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나에게 그곳은 위로의 땅이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가면 항상 위로를 받았고 새로운 힘을 얻어 오곤 했다. 그래서 소록도를 가는 날이면 준비를 할 때부터 마음이 설렌다. 명절에 고향을 찾는 나그네처럼 그냥 그렇게 마음이 설렜다. 이번 소록도 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그분께 맡길 수밖에…….
소록도가 바로 앞에 보이는 녹동항에서 만나기로 하고 밤 11시에 출발을 했다. 당일치기로 장거리를 왕복 운전하려면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리 출발하여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자며 전날 밤에 출발을 했다. 학교에서 돌아와 준비를 하다 보니 조금 늦게 출발을 하게 됐다. 새벽에 녹동에 도착하여 안미용 집사님을 친정집에 내려 주고, 우리 가족은 숙소를 잡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오전에 녹동항은 분주했다. 선착장에 세워진 어선들과 관광선들도 출항을 서두르고 있었다. 갈매기들은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지 날갯짓이 힘차다. 녹동에서 소록도로 연결하는 다리 공사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리의 상판이 놓이고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었다. 앞으로 배가 운항하지 않는 시간에는 다리를 이용해 소록도로 들어가게 한단다. 눈앞에 보이는 소록도에 단풍이 제법 멋있다. 수도권은 한겨울인데 소록도는 가을이다. 소록도 이용화 집사님께 선착장에 나와 계시라고 연락을 해 놓고 일행을 기다린다. 김안희 권사님, 정순회 집사님이 합류를 하셨다. 소록도로 들어가는 배에 차를 싣는다. 배에 올라 바다 위를 날고 있는 갈매기를 보며 환호한다.
소록도에 도착. 이용화 집사님과의 반가운 인사다. 예쁜 아가씨를 소개해 주신다. 이번에 결혼하기로 한 베트남에서 오신 아가씨란다. 이 집사님 얼굴이 밝다. 이 집사님 댁에 들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의 계획도 듣는다. 아내의 정성이 그들 부부에게 전해진다. 기도의 용사들이 그들을 위해 함께 기도 한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이용하여 어떤 그림을 그리실지 궁금해진다. 뜨거운 기도를 마치고 나니 밖에 누가 오셨단다. 남효선 장로님이시다. 인자한 얼굴에 고운 미소가 아름답다. 한센병 후유증으로 일그러진 얼굴이라는데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반가운 인사가 오간다. 걸어서 북성교회로 갔다. 북성교회 예배당에 들려 기도를 하고 남장로님께 마련해 간 난방비를 전해 드렸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시라고……. 예배당에서 남장로님의 설명도 듣고 담소도 나눈다. 잠시 후 밖으로 나와 밀감 밭을 구경한다. 한그루의 나무에 있는 밀감을 따 가라는 장로님의 허락이 있고, 신나서 밀감 밭으로 가는 일행들. 밀감이 주렁주렁 달린 가지들을 한 개씩 꺾어 나온다. 수령이 105년이나 되는 향나무, 소록도에서 제일 오래된 북성교회의 역사,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사시는 장로님이 해 주셨다는 종, 그 종은 이제 금이 가서 종소리를 내지 못하고 기념으로 종탑 아래에 놓여 있었다. 아내는 부엌을 점검한다. 북성교회 부엌살림이 낡아서 흉물스럽게 보였다. 12월엔 내려와 모두 새롭게 개조를 하겠다며 아내는 부엌살림을 꼼꼼하게 점검을 한다.
우리부부에겐 가슴시린 사연이 있는 강장로님을 생각했다.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계실 장로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팠다. 미망인이 된 오용자 권사님을 만났다. 아내는 평소 언니라고 부르며 많이 친했는데 소록도에 자주 내려오지 못하니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12월엔 우리 자오 쉼터에 며칠 유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이용화 집사님의 안내를 받아 소록도 견학도 빼 놓지 않았다. 보는 곳마다 소록도 주민들의 아픔이 배어 있다. 한이 맺혀 있는 곳들이다. 그 한을 기도로 풀어 나가셨던 분들. 그래서 더욱 빛나는 소록도다. 이번 일정은 봉사가 아니라 북성교회 난방비 지원과 주민 집 방문을 목적으로 잡았기에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나름대로 은혜가 있었고, 내년엔 등에 땀이 흥건하도록 봉사를 해야 할 것이기에 감사했다. 아내는 이용화 집사님께 자오 쉼터 김장을 할 때 올라오시라고 한다. 아마 북성교회에 김장 김치를 실어 보낼 예정인가 보다. 함께 소록도 방문을 해 주신 김안희 권사님, 정순회 집사님, 안미용 집사님, 아들 준열, 아내 오세연 집사님께 감사를 드린다.
2006. 12. 1 -양미동(나눔) 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