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마지막 날 저녁부터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었다. 송구영신 예배를 마치고 소록도를 향하여 밤길을 달려야 하는데, 눈이 내리게 되면 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많은 갈등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해 남부지방에는 낮부터 눈이 내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출발을 앞둔 일행들도 흔들리고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는 이번 신정 소록도 봉사는 기상상태를 핑계 삼아 쉴까하는 유혹도 생긴다. 봉사를 가지 않는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꼭 가야하나라는 나눔이 답지 않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10년째 변함없이 봉사를 가서 어르신들을 섬겼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11년째 소록도 봉사 가는 첫날이라 그런지 방해하는 세력의 파워도 만만치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식한테도 얻어먹지 못한 떡국을 해마다 이렇게 대접 받아서 너무나 감사하다.”던 소록도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숨긴 고백이 떠오른다.
기상 상태가 더 나빠진다 하더라도 소록도 봉사는 예정대로 하기로 하고 봉사에 필요한 짐은 맥가이버 한님께 미리 싣고 출발하도록 한다. 안양 살림교회 팀도 예정대로 초저녁에 출발을 한다. 수시로 도로 상태를 점검하는데 감사하게도 눈이 다 녹고 도로상태는 양호하다고 한다. 전국 도로상태를 잘 아는 아내의 조언대로 대진 고속도로를 통과하여 순천 방향으로 이동을 했는데 안전하게 잘 가고 있단다. 감사하다.
송구영신 예배를 마치고 비봉IC에서 나머지 일행들을 만나서 소록도를 향하여 밤길을 달린다. 미룡간사네 가족도 곤지암에서 중부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고 있단다. 은경님 일행도 서울에서 출발을 했단다. 7대의 차량을 이용하여 35명의 봉사자들이 소록도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각자 차를 달려 중간 중간에 정해 놓은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부지런히 달린다. 우리 차도 천안에서 오혜경 집사님을 태우고 부지런히 달린다. 중간 중간에 휴게소에서 만난 일행들에게 졸음 운전하지 않도록 다시 주의를 준다. 어느새 아침은 밝아 오는데 뒤 따라오던 상규형제 차와 미룡 간사네 차가 비틀거린다. 바로 전화를 하여 주의를 주며 잠을 깨도록 한다. 운전 교대자가 없어서 장거리를 혼자 운전하려니 위험할 때가 많다. 중간에 다시 한번 휴식을 취한 후에 부지런히 차를 달리니 소록도가 보이는 녹동항이다. 두 번째 배까지 소록도에 들어갔다가 나온다. 아내는 녹동 시장에 있는 떡집에 떡을 주문하고 시장을 봐 오기 위해 맥가이버님과 녹동에 남는다.
배를 타고 소록도를 향해 가는데 동쪽하늘에 둥근 해가 떠오르고 있다. 새해 첫 일출이다. 배 안에서 2005년 첫 일출을 구경한다. 참 아름답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감사하다. 우리가 무엇이라고 이렇게 멋진 첫 일출을 구경하게 하시는지…….
예정대로 소록도에 도착하여 우리의 숙소인 동성교회에 주차를 한다. 모두 예배당으로 들어가 간단한 기도를 한 후에,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각자의 숙소를 정해 준다. 짧은 기간에 많은 봉사를 하고, 많은 깨달음을 얻고 가자고 교육을 했다. 힘들더라도 웃으며 열심히 하고 가자고 했다. 마침 이번 봉사에는 2-30대가 80%를 차지하기에 웃음소리가 자주 들려와서 좋다. 아내가 시장을 보고 도착하자 바로 식사 봉사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아침도 늦게 먹으며 점심을 겸한다.
아침 식사를 한 후에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한다. 떡국을 끓여드리기 위해 준비하는 봉사자, 다음날 도시락을 나눠드리기 위해 도시락에 넣을 음식을 만드는 봉사자, 예배당에 멋진 수막을 설치하는 봉사자, 성탄트리를 철거하는 봉사자, 예배당에 전등이 부족하다며 전등을 더 설치하고 있는 봉사자,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해 주고 있다. 교육관에서는 김한나 권사님과 오혜경 집사님이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이발 봉사자가 섭외되지 않아 소록도 전체 주민들께는 못해드리고 동생리 주민만 이발을 해 드린다. 두 분은 마침 우리 자오나눔선교회(자오쉼터) 회원이라 자연스럽게 소록도 봉사에 참석하게 되었고 이발까지 해 드리게 된 것이다. 가위춤을 현란하게 추고 있는 두 분을 격려 한 후, 소록도 동성교회 강대시 장로님과 면담을 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꼭 필요하다고 해서 400만 화소짜리 카메라를 사 가지고 갔었다. 카메라를 전해 드리며 사용법은 이따가 가르쳐 드린다고 하니 기뻐하신다.
만두를 만들고, 전을 열심히 부치고 있는 봉사자들에게서 웃음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웃음소리는 언제나 듣기 좋다. 동생리 어르신들을 초대하여 떡국을 대접한다. 청년 몇 명은 마을로 내려가 어르신들을 부축하여 모셔온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 처음 만나는 한센병자들이지만 내 이웃집 어르신께 하듯 자연스럽게 섬기는 모습이 고맙고 감사하다. 2005년 첫 날 밥상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만남에는 먹을거리가 있을 때는 더욱 화목해 진다. 화목은 행복을 동반한다.
저녁 시간은 봉사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소록도 주민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시간부터 시작된다. 강대시 장로님이 초대되어 간증을 들려주신다. 참으로 한 많은 삶이다. 이어서 소록도에 대하여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궁금한 것들이 참 많았다. 질문과 대답을 통하여 소록도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었다. 이 내용은 녹화를 하여 자오쉼터(http://cafe.daum.net/jaonanum)에 올려놓았다. 우리가 문둥이라고 부르며 바라보았던 이분들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그 삶 속에서 지켜온 신앙은 어떤 것인가를 새롭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계속되는 찬양과 기도회는 우리 모두를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새해 첫 날 밤에 소록도에서 가슴 뜨겁게 기도를 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체험해 보지 않는 사람은 절대 그 감동을 알지 못한다. 살림교회 이영화 청년의 찬양인도, 남양장로교회의 오성규 목사님의 기도회 인도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양준열) 녀석의 기도 제목이 아빠를 울린다. “우리 자오쉼터 장애인들이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아빠는 장애인 시설 원장이면서도 우리 자오쉼터 장애인들을 위한 기도제목 대신 다른 기도제목을 써 냈는데, 녀석은 이미 가족이 되어버린 자오쉼터 장애인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부끄럽고 미안하고, 죄송하고 감사하고, 감격하고 고마웠다.
그렇게 이어진 순서는 밤 10시에 끝난다. 아내와 맥가이버님이 준비해 온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진다. 잔잔한 감동이 이어지는 순간이다. 자정이 가까울 무렵에야 잠자리에 들어가는 봉사자들. 새벽 3시 30분까지 예배당에 모여서 찬양을 시작하자고 했다. 새벽 예배가 4시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2005년 나눔의 일정을 놓고 개인적인 기도시간을 갖다가 잠자리에 든다.
처음 참석한 봉사자들은 새벽예배 시간에 많은 감동을 받았는가 보다. 환갑이 넘으신 분들이 성가대로 찬양을 드리는 모습, 조막손으로 피아노 반주를 하시는 장로님, 한센병자로 전도사까지 되어 설교를 하시는 천우일 전도사님, 고무다리를 착용하고 새벽예배에 참석하신 팔순의 할머님, 할아버님을 보고 많은 은혜를 받았는가 보다. 감사하다. 새벽 예배 후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 사이에도 아내는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고맙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고 감사하다.
아침 8시에 새해 첫 주일 대예배를 소록도 성도님들과 함께 드렸다. 자오쉼터 가족들 나오라고 하여 특송을 했다. 참으로 귀한 시간이다. 박대철 강도사님의 설교가 명쾌하다. 예배를 마치고 병원 심방을 가신단다. 얼른 목사님들과 돌아가면 단기선교에 참석할 자매들과 찬양 인도자를 심방조에 편성하게 한다. 모두 참석은 못하지만 꼭 가야 할 분들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르신들께 문안을 가게 했다. 소록도의 실체는 병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후 예배까지 드리고 철수하기로 했다. 자오쉼터가 있는 화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지난밤에 받고 기도하다가 마음속으로 하루 먼저 철수하기로 정했다. 마침 다음날 출근 때문에 철수를 해야 한다는 봉사자가 많았다. 남는 사람은 우리가족과 몇 명의 봉사자뿐이라 양해를 구하고 모두 함께 철수하기로 했다. 대신 자오쉼터에 올라가서 하루를 유하며 봉사를 하기로 했다. 알아서 짐을 챙기고 오후 예배 마치면 바로 철수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미룡간사가 떡을 찾아서 차에 싣고 가족들과 함께 들어 왔다. 예배를 마친 후 도시락 작업에 들어 간다. 예배당에 음식 담은 그릇을 즐비하게 늘어 놓고 순서대로 도시락에 담는다. 종류별로 담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담아 주려는 마음은 넉넉하게 준비한 음식이 부족하게 만든다. 주방에서 급하게 음식을 만드는 동안 예배당에 앉아서 각자의 소감을 들어 본다. 각자가 느낀 감동을 다르지만 모두가 은혜이다. 음식이 나오자 다시 도시락 작업을 한다. 어느새 도시락 작업도 끝났다.
이제는 오후 예배시간 전까지 마을에 심방을 가도록 했다. 어르신들과 직접 대화도 나눠보고 함께 기도 제목도 나누고, 함께 사람 사는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집 앞에까지 안내하며 몇 군데로 나눠서 방문을 하게 했다. 그중 한 가정에는 내가 인도하여 들어가 소개도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해 주고, 장로님 댁으로 이동을 한다. 내 목발도 힘이 드는지 휘청거린다. 장로님 댁에 들려 컴퓨터에 프로그램 깔아드리고 카메라 사용법 알려 드리고 오후 예배를 드리러 가기 위해 동성교회로 온다.
차에 짐을 모두 싣고 뒷정리까지 깨끗하게 하고 있는 봉사자들, 역시 아름다운 모습이다. 소록도 연합교회 앞에 차를 주차하고 도시락을 나눠드릴 장소에 도시락도 준비해 놓고 예배에 참석한다. 예배에 참석하신 400여분의 모습들이 경건하다. 2미터 정도 높이 설치되어 있은 강대상이 내게는 혼선을 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어르신들과 예배를 드리며 문득 떠오르는 것은 이분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소중한 분이라는 것이었다.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감사함은 즉각 표현을 해야 하는데…….
예배를 마치고 출구에 서서 인사를 드리며 도시락을 나눠 드린다. 재직회의를 하시는 분들 몫은 따로 남겨 놓고 모두 차에 오른다. 선착장을 향해 출발. 마음은 벌써 화성에 도착해 있다. 문제가 잘 해결 되어야 할 텐데……. 주님의 인도하심은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 기대를 해 보며 차창 밖을 본다. 소중한 시간들이었고, 아쉬운 시간이었고,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이 하루도 감사하며 살아가야지…….
2005. 1. 4
‘봉사는 중독 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마음 한구석에는 이번 신정 소록도 봉사는 기상상태를 핑계 삼아 쉴까하는 유혹도 생긴다. 봉사를 가지 않는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꼭 가야하나라는 나눔이 답지 않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10년째 변함없이 봉사를 가서 어르신들을 섬겼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11년째 소록도 봉사 가는 첫날이라 그런지 방해하는 세력의 파워도 만만치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식한테도 얻어먹지 못한 떡국을 해마다 이렇게 대접 받아서 너무나 감사하다.”던 소록도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숨긴 고백이 떠오른다.
기상 상태가 더 나빠진다 하더라도 소록도 봉사는 예정대로 하기로 하고 봉사에 필요한 짐은 맥가이버 한님께 미리 싣고 출발하도록 한다. 안양 살림교회 팀도 예정대로 초저녁에 출발을 한다. 수시로 도로 상태를 점검하는데 감사하게도 눈이 다 녹고 도로상태는 양호하다고 한다. 전국 도로상태를 잘 아는 아내의 조언대로 대진 고속도로를 통과하여 순천 방향으로 이동을 했는데 안전하게 잘 가고 있단다. 감사하다.
송구영신 예배를 마치고 비봉IC에서 나머지 일행들을 만나서 소록도를 향하여 밤길을 달린다. 미룡간사네 가족도 곤지암에서 중부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고 있단다. 은경님 일행도 서울에서 출발을 했단다. 7대의 차량을 이용하여 35명의 봉사자들이 소록도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각자 차를 달려 중간 중간에 정해 놓은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부지런히 달린다. 우리 차도 천안에서 오혜경 집사님을 태우고 부지런히 달린다. 중간 중간에 휴게소에서 만난 일행들에게 졸음 운전하지 않도록 다시 주의를 준다. 어느새 아침은 밝아 오는데 뒤 따라오던 상규형제 차와 미룡 간사네 차가 비틀거린다. 바로 전화를 하여 주의를 주며 잠을 깨도록 한다. 운전 교대자가 없어서 장거리를 혼자 운전하려니 위험할 때가 많다. 중간에 다시 한번 휴식을 취한 후에 부지런히 차를 달리니 소록도가 보이는 녹동항이다. 두 번째 배까지 소록도에 들어갔다가 나온다. 아내는 녹동 시장에 있는 떡집에 떡을 주문하고 시장을 봐 오기 위해 맥가이버님과 녹동에 남는다.
배를 타고 소록도를 향해 가는데 동쪽하늘에 둥근 해가 떠오르고 있다. 새해 첫 일출이다. 배 안에서 2005년 첫 일출을 구경한다. 참 아름답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감사하다. 우리가 무엇이라고 이렇게 멋진 첫 일출을 구경하게 하시는지…….
예정대로 소록도에 도착하여 우리의 숙소인 동성교회에 주차를 한다. 모두 예배당으로 들어가 간단한 기도를 한 후에,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각자의 숙소를 정해 준다. 짧은 기간에 많은 봉사를 하고, 많은 깨달음을 얻고 가자고 교육을 했다. 힘들더라도 웃으며 열심히 하고 가자고 했다. 마침 이번 봉사에는 2-30대가 80%를 차지하기에 웃음소리가 자주 들려와서 좋다. 아내가 시장을 보고 도착하자 바로 식사 봉사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아침도 늦게 먹으며 점심을 겸한다.
아침 식사를 한 후에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한다. 떡국을 끓여드리기 위해 준비하는 봉사자, 다음날 도시락을 나눠드리기 위해 도시락에 넣을 음식을 만드는 봉사자, 예배당에 멋진 수막을 설치하는 봉사자, 성탄트리를 철거하는 봉사자, 예배당에 전등이 부족하다며 전등을 더 설치하고 있는 봉사자,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해 주고 있다. 교육관에서는 김한나 권사님과 오혜경 집사님이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이발 봉사자가 섭외되지 않아 소록도 전체 주민들께는 못해드리고 동생리 주민만 이발을 해 드린다. 두 분은 마침 우리 자오나눔선교회(자오쉼터) 회원이라 자연스럽게 소록도 봉사에 참석하게 되었고 이발까지 해 드리게 된 것이다. 가위춤을 현란하게 추고 있는 두 분을 격려 한 후, 소록도 동성교회 강대시 장로님과 면담을 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꼭 필요하다고 해서 400만 화소짜리 카메라를 사 가지고 갔었다. 카메라를 전해 드리며 사용법은 이따가 가르쳐 드린다고 하니 기뻐하신다.
만두를 만들고, 전을 열심히 부치고 있는 봉사자들에게서 웃음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웃음소리는 언제나 듣기 좋다. 동생리 어르신들을 초대하여 떡국을 대접한다. 청년 몇 명은 마을로 내려가 어르신들을 부축하여 모셔온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 처음 만나는 한센병자들이지만 내 이웃집 어르신께 하듯 자연스럽게 섬기는 모습이 고맙고 감사하다. 2005년 첫 날 밥상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만남에는 먹을거리가 있을 때는 더욱 화목해 진다. 화목은 행복을 동반한다.
저녁 시간은 봉사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소록도 주민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시간부터 시작된다. 강대시 장로님이 초대되어 간증을 들려주신다. 참으로 한 많은 삶이다. 이어서 소록도에 대하여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궁금한 것들이 참 많았다. 질문과 대답을 통하여 소록도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었다. 이 내용은 녹화를 하여 자오쉼터(http://cafe.daum.net/jaonanum)에 올려놓았다. 우리가 문둥이라고 부르며 바라보았던 이분들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그 삶 속에서 지켜온 신앙은 어떤 것인가를 새롭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계속되는 찬양과 기도회는 우리 모두를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새해 첫 날 밤에 소록도에서 가슴 뜨겁게 기도를 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체험해 보지 않는 사람은 절대 그 감동을 알지 못한다. 살림교회 이영화 청년의 찬양인도, 남양장로교회의 오성규 목사님의 기도회 인도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양준열) 녀석의 기도 제목이 아빠를 울린다. “우리 자오쉼터 장애인들이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아빠는 장애인 시설 원장이면서도 우리 자오쉼터 장애인들을 위한 기도제목 대신 다른 기도제목을 써 냈는데, 녀석은 이미 가족이 되어버린 자오쉼터 장애인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부끄럽고 미안하고, 죄송하고 감사하고, 감격하고 고마웠다.
그렇게 이어진 순서는 밤 10시에 끝난다. 아내와 맥가이버님이 준비해 온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진다. 잔잔한 감동이 이어지는 순간이다. 자정이 가까울 무렵에야 잠자리에 들어가는 봉사자들. 새벽 3시 30분까지 예배당에 모여서 찬양을 시작하자고 했다. 새벽 예배가 4시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2005년 나눔의 일정을 놓고 개인적인 기도시간을 갖다가 잠자리에 든다.
처음 참석한 봉사자들은 새벽예배 시간에 많은 감동을 받았는가 보다. 환갑이 넘으신 분들이 성가대로 찬양을 드리는 모습, 조막손으로 피아노 반주를 하시는 장로님, 한센병자로 전도사까지 되어 설교를 하시는 천우일 전도사님, 고무다리를 착용하고 새벽예배에 참석하신 팔순의 할머님, 할아버님을 보고 많은 은혜를 받았는가 보다. 감사하다. 새벽 예배 후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 사이에도 아내는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고맙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고 감사하다.
아침 8시에 새해 첫 주일 대예배를 소록도 성도님들과 함께 드렸다. 자오쉼터 가족들 나오라고 하여 특송을 했다. 참으로 귀한 시간이다. 박대철 강도사님의 설교가 명쾌하다. 예배를 마치고 병원 심방을 가신단다. 얼른 목사님들과 돌아가면 단기선교에 참석할 자매들과 찬양 인도자를 심방조에 편성하게 한다. 모두 참석은 못하지만 꼭 가야 할 분들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르신들께 문안을 가게 했다. 소록도의 실체는 병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후 예배까지 드리고 철수하기로 했다. 자오쉼터가 있는 화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지난밤에 받고 기도하다가 마음속으로 하루 먼저 철수하기로 정했다. 마침 다음날 출근 때문에 철수를 해야 한다는 봉사자가 많았다. 남는 사람은 우리가족과 몇 명의 봉사자뿐이라 양해를 구하고 모두 함께 철수하기로 했다. 대신 자오쉼터에 올라가서 하루를 유하며 봉사를 하기로 했다. 알아서 짐을 챙기고 오후 예배 마치면 바로 철수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미룡간사가 떡을 찾아서 차에 싣고 가족들과 함께 들어 왔다. 예배를 마친 후 도시락 작업에 들어 간다. 예배당에 음식 담은 그릇을 즐비하게 늘어 놓고 순서대로 도시락에 담는다. 종류별로 담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담아 주려는 마음은 넉넉하게 준비한 음식이 부족하게 만든다. 주방에서 급하게 음식을 만드는 동안 예배당에 앉아서 각자의 소감을 들어 본다. 각자가 느낀 감동을 다르지만 모두가 은혜이다. 음식이 나오자 다시 도시락 작업을 한다. 어느새 도시락 작업도 끝났다.
이제는 오후 예배시간 전까지 마을에 심방을 가도록 했다. 어르신들과 직접 대화도 나눠보고 함께 기도 제목도 나누고, 함께 사람 사는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집 앞에까지 안내하며 몇 군데로 나눠서 방문을 하게 했다. 그중 한 가정에는 내가 인도하여 들어가 소개도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해 주고, 장로님 댁으로 이동을 한다. 내 목발도 힘이 드는지 휘청거린다. 장로님 댁에 들려 컴퓨터에 프로그램 깔아드리고 카메라 사용법 알려 드리고 오후 예배를 드리러 가기 위해 동성교회로 온다.
차에 짐을 모두 싣고 뒷정리까지 깨끗하게 하고 있는 봉사자들, 역시 아름다운 모습이다. 소록도 연합교회 앞에 차를 주차하고 도시락을 나눠드릴 장소에 도시락도 준비해 놓고 예배에 참석한다. 예배에 참석하신 400여분의 모습들이 경건하다. 2미터 정도 높이 설치되어 있은 강대상이 내게는 혼선을 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어르신들과 예배를 드리며 문득 떠오르는 것은 이분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소중한 분이라는 것이었다.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감사함은 즉각 표현을 해야 하는데…….
예배를 마치고 출구에 서서 인사를 드리며 도시락을 나눠 드린다. 재직회의를 하시는 분들 몫은 따로 남겨 놓고 모두 차에 오른다. 선착장을 향해 출발. 마음은 벌써 화성에 도착해 있다. 문제가 잘 해결 되어야 할 텐데……. 주님의 인도하심은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 기대를 해 보며 차창 밖을 본다. 소중한 시간들이었고, 아쉬운 시간이었고,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이 하루도 감사하며 살아가야지…….
2005. 1. 4
‘봉사는 중독 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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