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만에 집에 돌아왔다.
학교 기숙사서 생활하며 만학도의 열정을 태우다가 한 주간의 수업이 끝나면 동료 전도사님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집으로 올라오기 바쁘다. 동기들과 토론도하고 잠깐이라도 여유를 즐기고 싶지만 그것은 마음뿐이다. 무언가 일을 하고 있는 삶이 습관이 되어서인지 나의 현실은 항상 분주하다. 나를 아는 분들은 가끔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일을 만들어 고생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그 말이 맞는다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에 새로 입소한 장애인 한 사람이 잠도 자지 않고 공동체 가족들을 괴롭힌다는 아내의 연락을 받고 부지런히 올라 왔다. 입소한지 며칠 되지 않았기에 자신을 나타내려는 본능에 의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의 존재를 알아 달라는 표현 방법으로 아프다고 하거나 사고를 치는 것은 우리들이 유년시절에 이미 겪은 일들이기도 하다.
아내와 권사님이 기도를 해 주며 수고를 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부지런히 올라왔다. 사람 좋으신 장로님은 지켜보는 스타일이라 혼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가 발생하면 아내와 권사님이 고생을 하신다. 그렇게 해서도 해결이 안 되면 나에게 연락이 온다. 그러면 나는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내가 못생긴 얼굴이거나 무섭게 생긴 얼굴은 아닌데 이상하게 내가 이야기 해주고 기도해 주면 잠잠해 진다. 역시 예수님 이름에 능력이 있다는 걸 느낀다.
아무튼, 눈이 펑펑 쏟아지는 고속도로 위를 부지런히 달려 자오쉼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책가방은 등에 짊어지고 빨랫감 가방은 어깨에 걸고 목발을 짚고 자세를 잡는다. 이제 경사로 20미터만 내려가면 따뜻한 실내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자오쉼터의 모습은 참 평화롭다. 화목보일러의 굴뚝에서는 구수한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벚나무나 개나리, 진달래, 살구나무, 자두나무, 꽃이 예쁜 홍도화 나무들의 키가 훌쩍 자라있다.
한걸음을 떼는 그 순간 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꽃이다. 노란 꽃이 수없이 피어나고 있었다. 봄에 제일 먼저 망울을 터뜨린다는 산수유다. 산수유나무 세 그루에서 노란 봉오리들이 별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산수유 꽃봉오리를 보면서 왜 별을 생각했을까?
앙상한 가지들만 보이는 나무들 사이에 노란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는 세 그루의 산수유나무. 겨울 잘 이겨내고 봄소식을 알려주어 고맙다.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날씨는 연약한 꽃봉오리들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우리네 삶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함을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어쩌면 여러 가지 고난과 역경에 어느새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닐는지……. 그래도 꽃봉오리를 만들어내고 연두색 여린 싹을 세상으로 내 보내고 있을 뿌리와 가지들을 생각한다.
3월 8일이면 봄 가운데 들어와 있는데 하늘에선 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덩달아 기온도 영하로 떨어졌다. 봄맞이 하려던 피부들이 다시 동면을 하고 싶단다. 이상한 날씨다. 그래도 봄은 오고 있고 며칠 후면 눈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화단에 심겨져 있는 청매실 나무에 분홍빛 나는 봉오리가 맺혀 있다. 머지않아 매화꽃도 피어나고 앵두꽃도 피겠지. 분홍색 꽃잔디가 올해도 멋진 자태를 뽐내 주리라. 여기는 경기 서북부 지방이라 봄소식이 조금은 늦는데 산수유 꽃 덕분에 봄을 만나게 되었으니 별 같은 산수유 꽃이 참 고맙다. 4월이 오기 전에 몇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겠다. 단감나무와 대봉이 열리는 감나무를 굵은 것으로 사다가 심어야겠다. 어쩌면 가을에 감을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란 산수유 꽃과 연분홍 매화 꽃 봉오리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내게 있어 봄은 설렘의 계절이다.
2007. 3. 8
-나눔(양미동)―
학교 기숙사서 생활하며 만학도의 열정을 태우다가 한 주간의 수업이 끝나면 동료 전도사님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집으로 올라오기 바쁘다. 동기들과 토론도하고 잠깐이라도 여유를 즐기고 싶지만 그것은 마음뿐이다. 무언가 일을 하고 있는 삶이 습관이 되어서인지 나의 현실은 항상 분주하다. 나를 아는 분들은 가끔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일을 만들어 고생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그 말이 맞는다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에 새로 입소한 장애인 한 사람이 잠도 자지 않고 공동체 가족들을 괴롭힌다는 아내의 연락을 받고 부지런히 올라 왔다. 입소한지 며칠 되지 않았기에 자신을 나타내려는 본능에 의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의 존재를 알아 달라는 표현 방법으로 아프다고 하거나 사고를 치는 것은 우리들이 유년시절에 이미 겪은 일들이기도 하다.
아내와 권사님이 기도를 해 주며 수고를 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부지런히 올라왔다. 사람 좋으신 장로님은 지켜보는 스타일이라 혼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가 발생하면 아내와 권사님이 고생을 하신다. 그렇게 해서도 해결이 안 되면 나에게 연락이 온다. 그러면 나는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내가 못생긴 얼굴이거나 무섭게 생긴 얼굴은 아닌데 이상하게 내가 이야기 해주고 기도해 주면 잠잠해 진다. 역시 예수님 이름에 능력이 있다는 걸 느낀다.
아무튼, 눈이 펑펑 쏟아지는 고속도로 위를 부지런히 달려 자오쉼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책가방은 등에 짊어지고 빨랫감 가방은 어깨에 걸고 목발을 짚고 자세를 잡는다. 이제 경사로 20미터만 내려가면 따뜻한 실내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자오쉼터의 모습은 참 평화롭다. 화목보일러의 굴뚝에서는 구수한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벚나무나 개나리, 진달래, 살구나무, 자두나무, 꽃이 예쁜 홍도화 나무들의 키가 훌쩍 자라있다.
한걸음을 떼는 그 순간 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꽃이다. 노란 꽃이 수없이 피어나고 있었다. 봄에 제일 먼저 망울을 터뜨린다는 산수유다. 산수유나무 세 그루에서 노란 봉오리들이 별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산수유 꽃봉오리를 보면서 왜 별을 생각했을까?
앙상한 가지들만 보이는 나무들 사이에 노란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는 세 그루의 산수유나무. 겨울 잘 이겨내고 봄소식을 알려주어 고맙다.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날씨는 연약한 꽃봉오리들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우리네 삶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함을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어쩌면 여러 가지 고난과 역경에 어느새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닐는지……. 그래도 꽃봉오리를 만들어내고 연두색 여린 싹을 세상으로 내 보내고 있을 뿌리와 가지들을 생각한다.
3월 8일이면 봄 가운데 들어와 있는데 하늘에선 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덩달아 기온도 영하로 떨어졌다. 봄맞이 하려던 피부들이 다시 동면을 하고 싶단다. 이상한 날씨다. 그래도 봄은 오고 있고 며칠 후면 눈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화단에 심겨져 있는 청매실 나무에 분홍빛 나는 봉오리가 맺혀 있다. 머지않아 매화꽃도 피어나고 앵두꽃도 피겠지. 분홍색 꽃잔디가 올해도 멋진 자태를 뽐내 주리라. 여기는 경기 서북부 지방이라 봄소식이 조금은 늦는데 산수유 꽃 덕분에 봄을 만나게 되었으니 별 같은 산수유 꽃이 참 고맙다. 4월이 오기 전에 몇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겠다. 단감나무와 대봉이 열리는 감나무를 굵은 것으로 사다가 심어야겠다. 어쩌면 가을에 감을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란 산수유 꽃과 연분홍 매화 꽃 봉오리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내게 있어 봄은 설렘의 계절이다.
2007. 3. 8
-나눔(양미동)―
'나와 너, 그리고 > 나눔의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상] 아이야~ 이상한 꿈을 꾸어라 (0) | 2007.03.30 |
---|---|
[단상] 안톤 슈낙과 한그루의 나무 (0) | 2007.03.21 |
[시] 봄 (0) | 2007.03.01 |
[서평] 존 오웬의 '내 안의 죄 죽이기'를 읽고 (0) | 2007.02.19 |
[수필] 화목 보일러와 고구마 (0) | 2007.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