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요즘은 집안의 모든 중심이 아이들로 모여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고생을 하더라도 내 아이만은 더 잘되도록 해야지……. 아이가 보물이 되어 버렸고, 아이들이 종교가 되어 버린 부모들…….
그래서 내 주장은, 요즘은 날마다 어린이 날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어린이 날이라고 정해진 국경일에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무언가 직접 체험을 하게 하는 날이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힘든 일도 경험해 보게 하고, 그들이 부모를, 이웃을 섬겨보게 하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오늘 우리 자오쉼터에 봉사자들이 찾아왔다. 동갑내기 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봉사를 온 것이다. 고추농사를 짓는데 오늘은 고추를 심어 주려고 친구들이 찾아왔다. 어른들 열 명, 아이들 일곱 명, 왁자지껄 사람 사는 맛이 금방 난다.
밭을 일구고 비닐을 씌우고, 고추 구멍을 뚫고, 구멍에 물을 주고, 고추 모종을 심는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한다. 어떤 아이들은 고추 구멍에 물을 주고, 어떤 아이들은 가르쳐준 대로 잡초를 찾아서 뽑아준다. 잡초에 꽃이 피어 있는데 “왜 꽃을 뽑으라고 하느냐?”고 질문을 한다. 얼마나 순수한 마음인가. 잡초도 적당한 장소에 심겨져 있으면 야생화라고 하는데, 농작물이나 다른 장소에 자라고 있으면 잡초로 분류되어 뽑히게 된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는 대접을 받지만, 있어서는 안 될 자리에 있음으로 인하여 대접도 받지 못하고 뽑히게 되는 잡초.
어른들과 어울려 일을 다 끝내고 삼겹살 파티를 한다. 도로가 막혀 평소보다 갑절 이상을 도로에서 보내고 도착한 곳이지만, 마냥 좋기만 하는가 보다. 고기를 산에서 들에서 뜯어온 고추냉이, 메밀, 씀바귀, 가죽나물, 두릅 등 각종 푸성귀에 고기를 쌈 싸 먹은 맛도 솔솔 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피아노를 치더니 금세 줄넘기를 한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꼬마야, 꼬마야 만세를 불러라~” 거실에서 신나게 놀더니 밖으로 우르르 몰려 나간다. 잔디가 깔려 있는 중간 주차장으로 가더니 신명나게 줄넘기를 하고 있다. 얼마나 보기 좋은가. 얼마나 순수한 모습인가. 이런 아이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은 감사해야 한다.
아이들은 오늘의 시간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들이 먼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그 때 그 시절엔 나도 이렇게 살았노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있지 않을까? 인생은 추억 만들기라는 말이 자꾸 나를 사로잡는다. 인생은 추억 만들기…….
2007.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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