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스크랩] [아들아…218] 진짜 가네.

자오나눔 2008. 7. 12.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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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열이가 필리핀으로 3년 유학을 떠날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말이 유학이지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 학교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해, 고육지책으로 보내는 유학이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독하게 마음먹은 아빠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귀국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는다. 아빠의 말에는 그대로 순종하는 녀석이라 필리핀으로 유학을 가라고 하니 처음엔 두려워하더니 이젠 담대해졌다. 나름대로 아빠와 금식기도까지 하고, 밤새워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래서인지 녀석의 얼굴은 평안해 보인다. 어제는 잠깐 두렵다고 하더니 다시 마음을 추슬렀는가 보다.


아내와 함께 어제 밤에 아들을 데리고 장을 보러 갔다. 녀석이 하룻밤 자고 나면 키가 자라있으니 옷이 금방 작아진다. 그래서 속옷부터 겉옷까지, 덤으로 신발까지 새로 구입을 한다. 녀석이 옷을 갈아입으러 매장에 있는 룸에 들락거릴 때 나도 모르게 “아들 진짜 가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밤만 해도 열 번은 넘게 “아들 진짜 가네….”라고 했는가 보다. 아내가 지적해 주니 그제야 깨닫는다.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하니 그만 하라는 아내의 말이다. 그게 나도 모르게 나와 버리는 걸 어쩌라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차안에서 아들을 쳐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또 “아들 진짜 가네….” 이런…


아들과 서재에서 새벽까지 이야기도 나누고 영화도 보고, 아들의 손을 빌려야 할 것도 몇 가지 해 놓는다. 비가 오려는지 다리가 많이 아파서 아들에게 주사를 놔달라고 하니 익숙한 솜씨로 진통제 주사를 챙긴다. 나도 모르게 또 한마디 한다. “아들 가고 나면 누가 아빠 주사 놔주나…” “에이~ 엄마한테 놔 달라고 하세요. 아니면 아빠 혼자 맞든 지요.” “짜샤~ 아빠가 그걸 몰라서 그런 거냐?”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아들 앞에서 엉덩이를 까고 엎드린다. 익숙한 솜씨로 주사를 놔주는 녀석.


서재의 내 침대에서 자고 있는 녀석을 본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지난날들이 눈물겹다. ‘고맙다. 이만큼 잘 자라줘서… 잔병치례 한번 하지 않고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 사춘기 잘 보내고 사고치지 않고 이 자리까지 와줘서 고맙다. 어느 날 불쑥 아빠에게 팔씨름 한번 하자고 도전장을 내고, 아빠를 너무 쉽게 이겨줘서 눈물 나게 고맙다. 아빠는 네게 팔씨름을 지고 나서 얼마나 기뻤는지 아니? 가장 기뻤을 때가 세 번 있었는데, 첫 번은 아빠 엄마라고 말을 시작했을 때란다. 두 번째는 걸음마를 처음 시작했을 때이고, 세 번째가 아빠를 너무 쉽게 팔씨름에서 이겼을 때란다. 새엄마에게 반항 한번 하지 않고 엄마와 아들의 관계를 잘 유지해 줘서 고맙다. 아빠가 사고로 장애인이 되지 않고 가정이 깨지지 않았더라면 네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짐을 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래서 참 미안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하나님을 최우선으로 삼고 살아가려고 노력해 주니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나는 자는 녀석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찬양 한곡을 부르고 있었다.


너의 가는 길에 주의 평강 있으리 평강의왕 함께 가시리

너의 걸음걸음 주인도 하시리

주의 강한 손 널 이끄시리

너의 가는 길에 주의 축복 있으리

영광의 주 함께 가시리

내가 밟는 모든 땅 주님 다스리리

너는 주의길 예비케 되리


주님 나라위하여 길 떠나는 나의 형제여

주께서 가라시니 너는 가라

주의 이름으로


거칠은 광야위에 꽃은 피어나고

세상은 내 안에서 주님의 영광보리라

강하고 담대하라 세상이기신주 늘 함께

너와 동행 하시며 내게 새 힘 늘 주시리


사랑한다 아들아.


2008. 7. 12.

-양미동(나눔)-

출처 : 자오쉼터
글쓴이 : 나눔(양미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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