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척 춥다.
외투를 입었지만 오한이 들 정도로 추위가 엄습해 온다.
내 나이 마흔 다섯까지는 내복을 모르고 살았는데,
올해부턴 내복과도 친해져야하는가? 하는 질문을 할 정도로 추위를 느낀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보일러 난방 조절기를 높이고,
언제나처럼 컴퓨터를 켠다.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참 별일이다….
따끈한 커피라도 한잔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준비를 한다.
투명한 유리 주전자(이것도 주전자라고 하나? 마땅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에
물을 담고 티백으로 만들어진 원두커피를 함께 넣는다.
목발을 짚은 채로 가스레인지에 불을 켠다.
딸깍 딸깍 딸깍, 몇 번의 시도 끝에 불이 붙었다.
주인아저씨께 가스레인지 손 봐 달라고 해야겠다.
이 모습을 집에 있는 아내가 보면 대견해 하겠다.
금세 원룸 안에 구수한 커피향이 가득해진다.
의자에 앉아 발로 의자를 밀고 가서 커다란 컵에 가득 커피를 따라왔다.
아~~ 좋다.
커피향도 좋고 따끈한 커피도 좋다.
따끈한 커피 한 모금을 삼키니 목젖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 가히 환상이다.
하루가 다 지나간 것 같지만
나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내 시간이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공부도하고, 전화도 하고, 그리운 사람 생각도 하고….
가을인지 겨울인지 아직 구분이 안 되지만
따끈한 커피 한 잔은 오한이 들었던 몸을 녹여준다.
따뜻함,
이런 날에는 따뜻함이 더 그리운 법이다.
나는 정말 연탄불처럼 조금이라도 남을 위해 따뜻하게 해 준 적은 있었던가?
내 자신에게 물어보는 말이다.
2007. 11. 20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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