따지고 보면 하늘의 도우심이 없이는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일면서도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니던가. 그러면서도 작으나마 깨달음이 있으니 엎드려 기도할 수 있고 담대하게 하루를 걸어가는 우리들의 삶이다.
     장애인 재소자들. 교도소 정문을 들어서면서 간부급 교도관에게 장애인 재소자들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 장애인이라고 스스로 할 의무는 다 하지 못하면서, 주어진 권리만 찾으려는 경향이 많다는 이야기다. 헝그리 정신이 강해서 무조건 달라고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정은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금 더 넓게...

     두달만에 재소자들이 많이 바뀌었다. 다른 교도소로 이감을 갔거나 출소를 했으리라. 안양교도소로 이감을 온 재소자들에게는 가장 시설이 낙후된 안양교도소가 달갑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얼굴들이 밝지 않다. 윤건주 목사님이 인도하는 예배가 끝나자 준비해 간 음식을 나눈다. 음식이 담긴 접시가 각자에게 나눠지는 분주함 속에서 이것 저것 질문을 하기도하고, 부탁을 하기도 한다. 질문에는 대답해 주지만 부탁에는 냉정하게 자른다. 정식으로 교무과를 통해서 신청을 하라고 해 준다. 그것이 여러분과 저희가 오랫동안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도 말해 준다. 인절미가 인기다. 준비해 간 음식을 골고루 나눠 먹으며 2부 순서를 진행 해 간다.
     한참 동안 서운함을 토로한다. 출소한지 며칠만에 다시 잡혀 들어온 어느 재소자의 변명에 대한 속상함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만난 재소자들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 속좁은 사람의 작은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열심히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면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찬양도 하고, 재소자들이 간증도 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7년 동안 남의 허드렛 일은 거의 하다시피 지내온 재소자가 있다. 발을 절뚝거리며 걸어다니는데 인상이 참 선하게 생겼다. 말없이 섬겨온 그에게 다른 재소자들은 쉼게 대했다. 아니 함부로 대했다고 봐야겠다. 그런 그에게 출소를 앞두고 이야기할 시간을 줬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살인의 비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사랑하는 여자를 죽이고 자기도 죽음의 길을 택해야 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 그렇게 죽으려고 했어도 죽지 못하고 장애인이 되어 교도소에 들어 오게 되었고, 그 안에서 만난 예수를 전하는 그...
     지금까지 사기나 폭력범인 줄 알고 함부로 대했던 다른 재소자들의 눈빛이 빛난다. 다른 때 같으면 아니 조금 전 같으면 무엇을 달라고 시켰을텐데 오히려 챙겨다 준다. 아하... 이렇게 사는 것도 인생이구나. 가슴 시린 사연을 편지로 써서 낭송해 주는 재소자를 위해 하모니카로 배경 음악을 연주해 준다. 하모니카를 약하게 불어 주면서 그의 편지 낭송을 듣는다. 참 감사하다.

     각 방의 방장들에게 당부를 했다. 교도소에서 나눔의 운동이 성공하려면 방장부터 변해야 한다고..., 방장의 위치에서 오히려 섬겨 보자고..., 세월을 아끼라고 했는데 교도소에서 허송세월만 보낼 것이냐고..., 각 방마다 대표가 나와서 노래나 이야기 한마디씩 하게 했다. 2시간 전에 만난 그들의 얼굴과 2시간 후의 얼굴은 분명히 달랐다. 희망이 있었다. 그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2003.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