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216] 여전히 철없는 아빠다.

자오나눔 2008. 6. 20. 13:09
 

 

 


녀석의 하루는 피곤하다. 아침 7시에 학교에 간다고 집을 나선다.

아빠가 그 시간에 나갈 때면 차를 얻어 타고 가지만,

맞지 않을 때는 2.5km를 걸어가서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다.

비올 때는 아내가 태워다 준다.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까지 마치면 밤 9시40분 정도.

버스타고 오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마도 사거리에 도착하면,

아내는 마중을 나가서 아들을 태우고 온다.

그러면 밤 10시 40분 정도 된다.


어제 밤.

아내의 핸드폰이 전원이 나가서 연락이 안 되고,

 나는 일하느라 아들 전화하는 걸 듣지 못하고…

아들은 졸지에 마도 사거리에서 미아가 될 처지.

캄캄한 밤에 산길을 2.5km 걸어온다는 것은 고문이다.

그래서인지 녀석은….


10시 20분경에야 전화 온 것을 발견하고 아들에게 전화를 해도 불통.

아내는 차를 끌고 나가서 읍내를 한 바퀴 돈다.

피시방까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며 연락이 오지 않았느냐 전화를 한다.

11시가 넘었다.

11시30분이 지났다.

여전히 아들은 연락이 안 된다.

화가 났었는데 이젠 걱정이 가득이다.


아내와 차를 타고 가면서 남양을 뒤져 보자고 했다.

엄마 아빠가 연락이 안 되는 걸 봐서 출타를 한 것 같으니

‘찬스다!’라며 피시방에 가지 않았을까? 라는 의심을 부모가 하고 있다. 끙.

마도 사거리에서 맞은 편 길에 교복 입은 학생이 걸어오고 있다.

아들이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차를 앞에 대고 태운 후 어디 갔었느냐 물었더니 세상에…

아빠 엄마가 연락이 안 되니 교회에 가서 앉아 있다가 왔단다.

용기를 내어 집에까지 걸어오려고 나오는 길이란다.

목요일 밤에는 교회에도 아무도 없는데….

얼마나 부끄럽든지….


전에도 이런 일이 한번 있었는데 그땐 교회 전도사님이랑 교회에 있었었다.

그런데 그 기억을 까마득히 잊고,

휘황찬란한 네온불빛 아래를 휘저으며 아들을 찾고 있었던 부모….

잠시라도 아들을 믿어주지 못한 것이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녀석에게 전화는 왜 받지 않았느냐며 쓸데없는 호통을 치고 마는 아빠.

여전히 철없는 아빠다.

화성이라는 곳이 밤에는 조금 거시기 한 곳이라…. 끙.


2008. 6. 20.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