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슈낙의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라는 책의 내용 중에 ‘한그루의 나무를 심어라’는 소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아름다운 글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사람은 인생에서 한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말을 되새겨 보라. 이제 그 시기가 되었다고 자신을 설득하라. 그리고 어떤 나무를 심을 수 있을지 신중하게 숙고해 보자.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을까? 사람들이 이미 죽고 이 땅에 묻혀 버렸다 하더라도 사과나무는 초봄마다 되풀이해서 빨갛고 하얗게 화사한 빛깔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아니면 보리수나무를 한그루 심을까? 여름밤에 보리수나무에서는 얼마나 매혹적인 향기가 날까. 연인들의 나지막한 속삭임은 그전보다 얼마나 더 달콤할까!
참나무 한그루를 심을까? 참나무는 청딱따구리의 휴식처가 될 거라고 생각해 보자.
호두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그러나 나중에 소년들이 돌팔매질을 해서 나무를 아프게 해서는 안 될 텐데!
너도밤나무 새나 파리 새가 둥지를 짓도록 나무를 심어 볼까? 혹은 아치형 나무 그늘 아래서 눈을 반쯤 감고는 아무런 욕심도 없이 그저 행복에 젖은 채, 작열하는 태양이 내리쬐는 땅을 눈을 깜박이며 바라보는 한 남자를 위해 나무를 심을까?
그렇지 않으면 수년 전 제때에 맞추어, 어린 나뭇가지를 땅에 심었던,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을 칭찬해 마지않는 의미에서 한 그루 나무를 심을까?
하얀 눈과 매화의 엇갈린 운명 속에서도 봄은 이미 우리들 곁에 와서 자연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계절의 주인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어 있네요. 봄을 맞이했으니 잔치를 벌려야 되겠지요. 내가 심어 놓고 과연 몇 번이나 꽃을 보고 열매를 볼지는 몰라도 그것을 누리는 사람들은 참 많으리라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퇴출당한지도 모르고 사는 중년이지만, 해마다 그 때가 되면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함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떤 나무를 심을까? 딱히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거시기 해서 마음속에 숨겨놓은 가을에게 물어 봅니다. 녀석은 열매를 먹을 수 있는 유실수를 심으라고 하네요.
세월이 점점 빠르게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나이입니다. 언제 봄이 왔냐 싶으면 여름이고 가을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경험만큼 확실한 진리가 있겠냐.”는 지인의 말이 떠오릅니다. 경험은 소중한 재산입니다. 빠르다는 것을 느낀 만큼 한그루의 나무라도 사랑으로 더 정성으로 심어야겠습니다. 내가심은 나무로 인해 내 아이들이 기쁨을 누린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봄입니다.
2007. 3. 21
-나눔(양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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