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 떡신자...

자오나눔 2007. 1. 17. 14:24
육중한 철창문들이 열리고, 작은 문이 또 열리면 조심스럽게 통과를 하는 과정을 몇 번씩 거치고 나면 그들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나옵니다. 파란 죄수복이 방문자들에게 주눅이 들게끔 하지만, 이제는 파란 죄수복에도 숙달이 되었는지 재소자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회원들의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음은, 나도 그 과정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재소자들, 그것도 장애인 재소자들에게 교화 행사를 시작한지도 벌써 7년이 되었습니다. 매월 한번씩 방문하는 곳이지만 그 사이에 수많은 재소자들이 만기 출소를 하였고, 자오나눔선교회를 통하여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난 재소자들도 참 많습니다.

교도소라는 특수성 때문이겠지만 방문자들이 수시로 바뀌곤 합니다. 그래도 2년 이상을 꾸준하게 동참해주고 있는 분들도 있으니 큰 힘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교화 행사에 참여하는 분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흔한 말로 물갈이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창골산 봉서방 회원이면서도 자오 쉼터 회원인 분들이 반절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봉사라는 매개체가 처음 만나는 사이라도 어색함의 허물을 벗겨주니 감사합니다. 많은 재소자들을 상대로 교화 행사를 하다보니 위문공연에 가까운 행사가 되어 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는 두 눈 감고 40명만 교화 행사에 참여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교도소에서 다른 팀들을 섭외하여 나머지 분들을 팀별로 나눠서 교화 행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교육관에 도착하니 벌써 자리에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탁자가 그들 앞에 놓여 있어서 훨씬 좋습니다. 기독교 행사라며 참여하기를 거부했던 재소자들이 많이 참여 했습니다. 타 종교인들이었지만 우리들의 행사에 참석을 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이 있고, 사랑이 듬뿍 담긴 음식이 푸짐하기 때문에 ‘떡신자’가 되기로 했다고 합니다. ‘떡신자’란 교화 행사를 참여하면 방문자들이 마련해간 푸짐한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신앙은 없더라도 기독교 행사에 참여하는 재소자들을 말합니다. 재소자들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졌습니다. 팔만 뻗어도 손을 잡을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더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준비한 예배 순서에 따라 간단하게 예배를 드립니다. 짧지만 기억에 남을 예배의 순서입니다.

예배가 끝나면 2부 순서가 진행됩니다. 재소자들과 방문자들이 주거니 받거니 준비한 사연이나 재능들을 펼쳐 보입니다. 4년 10개월을 교도소에서 살면서 허송세월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여 4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출소를 앞둔 재소자의 간증은 가슴 뭉클합니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는데 검정고시를 통하여 대학교에 갈 자격까지 되었다는 고백이 좋습니다. 독방에 갇혀서 성경만 죽어라 읽었다는 간증도 은혜입니다. 찬양이 어우러지고, 돌발퀴즈가 진행되고, 담소가 오고 갑니다.
재소자들에게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 이름표를 부착하라고 했었는데 교도소 측에서 깜박했답니다. 아쉽지만 다음달부터는 이름을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름은 누군가가 불러줄 때에 가치가 나타나는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보니 이름 대신 번호가 불려져왔습니다. 그들의 이름을 불러 줄 때마다 그들은 감동을 합니다. 다음달부턴 재소자들 이름 외우느라 고생할 것 같습니다.
교도소에서도 음식이 잘 나오는 편이지만 15척 담 밖의 음식을 먹고 싶어 일부러 점심을 먹지 않고 나오는 재소자들도 있습니다. 아마 그리움 때문일 것입니다. 이달부턴 교도소에서도 커피와 다른 음료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커피의 주가가 뚝 떨어졌습니다. 대신 떡하고 과일이 인기 상종가입니다. 기회가 되면 피자도 먹고 싶다는 어느 재소자의 고백에 언젠간 그렇게 되리라고 말해 줍니다. 그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달에 출소를 하는 재소자를 위해 모두가 한 목소리로 기도를 해 줍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만나더라도 다시는 파란 죄수복을 입지 않게 해 달라며 간절하게 기도를 합니다. 출소한지 며칠 만에 다시 교도소로 들어오는 재소자들이 많은 요즘입니다. 한사람이라도 더 재범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결국은 우리들을 위함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모두의 가슴에 남기를 바래봅니다. 재소자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라고 했더니, ‘월간 나눔’을 받아 보고 싶다고 합니다. 참고하겠다는 답변을 해 줍니다. 교도관의 인사와 당부 말씀이 있고, 재소자 한분의 감사 찬양을 들은 후에, 목사님의 기도로 행사를 마감합니다. 벌써 2시간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언제나 뭔가를 두고 나오는 느낌입니다. 다음 달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들의 마음을 열어 줄까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2004. 6. 11

‘봉사는 중독 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