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이 성공하고, 새벽형 인간이 성공한다는 말을 한다. 새벽형 인간들 중에는 직장으로 일찍 출근한 사람도 있겠지만, 새벽기도를 위해 예배당으로 가는 사람들도 참 많다. 물론 새벽기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하지만, 그 새벽기도 덕분에 이루어진 수많은 일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새벽형 인간하면 농부들을 빼 놓을 수 없다. 아침 일이 한나절 일이라며 새벽 일찍부터 전답에 나가서 어둑어둑한 여명을 벗 삼아 열심히 일하는 농부들을 생각한다. 섬에서 태어나 농사를 짓고 살던 부모님의 일손을 돕는 것이 자연스럽던 시절이 있었다. 한참 단잠을 자고 있는데 깨워서 하시는 말씀, “상채래 놨�께 밥 무꼬 핵교 가그라이” 그렇게 깨워 놓고 일하러 나가셨다. 우리는 다시 한참을 자고 일어나 학교에 갔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우리의 부모님들은 새벽형 인간이셨다. 그렇게 열심히 사셨는데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던 부모님 세대를 생각한다.
아침 6시. 부릉! 부르릉!!! 하며 트랙터 로터리 치는 소리가 들린다. 옆집 아저씨께서 밭을 갈아주러 오셨다. 밭으로 올라갔다. 목발 짚고 서서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니 “힘든데 뭐 하러 밭에 올라왔느냐 하신다.”견딜 만 하다고 했더니 손 한번 흔들어 주시곤 다시 밭을 갈아 주신다. 커다란 트랙터가 부지런히 돌아다니니 풀밭이 금방 보기 좋은 옥토로 변한다. 그 시절엔 소가 끌어주는 쟁기로 밭을 갈았는데…. 저 정도 밭을 갈려면 새벽부터 부지런히 갈아야 오전 중에 끝나곤 했는데 세상 참 좋아졌다. 한참을 갈더니 트랙터를 멈추고 밭으로 내려오신다. 커다란 돌멩이가 보인다. 아저씬 돌멩이를 산으로 던져 놓고 다시 트랙터에 올라타신다.
아주머니는 열심히 절에 다니시고 아저씨는 운전사가 되어 아주머니를 태워다 주시는 이웃집이다. 신앙을 떠나서 참으로 살갑게 지내는 이웃이다. 우리는 해 준게 별로 없는데 이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아내는 서울 용산 토박이다. 그래서 농사에 대하여 아는 게 없으니 지나가는 소리로 질문을 해도 신나서 가르쳐 주시는 이웃집 부부다. 이웃집은 느타리버섯 농장까지 하고 있다. 아내는 가끔 버섯도 사주고 돼지족(발)도 삶아서 가져다 드라고 하는 것 같다. 버섯이 안 팔려 걱정을 할 때면 이곳저곳 연락하여 팔아주기도 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 더 정다운 이웃이 되었을 거다. 그러나 분명 우리가 그분들로부터 받는 것이 더 많다.
30여분 만에 로터리를 다 쳐 주신다. 부드럽게 변한 흙을 만져봤다. 굳어 있던 흙이 참 부드럽게 변했다. 이렇게 부드럽게 변해야 씨앗을 뿌려도 싹을 잘 틔우지…. 문득 마음 한구석에 돌같이 단단하게 굳어 있는 아집이 생각났다. 더 부서져야 하는데….
아저씨는 아픈 건 어떠냐며 나를 걱정해 주신다. 잘 이겨내고 있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내 대답에 껄껄 웃으신다. 술 좀 줄이셨느냐고 물었더니 많이 줄였는데 술 마실 일만 자꾸 생긴다고 하신다. 건강하시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했더니 씨익 웃으시고 트랙터를 몰고 집으로 가신다.
다시 밭으로 갔다. 비둘기 두 마리가 갈아엎어 놓은 흙속에서 지렁이를 잡아먹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더 많이 잡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부지런해야 건강하고, 부지런해야 잘 살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아침 일찍 밭에 나온 비둘기 부부를 통하여 배운다. 오늘 아침에는 비둘기 부부가 나의 스승이 되었다. ^_^*
밭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도면을 그려 본다. 이제 저 밭에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고 저쪽은 고추를 심고, 저쪽은 오이와 단호박을 심고, 저쪽은 수박과 참외를 심어야겠다. 밭 가장자리 쪽으로는 옥수수와 토종 호박을 심으리라. 토마토도 심어야겠네? 가지도 심고 상추와 치커리, 케일도 심고, 청경채도 심어야겠다. 혼자 상상의 날개를 펴는 내 모습이 우습다. 근데 누가 심고, 누가 가꾸지? 우리 자오쉼터는 무공해로 가꾼다. 일부러 무공해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어만 놓고 누가 가꾸지 못하니 비료도, 농약도 주지 못한다. 할 사람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무공해가 된다. ^_^* 그런데 신기한 것은 작물이 참 잘 자란다는 것이다. 풍성하게 잘 자라고 열매도 맺어 준다. 그러면 누군가 그 혜택을 받는다. 열심히 심었던 사람이 있는가 하며, 심지도 가꾸지도 않았지만 풍성하게 열매를 거둬가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뿌리는 사람 따로 거두는 사람 따로’라는 말이 생겼는가 보다.
생각만 해도 흐뭇한 모습들이다. 아직 씨도 뿌리지 않았는데 참 많은 상상을 한다. 그러나 아직 파종하지 않은 밭에서 풍성한 여름과 가을을 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을 가졌던 농부의 마음이 되어 본다는 것은 분명한 복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2008. 4. 12.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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