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백합] 콩이 왜 두 쪽일까?

자오나눔 2007. 1. 17. 14:31
콩이 왜 두 쪽일까? 라는 질문을 받고, 작은 것이라도 나누며 살라는 하늘의 뜻이 아니겠느냐는 대답에, 정말 그렇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평상시에도 이웃들과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미덕으로 알고 살아가는 우리 민족들은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 되면 더 넉넉하게 이웃을 돌아보게 됩니다. 마치 그 특별한 날을 핑계로 삼는 듯 사랑을 나누는 모습들을 우리들은 보면서 자라왔습니다. 그래서 연말이나, 설, 추석이 가까워지면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웠었습니다. 특히 노인 시설이나 장애인 시설들을 찾는 발길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따뜻한 발길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들을 접했는데, 올 추석 무렵엔 더 뜸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마음은 그들과 함께 하지만 현실이 너무 어려워 내년에는 꼭 함께 하리라는 마음속의 다짐을 하는 우리들입니다. 정말 내년에는 모두가 잘 풀려서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는 따뜻한 발길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되라는 추석 밑입니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요즘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무렵에 아내와 함께 근처에 있는 양로원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아내는 이것저것 챙겨서 차에 싣습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짐을 감사드리며 차에 오릅니다. 아내는 변함없이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켭니다. 저녁노을이 유난히 아름답습니다. 한낮엔 제법 더운 것 같았는데 저녁 무렵엔 선선한 가을바람입니다. 며칠 전에 58세의 나이로 시집가신 노처녀 목사님께 전화를 드리니 외출하여 돌아오는 길이랍니다. 거의 비슷한 시간에 양로원에 도착합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차에 싣고 간 물품들을 내립니다. 명절날 친정에 찾아온 딸을 맞이하듯 기뻐하시는 할머님들. 마침 저녁을 잡수고 계십니다. 우리의 손을 잡으시며 밥 먹으라는 할머님, 엊그제 목사님 결혼식 날 보고 또 본다며 좋아하시는 할머님, 보고 싶었다는 말씀을 수시로 하시는 치매 걸리신 할머님은 오늘도 변함이 없습니다. 싣고 간 물품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드리고 신혼인 목사님 부부와 담소를 나눕니다. 이야기래야 미인가 시설에 대한 애로사항을 토론하는 정도이지만 진지하게 접근을 해 나가기도 합니다. 할머님들의 식사가 끝나자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있습니다.

할머님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양각색의 포즈를 취하고 계십니다. 무언가 열심히 골라내고 있는 할머님, 농사짓는 방법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하고 계시는 할머님은 누가 들어 주지 않아도 열변을 토하고 계십니다. 멍하게 앉아 계시는 할머님은 한분밖에 안보입니다. 전엔 서너 분이 그렇게 계셨는데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할머님들과 다시 마주 앉았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한참 하시고 나면 이제 시원하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시면서 가슴에 맺힌 일이 참 많으신가 봅니다. 올 추석 때는 도지사가 보내신 금일봉이 전부라며 세상이 많이 힘든가 보다는 어느 할머님의 말씀엔 그리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사용하지 못해 가늘어진 내 왼쪽 다리와 조막손으로 변해 있는 내 오른손을 만져 보시며 내 부모님의 안부를 물으시는 어느 할머님의 눈에선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님의 마음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오래 전에 두 분 다 돌아 가셨다고 하니 혀를 끌끌 차십니다. 그러면서 우리 자오쉼터 장애인들을 잘 지내냐는 인사를 하십니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대답을 해 드립니다. 추석 때 고향에 안 가느냐? 물으시기에 시골 작은댁이 태풍의 피해를 입어서 내려가야 한다고 했더니 제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십니다. 오랜만에 받아 보는 사랑입니다. 아내의 설거지가 끝나자 조만간에 또 오겠노라며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신혼인 목사님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쉼터로 돌아옵니다.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2004. 9. 23
‘봉사는 중독 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