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춘천] 찔레꽃 향기가 바람에 떨어지다.

자오나눔 2007. 1. 26. 10:00
[춘천] 찔레꽃 향기가 바람에 떨어지다.
찔레꽃 향기와 아카시아 향기가 그윽하게 풍겨오는 시골에 사는 나는 분명 복을 받은 사람이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먼저 거센 바람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태풍처럼 불어오는 바람에 탐스럽게 피어있던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떨어지는 꽃잎과 함께 그윽한 향기도 함께 떨어지고 있었다.
밤새 거세게 불어 닥친 바람소리에 잠을 설쳤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몇 가지 일을 해 놓고 봉사갈 채비를 한다. 아내는 아내가 준비해야 할 식자재를 마련하여 놨다가 차에 싣기 시작한다. 도시락을 싸 놓고 아들을 깨워 씻고 학교가라며 챙기고 있는 아내가 고맙다. 우리 자오쉼터 장애인들과 할머님의 아침상까지 차려 놓고 차에 오른다.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월요일이라 강원도 쪽으로 가는 도로가 많이 막힐 것이라며 막히지 않을 길을 미리 정하고 차에 시동을 켜는 아내. 부부가 함께 차를 탈 때면 17년 무사고 베테랑인 아내가 운전석에 앉는다. 운전 초보인 내가 운전석에 앉으면 불안해서 안절부절 하는 아내가 운전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상했던 것처럼 영동고속도로가 무척 막힌다. 잠깐씩 들린 휴게소마다 단풍철이 아닌데 산악회라는 단체복장으로 통일된 사람들이 엄청 많다. 철은 철이다. 선거철 말이다. 용인을 지날 때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당연히 도로는 더 막히기 시작한다. 평상시 2시간 반이면 도착할 춘천인데 오늘은 4시간 걸려 춘천 공설운동장 앞에 도착한다. 후리지아님을 태우고 30여분을 달려 춘천 나눔의 동산에 도착한다. 금남(禁男)의 동산, 할머님들과 여성 장애인, 부모가 없는 어린 여학생, 모두 합하여 40여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곳이다. 워낙 깊은 산중에 있기에 봉사자들도 잘 찾아오지 않는 곳이다.

반가운 만남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중간 생략이 된다. 아내는 언제 준비했는지 불고기를 푸짐하게 양념에 재워왔다. 점심 때 해 먹고 며칠을 더 해 먹을 수 있는 량이다. 자장밥과 불고기가 오늘 메뉴라고 한다. 나눔의 동산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함께 주방에 들어와 식사 준비를 한다. 봉사자가 부족할 때 투입되는 정예부대 요원들이다. 주방엔 내가 할 일이 없다. 있어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에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할머님들께 간다. 할머님들은 집 나간 아들이 3년 만에 돌아 온 것처럼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할머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데, 반가움에 다가와 장난을 치는 장애인들도 살갑기만 하다. 사진도 찍어 드리고 손도 꼭 잡아 드리며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라는 인사를 드린다. “아이고 그런 소리 마라~ 늙으면 빨리 죽어야 혀~”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어느 사람이 늙었다고 죽고 싶겠는가. 푸짐하게 준비해간 군입거리가 할머님들은 무척 반가운가 보다. 추억을 더듬으며 5일장 이야기도 하신다. 할머님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참 재미있다.

어느새 푸짐한 점심상이 차려졌다. 모두에게 건강을 주시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많은 사람들이 소외된 이웃과 시설들에 관심을 갖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린다. 감사의 기도를 드린 후에 맛있게 식사를 하시는 나눔의 동산 가족들. 밖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오랜만에 오는 비라며 반가워하는 할머님들이 이야기에는 삶의 이야기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 나눔의 동산 원장님께 장애인 혜택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알려 드렸다.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다며 좋아하신다. 비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온다. 아내는 은행이 문 닫기 전에 가서 업무를 보아야 하기에 바쁜가 보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빗길을 3-4시간 운전하고 가야 하기에 서둘러 차에 오른다. 배웅해주는 나눔의 동산 가족들이 정답다. 춘천에 들려 후리지아님을 내려 드리고 국도가 덜 막힐 것 같아 국도로 들어선다. 아차!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다. 나눔의 동산 번호다. 신호가 가고 전화를 받는다.
“원장님 아침에 추워서 잠바를 입고 왔다가 벽에 걸어 놓고 그냥 왔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갔다. 감사한 하루다.

2006. 5. 22
-자오쉼터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