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아! 소록도, 느낌은 달라도

자오나눔 2007. 1. 17. 13:45
     소록도에 사시는 한센병자들, 그들의 겉모습을 보고 잘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추하고 무섭게 보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알고 나면 눈에 보이는 일그러진 모습들이 결코 추하거나 무섭게 보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여 눈에 보이는 것으로 판단을 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분들은 항상 외로움을 친구 삼아야 했다. 어느 단체에서 쌀이랑, 음료수랑, 금일봉을 마련해 와서 전해만 주고 도망치듯 돌아서 가고 있는데, 어느 한센병자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단다. "이 무정한 사람들아 손이나 한번 잡아 주고 가시요..." 그 한마디에 그분들의 한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외로움이 깊을 수록 하나님을 찾았기에 그분들의 삶은 기도로 시작하여 기도로 마무리 되는 하루 하루로 이어진다.

     우리 자오나눔선교회가 소록도와 인연의 끈이 이어진지 벌써 8년. 1년에 4번씩 변함없이 찾아가는 사이에 그분들과 우리는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이 들어 버렸다. 동생리라는 작은 마을이지만  내 집처럼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정이 깊게 들어 있기에 서로가 나눠주고, 챙겨주고, 배려해 주려고 노력을 한다. 우리 자오와 소록도 동생리를 연결해 주신 하나님의 깊은 뜻을 다 알지는 모르지만, 항상 내 자신이 높아지려는 본성을 알게하고 그분들의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그 섬김을 배우면서 하나님께 잘했다 칭찬 받기를 원하시는 것이라 혼자 생각을 해 본다.

     우리 자오나눔에서는 1년에 4번 소록도를 찾는다. 신정, 현충일, 여름방학, 겨울. 나머지 세번은 보통 2박3일의 일정으로 가지만, 현충일에는 당일로 일정을 잡는다. 전날 밤에 길을 달려 현충일에 소록도에 도착하여 나눔과 섬김을 체험하고, 저녁에 차를 달려 돌아오면 다음날 출근는데 지장이 없기에, 주로 직장에 다니는 분들을 위한 배려라고 해도 무방하다. 멀리 동해에서부터 부천, 화성, 청주, 진주에서 모인 자오가족들 13명. 이번에도 변함없이 밤길을 달려 아침에 소록도에 도착을 했다. 6시간을 달려간 소록도. 묵묵히 우리를 반기는 섬의 겉모습은 여전히 볼품이 없다. 나나님의 배려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소록도의 일정이 시작된다.

     차에서 짐을 내리기 전에 예배당에 들어가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밤길 안전하게 올 수 있도록 하심에 감사, 피곤한 몸이지만 소록도 한센병자들에게 무언가 섬김을 배우고 갈 수 있음에 감사, 각자의 사연들도 많지만 오늘 주실 은혜가 고마워 감사, 남은 일정 열심히 섬기고 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8년전 처음 소록도에 봉사와서 첫 기도를 하던 날, 왜 그렇게도 서럽고도 감사했던지... 참 많은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그 감동을 아주 조금밖에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순수함이 많이 퇴색되었는가 보다. 13명이 한목소리로 기도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위치로 돌아 간다. 방역 소독은 김호진 집사님이, 어르신들께 대접할 점심 준비는 오세연 집사님을 중심으로 여성분들이 주방으로 들어 가시고, 지영현님은 여름방학 때 와서 작업해 드릴 부분들을 돌아보며 길이와 넓이를 재면서 의견을 나눈다. 이백진 목사님은 이쪽 저쪽을 돌아다니며 정리할 부분들을 챙기시고...

     준열이가 바닷가에 나가고 싶다고 하기에 혼자가면 위험하니 어른들 봉사하는 거 곁에서 도와 주라고 했더니 금방 부엌으로 간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섬기고 있는 동안 동생리 주민들이 모이고 예배당엔 푸짐한 점심상이 차려진다. 만나는 분들마다 반가움의 악수와 포옹이 이루어진다.
     8년전에 처음으로 휠체어를 타고 소록도 봉사에 참석 했을 때, 누가 휠체어를 밀어주지 않고 있기에 그냥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어느 할머님이 내게 다가와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순간 나도 모르게 휠체어에서 한발로 일어나 그 할머님을 포옹하며 오른쪽 뺨을 대었는데... 다시 휠체어에 앉아서 할머님을 웃으며 바라보니 그 할머님 오른쪽 뺨에 노란 고름 주머니가 4개가 보이는게 아닌가. 그순간 내 얼굴에 웃음은 사라지고 등에는 식은 땀이... 그날 밤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겉에 보이는 부분만 바라보고 그 할머님의 속깊은 정은 발견하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였다. 그 후론 그분들과 악수와 포옹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예배당에 차려진 상위에는 그분들이 잡수던 수저와 젓가락이 놓이고 음식이 놓이고... 그분들이 잡수던 식기들을 이용해 우리도 함께 점심을 나눈다. 한국야쿠르트에서 새로 개발했다는 콩국수를 구입하여 내려 갔는데 시원하게 만들어 드린 냉콩국수에 방금 버무린 겉절이를 넣어서 맛있게 잡수신다. 몸이 불편하여 참석하지 못한 분들께는 집으로 가져가 차려드리라고 챙겨주는 주방조들. 주방에서 예배당까지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고 치우고, 이마에 구슬처럼 맺혀있는 땀방울들이 영롱한 보석처럼 빛난다. 하나님 저들의 섬김이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게 하소서...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위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들 준열이가 보이지 않는다. 앞에 바닷가에 보이는가 찾아 보라고 했더니 안보인단다. 교회에서 찾다가 안 보이니 마을로 내려가서 찾게 되고, 마음에도 안보이니 해안가를 찾게 되고, 그래도 안보이니 별 생각이 다 들면서 걱정으로 변한다. 안절부절이다. 목발짚고 힘들줄도 모르고 마을에 내려가 집집마다 돌아 다녔다. 그래도 안 보인다. 길 잃은 영혼들을 이렇게 찾으실 주님을 생각한다. 주님 마음도 이리 아프실게다... 찾다가 못찾고 예배당에 올라왔는데 안보인단다. 그 순간 한쪽에 주차해 놓은 차로 가던 김호진 집사님이 "어? 여기 차에서 자고 있네~~" 각자 한마디씩... 끙.
     휴식을 취하고 있는 분들은 운전을 하고 오셧고 또 운전을 하고 가야 하기에 주무시게 하고, 나머지 일행은 마을 심방을 간다. 눈이 잘 보이지 않고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신 최무경 할아버지 댁으로 안내를 했다. 마침 식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기에 대청소를 시작하게 한다. 소록도 봉사에 처음 참석하신 서문숙, 한현숙 집사님이 적응을 잘 못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해 보시라고 밀고 나갔더니 나중에는 이분들이 더 은혜를 받으신다. 두번째 참석한 수경이는 이제 15살이지만 어른보다 더 잘한다. 섬김이 몸에 배어 있다. 자식이 잘하면 부모가 칭찬 받는다. 부모가 아이를 참 잘 키웠다. 악취로 인해 많은 인상은 찡그려지지만 그래도 열심이다. 밀려 있는 빨래도 하고, 방청소, 부엌까지 청소를 하고나니 기분도 상쾌하다. 그런데 냉장고 청소를 안한 것 같아 물어 보니 역시다. 냉장고까지 청소하게 했다. 썩어가는 음식들이 냉장고에 가득... 누가 챙겨주지 않으니 그거라도 잡수게 되었고 결국 식중독까지...
     청소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작년에 정신 이상으로 많이 힘들게 하셨던 정씨 할머님은 올핸 훨씬 정신이 맑다. 휴식을 취하던 목사님도 오셔서 봉사에 동참한다. 피곤은 해도 기분은 아주 좋은 표정들이다.

     다른 집도 청소를 해 드리려다가 시간이 부족함에 다른 봉사자들이 할 일거리를 남겨 놓는 마음으로 철수를 한다. 예배당으로 올라 오면서 소록도 전시관과 중앙공원 견학을 하게 했다. 소록도에 가면 전시관은 꼭 드려서 보고 와야 후회를 안한다. 목발짚은 손이 저려서 걷지 못하겠다. 지영현님께 가이드 부탁하고 중안공원 벤취에서 휴식. 병원 심방을 가려는데 전화가 왔다. 최무경 할아버님이 방금 퇴원을 하여 집에 계시단다. 이따 방문하겠다고 해 놓고 예배당으로 올라와 바다가 보이는 소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토론의 시간을 갖는다. 각자 소감을 말하고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등, 각자의 의견들이 다양하다. 그만큼 느낌이 달랐다는 증거리라. 결론은 보람도 있지만, 나눠주러 온 것이 아니라 너무나 많은 것을 얻어 가는 기분이라는 것, 감사로 이어지는 고백들이 참 감사하다.
     마늘을 따고 있는 아내를 중심으로 단체 사진 한장찍고 차에 올라 이동을 한다. 얼마전에 수술하고 누워계시는 박정수 장로님께도 심방을 간다. 함께 기도를 하고 준비한 위로금도 전해드린다. 장로님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모두가 울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 선다. 다음 심방을 위해... 다시 차에 올라 최무경 할라버님께 들리니 너무나 좋아 하신다. 일어서지도 못하시는 분이 일어서서 춤을 추시려고 하신다. 그만큼 반가워서 그러시리라. 호진님과 인연이 잘 연결되어 기도의 동역자신데 그 모습에 호진님 눈물이 앞을 가리는가 보다. 모두가 사랑이라... 기도명부 노트에 각자의 이름과 기도제목을 적어 드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화장지 한개라도 챙겨주시려는 소중한 마음을 그대로 받는다.

     차를 돌려 화장터, 교도소, 납골당까지 견학을 마치고 선착장으로 이동을 한다. 모두가 느낌은 달라도 이것 하나는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감사"

     2003.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