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기억해 주는 사람은 이제 없어도.

자오나눔 2007. 1. 26. 10:07
[소록도] 기억해 주는 사람은 이제 없어도.
1년에 네 번씩 10년째 가는 소록도 봉사지만 여름철에 가는 봉사가 가장 단위가 큽니다. 많은 인원이 참석하게 되고, 봉사를 해야 할 것도 더 많습니다. 그래서 준비하는 손길은 더 분주합니다. 소록도 봉사에 참석할 인원을 점검하고 봉사에 필요한 물품들을 마련하여 쉼터에 가져다 놓으니 대단합니다. 용달 두 대를 가지고도 다 싣고 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내와 상의를 하여 미리 소록도에 다녀오기로 합니다. 우리 차에 가득 싣고 가면 짐이 많이 줄어 들 것 같습니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의견이 일치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게 우리 부부의 장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내가 결정하고 아내는 따라주고 있습니다. 마침 시간이 허락되기에 소록도에 들어갔다 오기로 합니다.

차에는 바리바리 짐이 실렸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부지런히 차를 달립니다. 가끔은 과속을 하면서 소록도가 보이는 녹동항에 도착합니다. 5시간 30분이 걸렸네요. 저녁을 먹고 밤바다 구경을 합니다. 밤바다는 참 평화롭습니다. 낭만이 있습니다. 보름이 가까우니 달빛은 바다위에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 줍니다. 자연으로부터 받는 혜택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침에 배를 타고 소록도에 들어갑니다. 소록도 강 장로님은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차에 가득 실려 있는 짐을 보고 놀라십니다. 8월 1일부터 2박3일간 진행되는 봉사에 필요한 물품들인데 1/4도 못 왔다고 하니 할 말을 잊으신 듯 합니다. 소록도 어르신들께 식사봉사도 해야 하는데 거기에 필요한 물품도 싣고 왔습니다. 쉼터에 있는 밥상 16개도 내리고 휴대용 가스랜지도 30개를 내립니다. 쌀과 갖은 양념도 내립니다. 식사 봉사에 필요한 그릇들까지 내려놓으니 창고 앞마당이 좁아 보입니다. 270명이 3일 동안 식사를 해야 할 집기들입니다.
창고에 짐을 내려놓고 순간온수기를 설치해 줄 가정들을 방문하여 집 구조를 사진 찍고, 배관 길이도 재고, 필요한 부속들도 체크를 합니다. 아침을 먹고 있는 어르신께서 반갑게 방에서 나오십니다. 군대 갔다 첫휴가 나온 아들을 맞이하는 어머님의 모습처럼 반갑게 나오십니다. 방으로 들어가 잠시 기도를 하고 밥상을 보니 초라합니다. 밥 한 그릇에 찌개 한 그릇이 전부입니다. 괜히 속이 상해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김치도 안담궈 잡수느냐며……. 건강이 최고니까 먹는 것이라도 제대로 챙겨 드시라고……. 어르신은 내 마음을 아시는가 봅니다. 내 조막손을 꼭 쥐며 일그러진 얼굴에서 고운 미소를 지으십니다. 저도 어르신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봉사단이 해야 할 일들을 미리 점검을 해 봅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일거리는 찾으면 찾을수록 눈에 보입니다. 많은 봉사자가 온다할지라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8월 1일 첫배로 들어오기로 하고 소록도를 철수합니다. 소록도 어르신들과 함께 배를 타고 녹동으로 나왔습니다. 저희를 배웅해주려고 나오셨답니다. 우리가 다녀갈 때마다 아쉬워서 눈물이 난다는 어르신의 말씀에 어깨를 안아주는 아내의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녹동 신항을 지나서 오마도 쪽으로 이동을 합니다. 소록도 봉사를 10년을 넘게 다녔지만 오마도 간척지는 한 번도 구경을 못했더랍니다. 소록도 한센 병자들이 강제로 동원되어 여러 개의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둑을 만들고 바다를 막아서 육지로 만들었다는 오마도 간척지. 수많은 한센 병자들이 오마도 간척공사에 강제로 동원되어 많은 희생도 생겼다는 곳입니다. 도로를 중심으로 우측에는 거대한 둑이 설치되어 있고 바닷물이 출렁거립니다. 좌측으로는 드넓은 논에 푸른 벼들이 알곡을 맺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센 병자들의 희생의 결과로 우리나라 남해안에 육지가 더 생겼고, 누군가가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지만 오마도 간척지 공사에 동원되었던 분들을 기억해 주는 사람은 이제는 몇 명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이치가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누군가가 누리며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소록도 봉사를 마치고 철수하면서 오마도 간척지도 돌아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차를 달립니다. 집에 도착하니 하루가 다 지나갑니다. 1박 2일의 짧은 시간에 참 멀리도 다녀왔습니다. 220여명의 봉사단이 열심히 수고할 여름 소록도 봉사의 모습을 그려보며…….

2005. 7. 18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