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그녀는 프로다.

자오나눔 2007. 1. 26. 02:10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언어 가운데 ‘프로’라는 단어가 있다. 프로페셔날의 준말이기도 하지만, 전문가 또는 직업선수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 중에 프로가 아닌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하는 분야에서만큼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많은 프로들이 있는 사람은 분명 복을 받은 사람이다. 주변의 프로들 덕분에 나도 프로가 될 가능성이 참 많다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닌가.

       나는 이발을 할 때는 반드시 미용실을 이용한다. 이발소는 지금까지 45년 동안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애용을 하지 않았었다. 대신 미용실을 지금까지 이용을 한다. 미용실에 가면 프로들을 만날 수 있다. 단골 미용실에 가면 내 머리 손질은 항상 미용실 원장이나 최고  고참이 해 준다. 그들은 내가 인정하는 프로이자 예술가들이기 때문이다. 엉성하고 못생긴 얼굴이 그들의 손에 의하여 멋진 미남으로 변모를 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을 어떻게 자르고 어떤 쪽으로 가르마를 타 주느냐에 따라 시골 머슴이 되기도 하고 멋진 귀공자가 되기도 한다.
       재래시장 구경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5일 장이 서는 날이면 어지간하면 장 구경을 나간다.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장 구경을 간다. 그곳에는 생기가 넘쳐난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장 구경은 나갔다. 마침 이발을 할 때가 되어 미용실에 들렸다. 반가워하는 미용사들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장터 한쪽에 자리 잡은 미용실에는 항상 웃음이 있다. 생기가 넘쳐난다. 마침 원장님이 계시기에 머리를 맡겼다. 가위 한 개와 빗 하나로 중년의 남자를 멋진 청년처럼 만들어 놓는다. 머리를 감겨 주며 머리에 마사지 해주는 손가락에도 적당한 힘이 들어간다. 시원하고 개운하고 정신이 맑아진다. 대단한 프로다.

       5일 장터에서 15년째 천막을 치고 장사를 하고 있다는 튀김집으로 들어간다. 진열대에는 김밥튀김부터 고추튀김, 오징어 튀김, 각종 튀김들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있다. 잠시 서서 아주머니의 현란한 손놀림을 구경했다. 반죽을 손으로 확 뿌리는 것 같은데 멋진 튀김이 되어 건져진다. 스테인레스 도구위에 반죽을 올려놓고 손으로 조몰락거리더니 기름 솥에 반죽을 밀어 넣는다. 금방 멋진 물고기로 변하기도 한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15년째 튀김만 만들고 있다는 아주머니는 내가 보기는 분명 프로였다.
       지방에서 올라오셨다는 할머님은 굵은 모래 같은 맥반석 속에서 부지런히 작은 알밤들을 줍고 계신다. 그런 와중에도 주변의 상인들을 챙겨주는 것을 즐거워하신다. 금방 옆집 장사까지도 도와주신다. 항상 넉넉한 웃음이 있는 분이시다. 나름대로 할머님은 인생살이에서 프로이시다.

       내 아내는 17년 무사고 베테랑 운전사다. 나도 운전을 하고 다니지만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기를 즐겨한다.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면 언제나 편하다. 전국 각처를 모르는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구석구석 길도 잘 안다. 낮에 열심히 일하고 밤엔 잠시 시간을 내어 드라이브를 가자고 하면, 언제나 키를 들고 시원스럽게 차에 오른다. 운전을 하면 많이 피곤하던데 아내는 피곤한지 모르겠단다. 운전을 하면 즐겁다고 하니 프로 기질이 다분하게 존재한다. 어떤 조건에서도 내가 어디를 가자고하면 싫다는 표정 없이 운전을 하고 다니는 아내는 분명 운전의 프로다. 수많은 봉사를 함께 다니면서도 운전을 도맡아 하는 아내 덕분에 우리 봉사단은 항상 편하게 봉사를 다닐 수 있었다. 프로와 살고 있는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사람이 이 세상을 태어나 아이가 청년 되고, 청년이 어른 되어 살아가는 세상살이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쉽지 않는 세상살이에서도 작은 여유라도 즐길 수 있고, 작은 행복이라도 만들 줄 알고, 넉넉한 웃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프로이며, 진정한 프로는 상대를 편하게 해 주는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어떤 분야에서 프로인가? 오늘도 물음표 한 개를 던져놓았다.

       2006. 6. 2
       -나눔-

'나와 너, 그리고 > 나눔의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보고 싶지?  (0) 2007.01.26
[시] 감꽃이 웃는다.  (0) 2007.01.26
[수필] 안다는 것  (0) 2007.01.26
[수필] 당신  (0) 2007.01.26
[수필] 목사님, 우유배달을 하겠다니요?  (0) 2007.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