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반점-이하 반점으로 표기)는 기본적으로 문장을 읽어내려가는데 숨을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 반점은 또 단어, 구, 절 등의 경계를 짓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현행 맞춤범 규정에서는 반점을 넣어야 할 경우를 여러 가지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맞춤법의 쉼표 규정은 일반적인 규범일 뿐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 요컨대 글의 성격에 따라, 또는 필자의 취향에 따라 반점을 사용하는 예가 다르다. 신문·잡지의 기사체에서는 가급적 반점을 생략하며, 수필이나 소설은 작가의 개성에 맡기되 반점의 원칙이 비교적 지켜진다.(요즘에는 반점의 사용을 선호하는 신문이 느는 편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신문, 잡지도 반점의 사용에 적극적이었으면 합니다. 반점은 글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신문사에서는 거슬린다, 보기에 좋지 않다, 담숨에 읽어내려가도록 하려면 반점이 없는 게 낫다는 등의 이유로 외면하는 편입니다)
논리성을 띤 글에서는 반점이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며, 비논리적이고 가벼운 성격의 글에서는 반점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다.
이밖에 한 문장안에 여러 개의 반점이 들어 있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이 경우 숨이 자주 끊기고 시각적으로 혼란스러운 감을 준다. 반대로 반점을 넣어야 할 곳에 넣지 않으면 전달력이 떨어지거나 엉뚱한 의미로 변질되기도 한다.
요컨대 반점을 잘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곧 문장의 맛을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반점의 여러 쓰임 예를 알아보면서 그 맛을 음미하고, 오용에 따른 오해 발생 소지를 살펴보자.
1.반점의 사용법
가. 같은 자격의 어구가 열거될 때에 쓴다.
◇ 근면, 검소, 협동은 우리 겨레의 미덕이다.
이때는 가운뎃점(·)과 쓰임 예가 같다. 둘 사이에는 어느 때 어느 것을 써야 옳다는 명확한 구별이 있지 않다. 예컨대 가운뎃점의 경우 어문규정에서는 ‘같은 계열의 단어 사이에 쓴다’고 설명하고 다음과 같은 예문을 들었다.
◇ 경북 방언의 조사·연구
◇ 충북·충남 두 도를 합하여 충청도라고 한다.
◇ 동사·형용사를 합하여 용언이라고 한다.
그러나 ‘같은 계열’과 ‘같은 자격’이 엄격한 구별을 갖지는 못하는 만큼 현행 표기의 용례에서도 반점과 가운뎃점을 혼용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분위기이다. 다음 문장은 반점과 가운뎃점을 임기응변식으로 섞어 쓴 예다.
◇ 사과·배·감 이런 것들을 과일이라고 한다.
◇ 사과, 배, 감이 놓여 있다.
반점과 가운뎃점 사이에 구별이 지어지는 예도 있다.
첫째, 반점으로 열거된 어구가 다시 여러 단위로 나누어질 때 가운뎃점을 쓴다.
◇ 철수·영이, 영수·순이가 서로 짝이 되어 윷놀이를 하였다.
◇ 시장에 가서 사과·배·복숭아, 고추·마늘·파, 조기·명태·고등어를 샀다.
둘째, 열거된 어구에 띄어쓰기된 낱말이 포함되어 있을 때는 반점을 사용한다.
◇ 흰 사과, 누런 배, 맛있는 복숭아를 샀다.
◇ 사과, 누런 배, 복숭아를 샀다.
◇?사과·누런 배·복숭아를 샀다.
마지막 예문에서 가운뎃점을 사용하기 곤란한 이유는 시각적으로 ‘사과와 누런’, 그리고 ‘배와 복숭아’가 한 조를 이루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나. 짝을 지어 구별할 필요가 있을 때 쓴다.
◇ 닭과 지네, 개와 고양이는 상극이다.
◇ 발없이 걷는 동물, 날개없이 나는 새는 없다.
이 때의 반점은 연결조사 ‘와/과’와 같은 기능을 한다. 그러나 ‘와/과’를 넣을 경우 앞이나 뒤에 놓인 ‘와/과’와 겹치기 때문에 이를 피할 목적으로 쉼표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 바로 다음의 말을 꾸미지 않을 때 쓴다.
◇ 슬픈 사연을 간직한, 경주 불국사의 무영탑
◇ 성질 급한, 철수의 누이동생이 화를 냈다.
여기서 쉼표는 꾸밈 관계를 명확히 하는 기능을 한다. 즉 첫째 문장에서는 쉼표를 넣음으로써 쉼표 앞에 놓인 구가 멀리 떨어진 ‘무영탑’에 연결됨을 알 수 있게 한다. 만약 쉼표를 생략하면 바로 뒤에 오는 ‘경주’를 수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쉼표를 생략하더라도 내용의 흐름으로써 수식관계를 파악할 수 있기도 하다. 둘째 문장은 쉼표를 생략할 경우 수식관계를 파악하기 힘들다. 쉼표 앞의 구가 ‘철수’와 ‘누이동생’ 중 어느 쪽을 꾸미는지 알 수 없다. 이처럼 수식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반드시 해당 위치에 쉼표를 넣어야 한다.
라. 대등하거나 종속적인 절이 이어질 때 절 사이에 쓴다.
◇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난다.
◇ 여당은 현행 정치자금법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입장이나, 야당은 이를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문화는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유익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최고의 무형 자산이다.
이런 경우의 반점은 생략해도 된다. 다만, 반점이 없으면 호흡이 길어지기 때문에 읽어 내려가는데 다소 불편이 있고, 주술관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의미 전달이 늦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경우 반점을 넣는 게 좋다.
마. 부르는 말이나 대답하는 말, 가벼운 감탄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쓴다.
◇ 얘야, 이리 오너라.
◇ 예, 지금 가겠습니다.
◇ 아, 깜빡 잊었구나.
바. 제시어 다음에 쓰며 의성어를 강렬하게 표현할 때도 쓴다.
◇ 빵, 빵이 인생의 전부이더냐.
◇ 용기, 이것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은이의 자산이다.
◇ 코브라의 혀가 쉭, 하는 소리를 냈다.
사. 도치된 문장에 쓴다.
◇ 이리 오세요, 어머님.
◇ 다시 보자, 한강수야.
아. 문장 첫머리의 접속이나 연결을 나타내는 말 다음에 쓴다. 다만 일반적으로 쓰이는 접속어(그러나, 그러므로, 그리고, 그런데 등) 뒤에는 쓰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 첫째, 몸이 튼튼해야 한다.
◇ 아무튼, 나는 집에 돌아가겠다.
◇ 그러나 너는 실망할 필요가 없다.
자. 문장 중간에 구절이 끼어들 때 그 구절 앞뒤에 쓴다.
◇ 나는,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이 별로 탐탁하지 않소.
◇ 철수는 미소를 띠고, 속으로는 화가 치밀었지만, 그들을 맞았다.
◇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만약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해 본다면, 남을 괴롭히는 일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 깨달을 것이다.
차. 되풀이를 피하기 위하여 한 부분을 줄일 때에 쓴다.
◇ 여름에는 바다에서, 겨울에는 산에서 휴가를 즐겼다.
◇ 학생들은 펜팔 상대로 국어선생을, 결혼 상대로 영어선생을 꼽았다.
카. 문맥상 끊어 읽어야 할 곳에 쓴다.
◇ 갑돌이가 울면서, 떠나는 갑순이를 배웅했다.
◇ 갑돌이가, 울면서 떠나는 갑순이를 배웅했다.
◇ 철수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이다.
◇ 고시조는, 홀로 고독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성찰하는 현대 시조의 창작 동기와는 전혀 다른 동기에 의해서 창작되었던 것이기도 하다.(김대행, 우리 詩의 틀)
◇ 해방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사람들은 너나없이 물속에 뛰어들었다.
◇ 이 집 저 집 강아지들이, 짖기는커녕 낯선 이가 반갑다고 졸졸 따라다닌다.(이 경우 쉼표가 없으면, ‘강아지’와 ‘낯선 이’가 대등 주어 역할을 하여 ‘강아지는 짖지 않고, 낯선 이는 졸졸 따라다닌다’가 된다.)
◇ 잠시, 밤의 주인은 왕의 아들에게 순종하는 것처럼 보였다(→잠시 후, 밤의 주인은 왕의 아들에게 순종하는 것처럼 보였다.)
타. 숫자를 나열할 때, 수의 폭이나 개략의 수를 나타낼 때,수의 자릿점을 나타낼 때 쓴다.
◇ 1, 2, 3, 4 ◇ 5, 6세기 ◇ 14,314
파. 인용문을 나타낼 때 인용문 뒤에 반점을 넣는다.
◇ 누군가 너는 황금 덩어리를 주웠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 라고 묻는다면 너는 무엇이라고 대답하겠는가.
◇ 람세스는 살아남았고, 그를 죽이려 했던 괴한은 죽었고, 그리고 공범은 행방불명이다, 무엇 때문에 더 뒤져낸단 말인가? 그런 거겠죠.
하. 용언이 연결어미‘하여’를 수반할 때 이를 대신하여 쉼표를 넣기도 한다. 이는 신문·잡지 등의 기사체 문장에서 흔히 쓰인다. 그러나 다른 일반 글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 서가에는 전공책을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책이 있었다.
◇→ 서가에는 전공책을 비롯, 여러 종류의 책이 있었다.
◇ 부하 직원의 비리행위와 관련하여 그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 부하 직원의 비리행위와 관련, 그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 당시 기사를 썼던 아무개 기자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 원고의 변호인에 의해 ‘철없이 함부로 기사를 쓴 기자’라는 어처구니없는 질타를 받았다.
이같이 연결어미‘하여’를 생략하고 반점을 넣으면 문장을 긴박하게 이끄는 효과가 있다. 또 반점을 기준으로 전후 문맥을 분리하여 읽도록 하는 지침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위의 마지막 예문이 그 좋은 실례라 할 수 있다.
특히 한 문장에 연결어미 ‘하여’를 수반하는 용언이 둘 이상 나올 경우 음률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앞에 나오는 용언의 어미 대신 쉼표를 넣기도 한다. 아래 예문을 보자.
◇ 아무개는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여 여장을 푼 뒤 곧바로 회담장소에 도착하여 회담에 임했다.
◇→ 아무개는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 여장을 푼 뒤 곧바로 회담장소에 도착하여 회담에 임했다.
그러나 음률의 충돌을 방지할 목적으로 같은 성격의 반점을 두번 이상 사용하면 역시 반점에 의한 음률충돌을 빚는다. 곧 위의 예문을 바꾸어 다음과 같이 고친 경우를 말한다.
◇?→아무개는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 여장을 푼 뒤 곧바로 회담장소에 도착, 회담에 임했다.
2. 반점의 오용례
이미 반점의 사용례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같은 자격의 어구가 나열될 때 반점을 쓴다. 그러나 이 때에 주의할 점은 같은 자격의 어구가 대등한 형식으로 나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의 예문을 보자.
◇ 정부는 p3c 해상초계기, 링스 대잠수함헬기, 잠수함을 빠른 시일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 예문은 ‘p3c 해상초계기’와 ‘링스 대잠수함헬기’ 그리고 ‘잠수함’ 세 가지를 나열하면서 그 사이에 반점을 넣어 병렬 관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앞의 두 가지는 수식·피수식 관계에 있는 명사구이지만 마지막은 한 낱말로 되어 있다. 이로써 대구가 성립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링스’가 ‘대잠수함헬기’와 ‘잠수함’을 동시에 수식하는 오류를 피하기 어렵다. 이같은 이중의 해석을 피하려면 수식관계를 명확히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래에 그 예를 들어 보았다.
◇→ 정부는 잠수함을 비롯하여 p3c 해상초계기, 링스 대잠수함 헬기를 빠른 시일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 정부는 p3c 해상초계기, 링스 대잠수함헬기 및 잠수함을 빠른 시일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 정부는 잠수함, p3c 해상초계기, 링스 대잠수함헬기를 빠른 시일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단어와 구가 섞여 나열되었다 하더라도 구의 구조가 복합명사의 기능을 할 때는 쉼표의 기능이 어색하지 않다. 다시 말하면 그 구가 의미상 한 단어의 역할을 할 때는 대비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아래 예문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 테이블 위에는 숫돌, 청동 면도기, 나무 빗, 호리병박, 나무 서판 필사 파레트가 각각 하나씩 놓여 있었다.
◇ 겁쟁이, 불안한 사람, 허영쟁이, 침착한 사람……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파라오의 권위 아래 모여 있었다....
그러나 맞춤법의 쉼표 규정은 일반적인 규범일 뿐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 요컨대 글의 성격에 따라, 또는 필자의 취향에 따라 반점을 사용하는 예가 다르다. 신문·잡지의 기사체에서는 가급적 반점을 생략하며, 수필이나 소설은 작가의 개성에 맡기되 반점의 원칙이 비교적 지켜진다.(요즘에는 반점의 사용을 선호하는 신문이 느는 편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신문, 잡지도 반점의 사용에 적극적이었으면 합니다. 반점은 글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신문사에서는 거슬린다, 보기에 좋지 않다, 담숨에 읽어내려가도록 하려면 반점이 없는 게 낫다는 등의 이유로 외면하는 편입니다)
논리성을 띤 글에서는 반점이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며, 비논리적이고 가벼운 성격의 글에서는 반점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다.
이밖에 한 문장안에 여러 개의 반점이 들어 있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이 경우 숨이 자주 끊기고 시각적으로 혼란스러운 감을 준다. 반대로 반점을 넣어야 할 곳에 넣지 않으면 전달력이 떨어지거나 엉뚱한 의미로 변질되기도 한다.
요컨대 반점을 잘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곧 문장의 맛을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반점의 여러 쓰임 예를 알아보면서 그 맛을 음미하고, 오용에 따른 오해 발생 소지를 살펴보자.
1.반점의 사용법
가. 같은 자격의 어구가 열거될 때에 쓴다.
◇ 근면, 검소, 협동은 우리 겨레의 미덕이다.
이때는 가운뎃점(·)과 쓰임 예가 같다. 둘 사이에는 어느 때 어느 것을 써야 옳다는 명확한 구별이 있지 않다. 예컨대 가운뎃점의 경우 어문규정에서는 ‘같은 계열의 단어 사이에 쓴다’고 설명하고 다음과 같은 예문을 들었다.
◇ 경북 방언의 조사·연구
◇ 충북·충남 두 도를 합하여 충청도라고 한다.
◇ 동사·형용사를 합하여 용언이라고 한다.
그러나 ‘같은 계열’과 ‘같은 자격’이 엄격한 구별을 갖지는 못하는 만큼 현행 표기의 용례에서도 반점과 가운뎃점을 혼용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분위기이다. 다음 문장은 반점과 가운뎃점을 임기응변식으로 섞어 쓴 예다.
◇ 사과·배·감 이런 것들을 과일이라고 한다.
◇ 사과, 배, 감이 놓여 있다.
반점과 가운뎃점 사이에 구별이 지어지는 예도 있다.
첫째, 반점으로 열거된 어구가 다시 여러 단위로 나누어질 때 가운뎃점을 쓴다.
◇ 철수·영이, 영수·순이가 서로 짝이 되어 윷놀이를 하였다.
◇ 시장에 가서 사과·배·복숭아, 고추·마늘·파, 조기·명태·고등어를 샀다.
둘째, 열거된 어구에 띄어쓰기된 낱말이 포함되어 있을 때는 반점을 사용한다.
◇ 흰 사과, 누런 배, 맛있는 복숭아를 샀다.
◇ 사과, 누런 배, 복숭아를 샀다.
◇?사과·누런 배·복숭아를 샀다.
마지막 예문에서 가운뎃점을 사용하기 곤란한 이유는 시각적으로 ‘사과와 누런’, 그리고 ‘배와 복숭아’가 한 조를 이루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나. 짝을 지어 구별할 필요가 있을 때 쓴다.
◇ 닭과 지네, 개와 고양이는 상극이다.
◇ 발없이 걷는 동물, 날개없이 나는 새는 없다.
이 때의 반점은 연결조사 ‘와/과’와 같은 기능을 한다. 그러나 ‘와/과’를 넣을 경우 앞이나 뒤에 놓인 ‘와/과’와 겹치기 때문에 이를 피할 목적으로 쉼표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 바로 다음의 말을 꾸미지 않을 때 쓴다.
◇ 슬픈 사연을 간직한, 경주 불국사의 무영탑
◇ 성질 급한, 철수의 누이동생이 화를 냈다.
여기서 쉼표는 꾸밈 관계를 명확히 하는 기능을 한다. 즉 첫째 문장에서는 쉼표를 넣음으로써 쉼표 앞에 놓인 구가 멀리 떨어진 ‘무영탑’에 연결됨을 알 수 있게 한다. 만약 쉼표를 생략하면 바로 뒤에 오는 ‘경주’를 수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쉼표를 생략하더라도 내용의 흐름으로써 수식관계를 파악할 수 있기도 하다. 둘째 문장은 쉼표를 생략할 경우 수식관계를 파악하기 힘들다. 쉼표 앞의 구가 ‘철수’와 ‘누이동생’ 중 어느 쪽을 꾸미는지 알 수 없다. 이처럼 수식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반드시 해당 위치에 쉼표를 넣어야 한다.
라. 대등하거나 종속적인 절이 이어질 때 절 사이에 쓴다.
◇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난다.
◇ 여당은 현행 정치자금법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입장이나, 야당은 이를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문화는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유익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최고의 무형 자산이다.
이런 경우의 반점은 생략해도 된다. 다만, 반점이 없으면 호흡이 길어지기 때문에 읽어 내려가는데 다소 불편이 있고, 주술관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의미 전달이 늦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경우 반점을 넣는 게 좋다.
마. 부르는 말이나 대답하는 말, 가벼운 감탄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쓴다.
◇ 얘야, 이리 오너라.
◇ 예, 지금 가겠습니다.
◇ 아, 깜빡 잊었구나.
바. 제시어 다음에 쓰며 의성어를 강렬하게 표현할 때도 쓴다.
◇ 빵, 빵이 인생의 전부이더냐.
◇ 용기, 이것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은이의 자산이다.
◇ 코브라의 혀가 쉭, 하는 소리를 냈다.
사. 도치된 문장에 쓴다.
◇ 이리 오세요, 어머님.
◇ 다시 보자, 한강수야.
아. 문장 첫머리의 접속이나 연결을 나타내는 말 다음에 쓴다. 다만 일반적으로 쓰이는 접속어(그러나, 그러므로, 그리고, 그런데 등) 뒤에는 쓰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 첫째, 몸이 튼튼해야 한다.
◇ 아무튼, 나는 집에 돌아가겠다.
◇ 그러나 너는 실망할 필요가 없다.
자. 문장 중간에 구절이 끼어들 때 그 구절 앞뒤에 쓴다.
◇ 나는,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이 별로 탐탁하지 않소.
◇ 철수는 미소를 띠고, 속으로는 화가 치밀었지만, 그들을 맞았다.
◇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만약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해 본다면, 남을 괴롭히는 일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 깨달을 것이다.
차. 되풀이를 피하기 위하여 한 부분을 줄일 때에 쓴다.
◇ 여름에는 바다에서, 겨울에는 산에서 휴가를 즐겼다.
◇ 학생들은 펜팔 상대로 국어선생을, 결혼 상대로 영어선생을 꼽았다.
카. 문맥상 끊어 읽어야 할 곳에 쓴다.
◇ 갑돌이가 울면서, 떠나는 갑순이를 배웅했다.
◇ 갑돌이가, 울면서 떠나는 갑순이를 배웅했다.
◇ 철수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이다.
◇ 고시조는, 홀로 고독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성찰하는 현대 시조의 창작 동기와는 전혀 다른 동기에 의해서 창작되었던 것이기도 하다.(김대행, 우리 詩의 틀)
◇ 해방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사람들은 너나없이 물속에 뛰어들었다.
◇ 이 집 저 집 강아지들이, 짖기는커녕 낯선 이가 반갑다고 졸졸 따라다닌다.(이 경우 쉼표가 없으면, ‘강아지’와 ‘낯선 이’가 대등 주어 역할을 하여 ‘강아지는 짖지 않고, 낯선 이는 졸졸 따라다닌다’가 된다.)
◇ 잠시, 밤의 주인은 왕의 아들에게 순종하는 것처럼 보였다(→잠시 후, 밤의 주인은 왕의 아들에게 순종하는 것처럼 보였다.)
타. 숫자를 나열할 때, 수의 폭이나 개략의 수를 나타낼 때,수의 자릿점을 나타낼 때 쓴다.
◇ 1, 2, 3, 4 ◇ 5, 6세기 ◇ 14,314
파. 인용문을 나타낼 때 인용문 뒤에 반점을 넣는다.
◇ 누군가 너는 황금 덩어리를 주웠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 라고 묻는다면 너는 무엇이라고 대답하겠는가.
◇ 람세스는 살아남았고, 그를 죽이려 했던 괴한은 죽었고, 그리고 공범은 행방불명이다, 무엇 때문에 더 뒤져낸단 말인가? 그런 거겠죠.
하. 용언이 연결어미‘하여’를 수반할 때 이를 대신하여 쉼표를 넣기도 한다. 이는 신문·잡지 등의 기사체 문장에서 흔히 쓰인다. 그러나 다른 일반 글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 서가에는 전공책을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책이 있었다.
◇→ 서가에는 전공책을 비롯, 여러 종류의 책이 있었다.
◇ 부하 직원의 비리행위와 관련하여 그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 부하 직원의 비리행위와 관련, 그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 당시 기사를 썼던 아무개 기자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 원고의 변호인에 의해 ‘철없이 함부로 기사를 쓴 기자’라는 어처구니없는 질타를 받았다.
이같이 연결어미‘하여’를 생략하고 반점을 넣으면 문장을 긴박하게 이끄는 효과가 있다. 또 반점을 기준으로 전후 문맥을 분리하여 읽도록 하는 지침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위의 마지막 예문이 그 좋은 실례라 할 수 있다.
특히 한 문장에 연결어미 ‘하여’를 수반하는 용언이 둘 이상 나올 경우 음률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앞에 나오는 용언의 어미 대신 쉼표를 넣기도 한다. 아래 예문을 보자.
◇ 아무개는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여 여장을 푼 뒤 곧바로 회담장소에 도착하여 회담에 임했다.
◇→ 아무개는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 여장을 푼 뒤 곧바로 회담장소에 도착하여 회담에 임했다.
그러나 음률의 충돌을 방지할 목적으로 같은 성격의 반점을 두번 이상 사용하면 역시 반점에 의한 음률충돌을 빚는다. 곧 위의 예문을 바꾸어 다음과 같이 고친 경우를 말한다.
◇?→아무개는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 여장을 푼 뒤 곧바로 회담장소에 도착, 회담에 임했다.
2. 반점의 오용례
이미 반점의 사용례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같은 자격의 어구가 나열될 때 반점을 쓴다. 그러나 이 때에 주의할 점은 같은 자격의 어구가 대등한 형식으로 나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의 예문을 보자.
◇ 정부는 p3c 해상초계기, 링스 대잠수함헬기, 잠수함을 빠른 시일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 예문은 ‘p3c 해상초계기’와 ‘링스 대잠수함헬기’ 그리고 ‘잠수함’ 세 가지를 나열하면서 그 사이에 반점을 넣어 병렬 관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앞의 두 가지는 수식·피수식 관계에 있는 명사구이지만 마지막은 한 낱말로 되어 있다. 이로써 대구가 성립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링스’가 ‘대잠수함헬기’와 ‘잠수함’을 동시에 수식하는 오류를 피하기 어렵다. 이같은 이중의 해석을 피하려면 수식관계를 명확히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래에 그 예를 들어 보았다.
◇→ 정부는 잠수함을 비롯하여 p3c 해상초계기, 링스 대잠수함 헬기를 빠른 시일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 정부는 p3c 해상초계기, 링스 대잠수함헬기 및 잠수함을 빠른 시일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 정부는 잠수함, p3c 해상초계기, 링스 대잠수함헬기를 빠른 시일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단어와 구가 섞여 나열되었다 하더라도 구의 구조가 복합명사의 기능을 할 때는 쉼표의 기능이 어색하지 않다. 다시 말하면 그 구가 의미상 한 단어의 역할을 할 때는 대비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아래 예문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 테이블 위에는 숫돌, 청동 면도기, 나무 빗, 호리병박, 나무 서판 필사 파레트가 각각 하나씩 놓여 있었다.
◇ 겁쟁이, 불안한 사람, 허영쟁이, 침착한 사람……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파라오의 권위 아래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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