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상상임신이라니? 말이 되는 거야?

자오나눔 2008. 3. 22. 23:01
 

 

우리집에는 애완견이 두 마리 있습니다. 아니 이제는 세 마리입니다. 얼마 전에 행운이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 적적하실까봐 81살 잡수신 장로님과 권사님이 키워보시라고 어르신들 방에 넣어 드렸습니다. 행운이 녀석은 여전히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닙니다. 장로님이 식사하실 때면 무릎에 앉아 있고, 장로님이 누우시면 배 위에 올라가 잠을 잡니다. 장로님도 처음에는 싫어하셨는데 요즘은 행운이와 함께 단짝이 되었습니다. 행운이 덕분에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릴 때가 많습니다.


문제는 안방에 있는 아미와 기쁨이입니다. 아미가 엄마고 기쁨이가 딸입니다. 크기는 30센티 전도 되나? 아무튼 요크샤테리어인데 영리합니다. 사랑받을 짓을 하고 삽니다. 용변은 화장실에 가서 보고, 우리가 방에 들어가면 언제나 꼬리를 흔들고 반가워합니다. 열 번을 들락거려도 여전히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녀석들에게 아내를 뺏긴 듯 합니다. 가끔 볼멘소리를 아내에게 합니다. “개들에게 한 것 십분의 일만 남편에게 해 봐라.”고요. 아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 애들은 불쌍하잖아~” 갑자기 제가 더 불쌍해 보였습니다. “그러면 나는!!!” 한바탕 웃었습니다.

 

아미의 딸인 기쁨이가 얼마 전에 시집을 갔습니다. 생리를 하고 기간이 되어 애완견 센터에 가서 합방을 시켜 주었습니다. 얼마 후부터 녀석이 입덧을 했습니다. 깜짝 놀랐지요. 세상에 애완견도 입덧을 하나? 했는데 정말 입덧을 하더군요. 인터넷에 진짜 입덧하느냐고 질문을 올렸는데 상상임신도 한다고 하더군요. 참 별일이다 했습니다.

녀석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습니다. 잘 뛰어 다니지도 않고 따뜻한 곳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곤 했습니다. 기분 내키면 다가와 꼬리를 흔들곤 하지요. 배가 조금씩 불러오고 젖도 제법 부풀러 올랐습니다. 아내와 저는 기쁨이의 배를 만져보며 몇 마리가 들어 있을까? 상상을 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참 귀엽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라도 행복해 했습니다. 이젠 부부가 녀석에게 공동사랑을 주고 있습니다. 참 별일입니다.


어느 날부터인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이상했습니다. 배가 더 이상 불러오지 않는 겁니다. 아내는 여전히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출산 며칠 앞두고 배가 학 불러 오기도 한데~ 두 번째 시집갔을 때 임신했으면 10일을 늦게 잡아야 해.” 아무래도 이상했습니다. 아내에게 지나가는 말로 “이 녀석들 상상임신도 한데. 그러니까 이따가 병원에 한번 데리고 가봐.” 이상한 소리한다고 하면서도 아내도 의심이 가나 봅니다. 녀석을 안고 동물병원에 갑니다. 다녀오는데 표정이 밝지 못합니다. “그래 병원서는 뭐라고 하든가?” “상상임신이래. 내가 기가 막혀~” “뭐시라고라? 상상임신이 라고라? 상상임신이라니 말이 되는 거야? 말이 되네….”


상상임신으로 밝혀졌는데도 녀석은 요즘 누르면 삐! 하고 소리 나는 작은 헝겊 장난감을 입에 물고 젖 있는 쪽으로 밀어 넣습니다. 장난감을 새끼로 생각하나 봅니다. 호기심에 장난감을 누르면 소리가 나기에 애처롭게 나를 쳐다봅니다. 그러면서 애처로운 신음소리를 냅니다. 새끼를 달라는 소린가 봅니다. 더 기막힌 것은 분비물도 나오고 눌러 보면 젖도 나온다는 겁니다. 상상임신이라니 말이 되는 거야? 가 아니라 말이 되더군요. 애처롭네요. 끙.

2008. 3. 22.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