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이런 썩을...

자오나눔 2007. 4. 2. 14:45

       새벽까지 컴퓨터를 켜놓고 문서 작업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피곤한 상태라 깊은 잠을 잘 줄 알았는데 오히려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때론 내 생각과 전혀 다른 내 몸 상태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자다가 무슨 비명소리 같은 소리를 듣고 소스라치게 일어났다. 한여름 밤에 악몽을 꾸고 깜짝 놀라 일어난 것처럼 말이다. 너무나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 일로 모처럼 고향에 내려온 조카에게 이곳저곳 아픈 부분을 말씀하시던 작은 아버님의 고통을 참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서 마루에 나가 귀를 기우려 보아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새벽이라 고요함만 공간을 휘몰아치고 있었다. 가끔 앞마당을 한 바퀴 쓸고 가는 바람소리가 들려 올 뿐 조용하다. 분명 비명소리였는데 이젠 들리지 않는다. 꿈을 꾼 것도 아닌데 이상하다. 그때 다시 소리가 들려온다. 흐느끼는 듯 한 소리다. 자세히 들어보니 “음아~ 아야~”라고 들려온다. 이상하다. 도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인가. 10분이 지나면 들려오기도 하고, 15분이 지나면 들려오기도 한다. 가끔은 2분 간격으로도 들려온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 소리를 들었다. 들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참 이상한 일이다.

 

       문득 아이를 잃어버린 어미 소의 서러운 울음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년시절에 집안의 큰 재산은 소였다. 농사를 짓는데 꼭 필요했던 소였지만 재산을 불려가는 밑천이기도 했었다. 집에서 기르던 암소가 송아지를 낳았고, 어느 날 송아지가 팔려갔다. 그때부터 애타게 송아지를 부르던 어미 소의 모습이 참 불쌍했었는데, 그때 들었던 어미 소의 울음소리 같았다.

       어미 소는 말뚝에 고삐로 매어 있고, 송아지는 앞마당을 뛰어 다니다 어미 소 다리 사이로 들어가 젖을 빨아먹다가 다시 뛰어 다니곤 했다. 어미 소는 송아지의 그 모습을 커다란 눈에 사랑을 가득 담아서 바라보고 있었다. 어미 소가 먹는 풀을 조금씩 먹어 보며 어미 소 주위를 뛰어 다니던 송아지는 참 귀여웠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송아지를 팔았고 어미 소는 그날부터 일주일인가를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주위에 송아지를 판 집이 있느냐고 물었다. 왜 그러느냐 묻기에 새벽에 있었던 일을 들려줬다. 그때 또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두 집 건너에 사는 아저씨네 집에 송아지를 팔았단다. 그랬다. 아이를 보고 싶어 하는 어미 소의 애타는 바람이 서글픈 울음이 되어 들렸던 것이다.

 

       집에서 기르는 소도 자기 배속에서 낳은 송아지를 그렇게 애타게 찾는데, 하물며 열 달 동안 배 아파 낳았던 아이가 없어져 버린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주며, 바람 불면 날아갈까 손에 쥐면 부서질까 애지중지 키워놓은 아이, 이제 그 아이가 재롱을 부리고 유치원에 들어가고, 유치원을 마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 어느새 가족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

       그 아이가 없어졌다. 아이를 찾아 팔도방방곡곡을 이잡듯 뒤지고 다니는 아이의 부모님들. 그 부모님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부모들은 점점 말라가면서도 아이를 애타게 찾아다니는 기사를 본다.

       도대체 어느 인간들이 그런 짓을 하는 걸까. 썩을 놈의 사람들…….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그럴 수 있을까……. 아직 자식이 없더라도 가족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사람들일 텐데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썩을 놈의 인간들…….

 

       2007. 4.2

      -양미동(나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