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 214] 아들아 이제는 홀로서기 연습을 해야 하는 거란다.

자오나눔 2008. 2. 3. 12:22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되도록 수없이 노력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부모. 이 세상의 부모라면 어느 누구나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여러 가지 환경의 차이에 따라 자식을 위해 해 주는 범위가 다르지만 마음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이가 태중에 있을 때 부모들은 꿈을 꾼다. 내 아이가 어떤 분야에서든지 우뚝 서는 거목이 될 것이라는 꿈을 꾼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사람과 비교하며 그 사람과 비슷하거나 그 사람을 뛰어 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 부모다.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사람이 되게 하려고 태교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태교에 필요한 많은 방법들을 동원하여 지극 정성으로 태교를 한다. 물론 가난하게 살았던 우리 부모의 세대 때는 먹고 살기 바빠서 태교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행동을 조심하며 기도했던 부모들이다.

손가락이 한 개씩 부족하게 태어나 서러움을 받으며 자랐던 사람이 어른이 되어 시집을 갔다. 임신을 하였고 엄청난 산고를 겪으며 아이를 낳았다. 완전히 탈진한 상태에서도 제일 먼저 물어 본 말이 “아이 손가락이 열 개 다 있는지 봐주세요.”였단다. 그 엄마는 아마 수없이 기도하고 또 기도했을 것이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게 해 달라고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온실 속의 화초와 같다고 한다. 부모들이 자랐던 시절을 떠 올리며 그 때와 비교하기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가정에 아이들이 많이 않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한집에 아이들이 서넛은 되었는데 지금은 한명 또는 두 명이다. 물론 더 많은 집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특별하다.

그렇다 보니 부모들이 자식을 상전으로 모시고 사는 문화가 되어 버렸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거의 들어줘야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집집마다 자가용이 있는 시대가 되다보니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더 많이 이용하는 아이들이 되어 버렸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것은 학교와 학원을 오고가는 버스를 타는 것 말고는 없다. 기차나 전철을 직접 표를 구해 타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아이가 양쪽 귀가 들리지 않아 안쓰러운 마음에 과잉보호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중학교를 졸업하는 아이. 아이에게 버스타고 전철타고 기차타고 목적지까지 혼자 다녀올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모르겠단다.


아이에게 소중한 경험을 갖도록 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면서 일주일에 3일은 학교에 있어야 하기에 전주에 원룸을 얻어 놓고 자취를 한다. 아이를 태우고 원룸으로 갔다. 아빠가 공부하는 흔적들을 보고 스스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나의 바람일 뿐이다. 함께 밤을 지새우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아빠가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부를 땐 뭔가 지적을 해 주거나, 어떤 것을 하라고 지시를 할 때이기에 아들은 긴장을 한다.

“아빠는 내일 집에 올라갈 때 혼자 갈거다.”

“네? 그럼 저는요?”

“아들은 혼자 기차타고 버스타고 집에 오도록 해라.”

“헐~ 한 번도 안 해 봤는데요?”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해 보라는 거야.”

처음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러더니 부정을 한다. 못하겠단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아빠의 명령. 이번엔 협상을 한다. 아빠랑 같이 타고 가면 안 되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된다고 했더니 이제는 스스로 인정을 하고 살길을 모색하는 것 같다. ^_^*

“아들아 그것이 너에겐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고, 그 일로 인하여 많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거야.”

“아빠 기차는 어떻게 해서 타야하는데요?”

“전주역에 내려 줄 테니 사람들에게 물어서 직접 해 봐라.”

“아빠~ 진짜 내 아빠 맞아요?”

“흐흐흐 이놈아 너하고 나는 성질 못된 거 닮지 않았니? 잘생긴 거하고 말이다.”

“헐~ 클 났네.”


아침에 일어나 차에 짐을 싣고 출발을 한다. 오다가 전주역이 보이는 도로에다 아들을 내려 주었다. 뒤도 안보고 차를 출발 시켰다. 다급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빠~~!!!”

전주에서 집에까지 운전하고 오면서 3시간 동안 많은 기도를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아들이 더욱 지혜로워지고 강해지고 담대해 지게 해 달라고, 그리고 안전하게 집에까지 잘 도착하게 해 달라고…….

운전하고 오다가 몇 번이나 차를 돌려 아들을 태우러 가고 싶어 애먹었다. 궁금해진다. 녀석이 집에 도착했을 때 당당해져 있을 그 모습이.


2008. 2. 2.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