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백합] 윷놀이 한 판

자오나눔 2007. 1. 26. 09:59
[백합] 윷놀이 한 판
명절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명절이 가까워지면 저절로 사립문 쪽을 바라보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라보는 만큼 방문자들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세상살이가 너무 어려운 탓인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 가는 것이 시설들의 현실입니다. 설 명절이 가까워 오니 찾아 가야할 곳도 많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몸이 하나 더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가깝게 있는 곳이지만 백합 양로원 할머님들을 자주 찾아뵙지 못함이 죄송합니다. 아내에게 양로원 봉사갈 준비를 하라고 했더니 두말없이 준비를 합니다. 할머님들이 불고기를 먹고 싶어 했다며 불고기를 맛있게 양념을 합니다. 과일도 사고, 할머님들 군입거리도 푸짐하게 챙기고, 뭐가 또 없나 돌아보며 이것저것 챙기니 어느새 푸짐하게 준비가 됩니다. 이번에는 할머님들과 윷놀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문구점에 들려서 윷을 사려는데 마음씨 좋은 주인  아주머니께서 그냥 서비스한다고 하네요. 봉사 가는 것을 알기에 항상 챙겨주기를 주저하지 않는 고마운 분입니다.

작년부터 도로를 넓히는 공사를 하던데 어느새 아스팔트 포장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구불구불하던 길이 바르게 펼쳐지니 거리가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마을을 지나 산속으로 들어가니 인삼밭이 보입니다. 인삼밭 어귀에 양철지붕이 보입니다. 양로원 지붕입니다. 양로원에 도착하니 조용합니다. 할머님들이 목욕을 다녀오셔서 낮잠을 주무시고 계셨나 봅니다. 인기척에 일어나신 할머님들이 반가워하십니다. 아내와 손 선생과 아들이 차에서 짐을 내립니다. 아들이 방학이라 봉사 갈 때마다 데리고 다니니 좋습니다. 산교육을 시킬 수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가끔은 짐꾼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여전히 기운 없어 보이는 할머님은 말이 없으십니다. 할머님들 사이에도 서열이 있는가 봅니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안부를 묻느라 바쁩니다. 한 분 한분 모두에게 안부를 물어야 합니다. 행여 소홀하면 금방 얼굴에 서운함이 나타나는 할머님들입니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할머님들과 과일을 깎아 먹으며 담소를 나누다 보니 아들 녀석이 윷놀이 안하느냐고 묻습니다. 담요가 펼쳐지고 할머님들과 서로 편을 갈랐습니다. 아들과 나는 각자 주장이 되었습니다. 할머님들이 신났습니다. 편을 갈라서 윷놀이를 하는데 웃음소리와 함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할머님들이 한 달 동안 웃을 웃음을 잠간 동안에 다 웃는 것 같습니다. 앞서가던 말이 잡히고, 욕심 부리다 잡히고, 윷가락이 밖으로 튀어 무효가 되고, 재미있는 한판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엔 우리 편이 이기고, 다음 판엔 우리 편이 지고, 점점 열기를 더해 갑니다. 아들 녀석이 지고 나니 더하자고 안달입니다. 승부욕이 강한 것 같습니다. 공부에도 승ㅂ욕이 강하면 좋으련만 그것은 아빠의 바람입니다. 항상 의기소침하던 할머님이 윷가락을 잡았습니다. 할머님 팀은 말이 세 개가 남아있습니다. 할머님의 신기에 가까운 윷이 시작됩니다. 던지며 모가 나오고, 또 던지면 윷이 나옵니다. 앞서가던 우리말이 잡혀 버리고 할머님의 윷가락 솜씨에 전세는 역전되고, 우리 편은 어이없어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모처럼 할머님의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할머님이 갑자기 영웅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마 한동안은 할머님이 스타가 될 것 같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던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어느새 해는 서산마루에 걸려있습니다. 저녁 식사는 담당 집사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자오쉼터 가족들도 저녁을 먹어야겠지요. 할머님들께 건강하시고 설 명절 잘 보내시라는 인사를 드리고 나옵니다. 차타는 곳까지 따라 나오셔서 배웅을 하시는 할머님들이 참 고맙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2006년 1월에…….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