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발을 씻겨 주면서…….
아내…….
누구에게나 다 그렇겠지만 특히, 몸이 불편한 내게는 아내란 참 소중한 존재이다.
아내의 발을 씻겨줄 기회가 생겼다.
아버지학교를 수료하던 날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한다고 한다.
세족식이야 많이 해 봤다.
내가 인도를 하여 세족식을 진행시켜도 봤었고
나의 발을 씻겨 주었던 이름 모를 믿음의 사람도 있었다.
섬김만 받아 왔지 내가 직접 아내의 발을 씻겨 준다는 것이 작은 떨림으로 다가왔다.
아내의 고마움에 당연히 씻겨 주어야겠지만 그 순간에 아들과 함께 아내의 발을 씻겨 주면 더 멋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을 찾았다.
방금까지 눈에 보이더니 친구들과 어울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대야에 물이 담기고 수건을 들고 아내의 앞에 섰다.
도우미가 대야를 들고 와 아내의 발 앞에 놓아주고 간다.
다리에 장애가 있어 무릎을 꿇지 못하기에 앉은뱅이 의자를 놓고 앉아서 기도를 한다.
주마등처럼 지난 일이 스쳐간다.
좋았던 일도 많았고, 힘들었던 일도 많았지만, 내가 아내를 힘들게 했던 일이 더 떠오른다.
참 많이 힘들게 했었구나…….
아내를 위해 기도하며 땀과 눈물이 범벅이다.
아내의 발을 씻는다.
부드럽게 발을 씻겨 가다가 뒤꿈치를 씻는다.
거칠다. 딱딱하다.
갑자기 내 가슴이 먹먹해진다.
225미리의 이 작은 발로 우리를 위해 부지런히 뛰어 다녔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 하나님 바라며 벙어리 냉가슴 쓸어안듯 그렇게 살아온 세월.
어쩌면 딱딱해진 발뒤꿈치만큼이나 심장도 딱딱해져가고 있었을지 모른다.
내가 이렇게 만들었구나.
나의 욕심이 나의 못난 자아가 아내를 이렇게 힘들게 했구나…….
아내의 발을 씻는 동안 계속 가슴 먹먹하게 울었다.
잘해줘야지…….
더 잘해줘야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삶이 있었을 텐데 그걸 마다하고 나를 따라 살아온 아내.
그래서 더 힘들었을 아내.
내가 더 사랑해야지.
내가 더 아껴야지…….
새벽까지 잠 못 이루고 내 손가락에 느껴진 아내의 발을 생각했다.
아내의 자리는 이미 감각이 없는 뒤꿈치처럼 그렇게 익숙해져 있었다.
항상 신실하게 하소서.
항상 배려하며 살게 하소서.
항상 사랑하며 살게 하소서.
2007. 7. 10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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