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사랑하는 아내 세연에게...

자오나눔 2007. 5. 26. 14:18
 

사랑하는 아내 세연에게


여보,

참으로 못난 남편이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부부의 날에 멀리 춘천까지 봉사를 함께 다녀온 당신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자다가 일어나 편지를 쓰면서 곤하게 자고 있는 당신을 봅니다.

참으로 소중한 사람…….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내준 천사…….


여보,

얼마 전에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들을 구분하다가 눈에 들어온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부부가 설 때 시골에 가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설날 아침에 한복을 입고 찍은 우리 부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면, 당신과 처음 만나 결혼을 할 때는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었는데,

설날 찍은 사진을 보니 닮아도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부는 닮는다고 하지요?

나이 먹고 오랜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를 보면

정말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랑으로 살다보면 닮은 가 보다 했더랍니다.

그런데 우리부부가 참 많이 닮았더이다.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었는데 이렇게 닮아 가는 것은

나의 모난 부분을 당신이 고쳐 주었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당신의 장점으로 채워 주었기에

이렇게 닮아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들은 당신에게 금메달을 땄다고 합니다.

연하의 남편과 살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습디다.

그런데 저는 제가 금메달을 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의 부족한 부분을 당신이 채워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돌이켜 보니, 저는 당신을 통해 더 성숙해 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신이 내 아내가 되었기에

삼겹살집에 가서 삼겹살을 구어서 사랑하는 가족을 챙기는 행복도 알았습니다.

당신이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을 때

평소에 그렇게 듣기 싫었던 당신의 잔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철들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여보, 고맙습니다.


여보,

내가 사고로 중증 장애인이 되었고, 그로 인해 가정이 깨졌을 때…….

그 삶의 나날은 절망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다 소록도 한센 병자들에게 봉사를 가서 당신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그 일로 인하여 우리는 부부가 되었습니다.

말로는 복이 많아 남들 한번 가기 힘든 장가를 두 번이나 갔다고 하지만

당신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은 제대로 표현을 못했습니다.

청각장애인 아들을 비장애인들과 살아가게 하며

더 꿋꿋하게 키워 보려는 당신의 몸부림을 보면서,

더 당신 편에 서서 도와 줘야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못난 남편이요 못난 아버지입니다.


나눔의 사역이 결코 쉽지 않는 길인데

날마다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 나가는 걸 보며

내게 참으로 소중한 동역자를 보내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답니다.


여보,

하루에 다섯 번 이상 당신을 웃게 하려고 노력하는 남편이지만

때로는 웃음보다 울음을 먼저 선사했던 적도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더 미안합니다.

당신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지금까지 주신 건강을 감사합니다. 남은 삶도 건강하게 살게 하옵소서.

오늘 밤 잠자리가 어제보다 더 포근한 잠자리가 되게 하시고

내일 아침이 희망 가득하게 하옵소서."라고 말입니다.


여보,

이제 당신도 50을 넘겼고, 부족한 사람도 50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은 우리들.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도 모르고 살아온 삶속에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을 알고,

사랑의 실천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곁에서 내조를 잘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사람이 부른 부부라는 노래 가사를 패러디 한 것을 보고 한 참을 웃었습니다.

읽어 줄게요.


아~~~~~~~

매집하나로 살아온 세월 꿈같이 흘러간 지금

당신의 곱던 얼굴 예쁜 눈매에 어느새 피멍이 들고

돌아보면 한 대 두 대 합이 열두 대

당신은 내게 있어 샌드백이었고

엎어 커트 스트레이트 치고 빠지고

이 잘난 사람 위해 정성을 바친

여보, 당신에게 하고픈 말은

"싸대기 대. 어금니 꽉 물어"그 한마디뿐이라오


아~~~~~~~~~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

당신을 때려 오면서 살아온 지난날들이 행복했어요.

아무런 후회 없어요.

당신 위해 모질게도 했던 주먹질

여자의 사명이요 임무인 것을

몽둥이질 채찍질도 함께 하면서

당신의 매니저로 행복합니다.

여보, 당신에게 하고픈 말은

"무릎 꿇어요. 엎드려뻗쳐요"

당신만을 사랑 합니다.


여보, 

그런데 이 걸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옛날, 꼭 이러진 않았지만 나도 당신에게 손찌검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철없는 남편이지만 그 때는 더 철이 없었나 봅니다.

당신은 용서하고 있어 버렸는가 모르지만, 저는 이제야 생각합니다.

이제야 용서를 빕니다.

여보, 미안합니다.

여보, 고맙습니다.

여보, 사랑합니다.


2007. 5. 21

이 세상에서 당신을 제일 사랑하는 남편 양미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