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 바쁜 일과 중요한 일...

자오나눔 2007. 1. 17. 13:15
      교도소로 가는 발길이 참 무거웠다. 출소하여 열심히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 어느 날 경찰서 유치장에 있다고 하더니, 며칠 후에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고 편지가 왔었다. 변호사는 사주지 못하더라도 탄원서라도 많이 받아서 검찰청에 제출해 달라는...
      교도소에서 교화 행사를 할 때는 참 많은 재소자들이 마음을 바로잡고, 출소하면 다시는 교도소에 들어오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사람들인데... 교도소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는가 보다. 많은 사람들을 다시 교도소 안에서 만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럴 때마다 6년째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교화활동을 해온 내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가야할 곳이기에 마음을 추스르고 교도소 정문을 통과한다.

      교육실에 모처럼 우리 일행이 재소자들보다 먼저 도착했다. 날씨가 꽃샘추위의 여파로 따뜻함이 그립게 만들고 있다. 교육관엔 난로가 불을 피우고 있다. 잠시 기도를 한 후에 난로 가에서 담소를 나눈다. 담소라고 해 봐야 통닭을 준비했는데 반입이 안되어 다시 가져가야 한다며, 이따 집에 갈 때 목사님과 미룡님은 두 마리씩 가져가라는, 그런 평범한 내용이다.
      재소자들이 교육실로 줄을 서서 들어온다. 반가운 눈인사가 정답다. 정확하게 2시30분이면 행사를 끝내야 한다고 미리부터 말하는 교도관의 마음을 알만하다. 새로 소장이 바뀌고 정해진 시간대로 해야 하는데, 우리는 조금이라도 재소자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려고 하니 항상 고민이었나 보다. 열린 마음 목사님의 예배 인도로 귀한 말씀을 아멘으로 받는다. 예배 도중 신자와 비신자를 파악하고 있는데 신자는 몇 명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무어냐고 물으니 어느 재소자가 하는 말 "떡 신자래요~" 떡 신자란, 교화 행사 때마다 다양한 음식을 마련해 가는데, 그 음식을 먹는 재미로 참여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란다. 한바탕 웃음이 터졌지만 마음속에 담아야 할 심각한 이야기였다.

      예배가 끝나면 음식을 나누는 시간이다. 비록 통닭은 반입이 안됐지만 떡과 과일, 음료, 과자, 커피 등은 푸짐하게 가져갔기에 분위기가 훈훈해진다. 한참을 담소하며 맛있게 음식을 나누는데 갑자기 큰소리가 난다. "누구는 커피를 두 잔씩 마시고 누구는 왜 안 주는 거야?" 교도소에서는 커피가 가장 인기 품목이다.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 하더라도 커피를 마시려고 한다. 아마 사회에 있을 때 담배를 피우던 사람은 교도소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니까 더 커피가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당황한 교도관..., 나도 모르게 속이 상해진다. 커피는 계속 나올텐데 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함이 분위기를 묘하게 바꾼다.

      목발을 짚고 가운데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내 표정이 굳어 있다고 느낀 재소자들이 조용해진다. 조용한 목소리로 '바쁜 일과 중요한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어느 믿는 집안에 예쁜 딸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몇 군데 서류를 넣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항상 집에서 외출할 때나 집으로 돌아 올 때는 교회에 들려서 기도를 하고 오라고 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 바빴습니다. 친구도 만나야 하고, 영화도 봐야하고, 놀러도 다녀야 하고, 취직 준비도 해야 했습니다. 어머니의 간절한 바램은 귀에 들려 오지도 않았습니다. 그 날 아침에도 열심히 화장을 하더니 면접을 보러 간다며 바쁘게 나갑니다.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가라'는 어머니의 소리는 귓전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30분 후에 그 아가씨는 사고로 하늘나라에 가게 됩니다. 무엇이 중요한 일이고, 무엇이 바쁜 일입니까.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조용한 분위기다. 그 사이 다시 커피가 나온다. 밖에서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수고가 있기에 가능하다.

      다시 이어지는 친교의 시간. 찬양과 짧은 간증이 어우러지는 시간, 나름대로 무언가 준비했다는 말을 듣고 그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서로 얼굴을 익히는 것도 좋으리라. 그래야 운동시간에 만나더라도 눈인사라도 할 수 있지. 사람이 살면서 서로 아는 체 한다는 것, 그것도 중요하지 않겠는가.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그들에게 평안이 있기를 기도하며 교도소를 나오는 내 마음속에, '야생초 편지'의 작가처럼 교도소 안에서의 생활이 보람되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간절함이 들어 있었다.

2003.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