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서평

[스크랩] [서평] 가시고기사랑수첩

자오나눔 2007. 11. 25. 14:58
 

- 서론 : 들어가는 말.

오래전에 조창인의 가시고기라는 소설을 읽었었다.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백혈병 걸린 아들이 마치 나인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아버지인 것 같기도 한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현실감을 있던 소설이었다.


가시고기 어미의 임무는 알을 낳는 것이다. 아빠 고기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먹이를 주고, 적으로부터 지키며,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하며 알들이 깨어날 때까지 알을 지킨다. 그러다가 알들이 깨어나고 새끼가 되면 그때서야 기진맥진해져서 죽는다는 것이다. 그럼 새끼들은 그 아빠고기를 먹으며 자라고…….

슬픈 소설, 눈물의 소설,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고픈 소설이었다.


그런데, 가시고기의 모태가 되는 작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 놓았단다. 읽어야지……. 가시고기에서 찾으려고 애탔던 희망의 언어들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주저 없이 가시고기 수첩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든지 그 일을 이루게 했던 계기는 있는 법이다. 아주 하찮은 일일지라도 그 일이 생기게 된 계기는 있는 법이다. 그것이 삶의 방정식이기 때문이다.



- 본론 : 책 속으로

‘가시고기 수첩’은 ‘가시고기’조창인이 취재수첩에 적어놓은 스물다섯 편의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다. 때론 고달프지만 사랑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리는 사랑의 향기를 전한다.

조창인의 소설에서 일관되게 핵심 주제가 되어온 ‘사랑’을 산문으로 쓴 책이라는 점에서 ‘가시고기 사랑수첩’은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 책은 그간 사랑에 천착해온 작가가 직접 서술하는 방식의 사랑론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작가가 소중하게 간직해온 취재수첩이자 창작의 자양분이 된 생생한 체험의 산물이며, 사랑의 참다운 의미를 맑은 심성으로 벼려낸 영혼의 고백록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고백을 하고 있다.

“저는 이제껏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써왔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 부모의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도 있었습니다. 삶의 이런 저런 측면을 이야기하지만, 일관된 주제는 사랑이었던 셈입니다. 사랑은 제가 소설을 쓰는 이유입니다. 삶의 목적입니다. 왜 사랑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이 책에 실린 스물다섯 편의 산문을 통해 삶에서 사랑을 어떻게 실천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 실린 스물다섯 편의 산문을 통해 작가는 사랑이란 무엇이며, 사랑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사랑에 임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성찰한다. 대부분 작가가 직접 체험한 이야기들이어서 피부로 느껴지는 감동의 깊이는 자못 깊다.


- 목차


가시고기 사랑수첩 01

. 아주 특별한 친구 : 소설 ‘가시고기’의 실제 모델이었던 해성이와 그 부모 이야기를 다룬 ‘아주 특별한 친구’이다. 작가는 이 글을 통해 ‘가시고기’집필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감동적인 사연을 이야기한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02

. 쌍칼의 깨달음 : 교도소에 들어가면서 사랑하는 아내를 가장 친한 친구에게 부탁하고 간 쌍칼은 형기를 다 마치고 출소 했을 때, 자신의 아내와 친구가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언청이었던 자기 아들이 깨끗하게 치유되어 있는 것도 본다. 친구를 죽이려던 그가 칼을 거두고 오히려 아내와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모습. 그것은 남녀의 사랑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내리사랑’그대로였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03

. 귀 밝은 남편, 눈 밝은 아내 : 부부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살아가는 사이라고 한다. 귀는 밝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남편, 눈은 잘 보이지만 걷지를 못하는 아내. 그들이 하나가 되어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간다. 누가 저들에게 불행하다고 할 수 있을까?


가시고기 사랑수첩 04

. 보여줄 수 있는 사랑 : 사랑은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흔 아홉 밤을 지새워 도달할 수 있는 사랑이라면, 사랑은 참 간단하면서도 덧없는 것이다. 사랑은 계산하지 않는 것.


가시고기 사랑수첩 05

. 어떤 프러포즈 : 나는 누구를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이며, 누구에게 기운 나게 해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어떤 언어로 상대에게 기운 나게 해 주는 사람인가…….


가시고기 사랑수첩 06

. 조 프레이저와 김득구 :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며 산다는 것, 그것이 진짜 프로이지 않을까? 영웅은 그냥 탄생되는 것이 아니다. 죽음까지 승화시키는 사람, 그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07

. 소설 가시고기의 결말 :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을 가시고기의 결말에 대입시킨 작가는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멋지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08

. 랍비와 보석 : 삶도 사랑에도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을 지켜나가는 이상, 삶도 사랑도 흔들릴지언정 아주 무너지지 않는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09

. 어느 가출 소녀의 고백 : 가출해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종업원이 ‘가시고기’를 읽고 아버지와 화해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면서 작가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세상 살면서 이런 보람을 안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가시고기 사랑수첩 10

. 원숭이와 바나나 : 원숭이가 많이 살고 있는 정글에 바나나를 수없이 뿌려 놓으면 원숭이는 배불리 먹으며, 양손에 바나나를 잡고 있다. 그때 원숭이를 쫓아가면 양손의 바나나를 버리지 못해 나무로 올라가지 못하고 잡힌다. 우리가 세상 살면서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해 낭패를 당했던 적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11

. 걸인을 위한 연주 : 오직 한사람만을 위한 배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사랑. 그 사랑의 대상이 어둠의 작은 부류라 할지라도 그 작은 부류를 위하여 헌신하고 수고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가시고기 사랑수첩 12

. 장국영의 선택 : 장국영이 자살하면서 서 놓은 유서. ‘감정이 피곤하여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도다.’사랑의 본질을 크게 오해한 장국영. 사랑은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13

. 히틀러가 가진 조건 : 사랑은 그 사람의 중심을 바라보는 것이다. 중심은 그 사람의 됨됨이며, 꿈이며, 신뢰이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14

. 세상을 보는 눈 : 어머니의 사랑으로, 그는 비로소 세상을 보는 눈, 진정으로 삶을 사랑할 마음의 눈을 얻은 셈이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15

. 열정과 사랑의 차이 : 사랑의 열정은 길어야 6개월이라고 한다. 열정을 지속시키기란 그만큼 어렵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16

. 눈높이 사랑 : 상대의 입장에서 사랑치 않는다면 그 태도가 제 아무리 열렬했어도 결국 사랑이 아니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17

. 내 사랑이 아닐지라도 : 사랑했다면 미워하지 말 일이며, 미워한다면 사랑했노라 말하지 말라. 오늘 한 사람과 작별하여야 한다면, 다만 기원을 하라. 집착을 남겨두지 말기를…….


가시고기 사랑수첩 18

. 구두 한 켤레 : 사랑은 자기희생이다. 그를 위해 어려움을 자처하고, 어떠한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며, 고통마저 기쁨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19

. 지금 사랑하지 못한다면 : 지금 사랑해야 한다. 지금 드러내야 한다. 나의 사랑이 절실해도 안으로만 품으면 사랑이 아니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20

. 어느 패륜아의 진술 : 사랑은 단순한 느낌이거나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다. 사랑은 한 사람의 인격전부에 관계된 문제이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21

. 부상병의 고뇌 :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육신의 장애로 인하여 수많은 고통과 고뇌 속에서 가슴으로 절규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22

. 등대지기 : ‘하나님이 날 사랑하고 계시는구나.’라는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당신을 사랑한다는 고백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23

. 용서에 대하여 : 밀양의 용서는 다분히 나를 위한 용서이지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의 용서는 상대를 위한 용서이다. 진정한 용서의 초점은 내가 아니라 상대이어야 한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24

. 사랑의 선입견 : 선입견을 갖고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치 않는 일만큼이나 어리석고도 위험하다.


가시고기 사랑수첩 25

. 펭귄이 추위를 이기는 법 : 사랑의 제일 덕목은 희생이다. 희생이 삭제된 사랑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사랑은 희생하는 일이다. 사랑은 버리는 일이다. 내 안의 무수한 것들을 포기한다. 사랑은 차지하려들지 않는 것이다.



- 결론 : 나가는 말

한편의 감동적인 소설이 얼마만큼 사람의 생각을 바꾸어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례인 동시에 더 이상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사랑의 실체를 맑고 투명하게 담아낸 글이다. 하나같이 사랑이란 진정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보석 같은 글들이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 사람과 나는 생각과 삶의 태도가 닮아 간다. 사랑은 ‘함께’라는 단어로 함축할 수 있는데, 그가 나와 ‘함께’가 아니라 내가 그와 ‘함께’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성서에도 주는 자가 복되다고 하셨다. 수많은 사랑의 이야기를 더듬어 봐도 받는 것이 사랑이라 하지 않는다.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다. 진짜 행복은 사랑할 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다. 내가 줄 것은 무엇이 있는가? 사랑은 내가 주는 것이고, 내가 그와 함께 하는 것이다. 사랑보다 더 귀한 것이 어디 있을라고…….

출처 : 자오쉼터
글쓴이 : 나눔(양미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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