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사역을 하면서 많은 시설들을 방문하여 함께 나눔의 시간을 갖곤 했는데, 그때마다 느낀 것은 방문을 할 때마다 언제나 반갑게 마중을 나오는 장애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면서 관찰을 해 보니 우리 자오쉼터 장애인들도 누군가 방문하면 무척 기뻐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복잡한 시설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장애인이나,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환경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장애인 모두가 마음 한구석에는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서운함과 외로움,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허전함이 마음을 허전하게 만들고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더욱 더 외로움은 커지고 있었으리라.
새벽에 월드컵 축구를 보고 간단하게 예배를 마친 후에 차에 올랐다. 아내는 이미 푸짐한 식재료를 차에 실어 놓고 주방에 들어가 우리 가족들 아침까지 챙겨서 상을 차려 놓았다. 가족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차에 시동을 켠다. 어제 밤에 미리 쉼터에 도착했던 인선님이 머슴 노릇을 해 주신다. 권사님까지 차에 태우고 춘천 나눔의 동산을 향해 출발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이야기 주제는 축구다. 이렇게 뜨거운 열기도 머지않아 식어 버리고 냉혹한 현실의 삶에서 새로운 열기를 일으키고 있을 것인데, 영원히 식지 않을 것처럼 월드컵 축구 열기는 뜨겁다.
중간에 후리지아님을 태우고 깊은 산속에 둥지를 틀고 있는 춘천 나눔의 동산에 도착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가깝다. 세 시간여를 달려 도착하니 어김없이 몇 명의 장애인들이 뛰어 나온다. 권사님과 반갑게 포옹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차에서 준비해간 물품을 주방으로 나르고, 앞치마를 입고 바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50여명의 장애인과 사회복지사, 우리 봉사자까지 합하니 60명이 넘는다. 아직 건강한 할머님들은 운동 삼아 텃밭에 나가 계신다. 특별하게 할 일도 없지만 먼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밭에서 담소를 나누신다. 목욕 봉사를 오신 분들은 왁자지껄 소란 속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주방의 열기는 대단하다. 밖의 온도가 30도를 넘겼는데 음식을 만드는 주방은 찜통이 따로 없다. 땀을 흘리면서도 행복함을 만끽하고 있는 섬기는 사람들. 내 집안일이라면 이렇게 열심히 하진 않을 것인데 정말 열심이다. 배식이 시작된다. 할머님들은 평상에 앉아 계시고, 활동이 자유로운 장애인들이 식판을 받아서 할머님들 상위에 놓아 드린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한 달에 한번 가는 봉사지만 별식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는 봉사자들이기에 우리들이 가는 날이면 식사량이 더 많아진다고 걱정을 하신다. 감사 기도를 드렸다. 기도가 끝나자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만 봐도 내 배가 부르는 것 같다. 식사 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평화롭다. 감사한 일, 어려운 일, 좋은 일, 궂은 일, 하루에도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저녁에 잘 때 돌이켜 보면 감사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원장님의 고백이 감동이다. 내 삶도 많이 닮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장애인 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속상한 일이 날마다 생기지만 그 안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역자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지금 힘들고 어렵지만 이 삶이 천국의 농토에 씨를 뿌리는 작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차에 오른다. 차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춘천 나눔의 동산 가족들의 건강과 평안을 바란다.
2006. 6. 19 -나눔(양미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