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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너무 빨리 가려다…….

자오나눔 2007. 1. 26. 10:05
[안양] 너무 빨리 가려다…….
파란 죄수복을 입고 있는 그들의 얼굴에 반가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두 달 동안 기다렸던 기다림이 있었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양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장애인 재소자들. 그들에게 민간인은 참 반가운 존재들입니다. 항상 파란 죄수복만 보다가 다양한 복장의 민간인들이 눈앞에 있으니 더 반갑다고 합니다. 지난 8월은 여름 혹서기 방학이라 외부 방문을 받지 않았던 교도소에 9월이 되면서 외부 행사가 많이 진행됩니다. 각 종교별로 종교 집회가 열리기도하고, 교정위원들의 특별 면담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번 만남에는 조금 변화가 있었습니다. 평소 교화행사 때는 의자만 놓고 앉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원탁을 중심으로 대여섯 명이 앉아서 함께 어울림을 갖습니다. 멋진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노트북에 연결된 스크린에는 찬양 가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한낮이라 아직은 반팔 옷을 입고 행사에 나온 재소자들. 평소 만나지 못하는 재소자들이만 이런 교화 행사가 있는 날이면 만날 수 있으니 재소자끼리의 반가운 눈인사들이 오고가기도 합니다. 교도관들은 혹시 일어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행사장에서 자리를 지키고 서 있습니다. 교도관들을 보면 그들도 반 재소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소자들을 관리해야하기에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재소자들과 생활을 하고 있으니 재소자 아닌 재소자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도 교화행사에 새로 참석한 재소자가 많습니다. 다른 교도소에서 이감을 왔거나 새로 수감된 사람들입니다. 무슨 죄를 짓고 왔는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세상을 너무 빨리 살려다 일어난 결과도 되겠지요. 정해진 길로 가지 않고 곁길로 빨리 가려다 잡혀 들어왔겠지요. 목표를 너무 빨리 이루려다 결국 재소자가 되었겠지요. 데이트 하는 사람은 빨리 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데이트를 신청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전합니다. 30년 전에 안양교도소에 재소자의 신분으로 있었다는 최전도사님의 간증 시간에는 쥐죽은 듯 조용합니다. 과거 조폭생활을 하다가 잡혀 들어왔었고, 교도소 안에서 예수를 영접하여 지금은 전도사가 되었다는 최전도사님의 가슴시린 간증은 재소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습니다. 재소자들이 준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우리들이 준비해간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행사를 진행해 갑니다. 재소자들로 구성된 악대, 그들의 연주와 찬양이 얼마나 좋은지 몇 번이고 앙코르를 신청하고 싶습니다.

교화행사를 할 때마다 제가 권면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성경필사입니다. 성경 필사를 통하여 많은 기적을 체험하는 동료 재소자들을 보면서 필사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인쇄업을 하시는 백집사님께서 필사용지를 멋지게 만들어 공급을 해 주십니다. 영등포 교도소와 안양교도소 장애인 재소자에게 필사용지를 공급하여 주면서 필사를 하도록 합니다. 성경을 열심히 필사하는 재소자나 모두 필사한 재소자에게는 칭찬과 영치금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많은 재소자들이 성경필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재소자들이 성결필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줍니다. 어느 재소자는 성경필사를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성경 66권을 모두 필사하여 제게 전해줍니다. 앞으로 나오라하여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올 12월에는 성경 필사를 마친 재소자에게는 커다란 선물이 주어집니다. 성경을 쓰면서 하나님을 제대로 만나고, 오래도록 앓고 있던 지병이 낫는 역사도 일어나곤 합니다. 처음엔 비웃던 재소자도 지금은 성경필사에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참 감사합니다. 성령님께서 일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내의 수고와 정성이 가득담긴 다과가 차려졌습니다. 이번엔 추석을 앞두고 있다면서 송편도 마련하고, 다른 떡과 과일, 음료 과자 등을 푸짐하게 준비해왔습니다. 100여명이 푸짐하게 먹고 남을 만큼 준비를 했습니다. 함께 간 여자회원들께서 열심히 상을 차렸습니다. 감사기도가 있고 넉넉한 한가위처럼 표정들도 넉넉합니다. 재소자들이 음식을 나누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찬양과 간증들이 이어집니다.
재소자들을 9년째 매월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그들이 참 똑똑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좋은 편을 택하였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는 없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항상 생깁니다. 재소자 관리도 중요하지만 출소자들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범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담당자들도 많겠지만 아직은 역부족인가 봅니다. 부족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범죄의 유혹을 이기기를 바랄뿐입니다. 마음 따뜻한 간증이 그들을 통해서 나오기를 기도합니다.

2006. 9. 11
- 양미동(나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