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 217] 아들이 어제 자퇴를 했다

자오나눔 2008. 7. 3. 11:28
 

준열이가 어제 고등학교에서 자퇴를 했다. 참 많은 기도와 고민을 하다가 선택한 일이다. 준열이를 필리핀으로 유학을 보내기로 했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자퇴가 안 되지만 고등학교는 자퇴를 하고 가야한단다.

준열이는 양쪽에 보청기를 착용하고도 정확한 발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게 몇 개 있다. 그래도 감사하며 살아온 삶이다. 듣는 게 제대로 되지 않으니 학교 성적이 엉망이었다. 듣지 않고 하는 수학이나 과학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듣기 과목은 답이 나오지 않았다. 힘들어하는 모습이 가끔 보였다. 바라보는 아빠의 마음도 아팠다. 뭔가 해결책이 있어야하는데….


준열이의 꿈은 목사와 사회복지사, 그리고 요리사다. 목사와 사회복지사는 아빠의 영향이 크다. 아빠가 사회복지사고 몇 년 안에 목사가 될 것이기에 그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과정이다. 요리사는 준열이가 요리에 대한 달란트가 있다. 지나가는 말로 “예배 마치고 앞치마 두른 목사님이 성도님들께 맛있는 요리를 해 주는 모습 보면 참 근사하겠다야~” 했더니, 요리사도 되겠단다. 녀석의 꿈은 그렇게 정해졌다.


아무튼, 나는 녀석에게 다른 공부 못해도 좋으니 영어와 성경만큼은 꼭 잘해야 한다고 했다. 성경 안에 국어, 사회, 역사, 국민윤리, 도덕, 살아가는 지혜까지 모두 들어 있고, 영어는 글로벌 시대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다른 공부 못해도 좋으니 자기가 좋아하는 성경만 잘하면 된다니 기분이 좋았는데, 마의 영어에서 눈앞이 캄캄했다 보다. 그런데 녀석은 학교에서 나름대로 힘이 들었는가 보다. 잘 듣지 못하는 핸디캡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서도 잘 듣지 못하지만 한글을 깨우치고 일상대화를 자연스럽게 하는 아들에게, 영어권에 가서 영어를 배우고 오라니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다. 자기가 어떻게 영어를 하느냐는 거다. 녀석에게 말했다.

“너도 태어나서 한글부터 배운 게 아니라 엄마 아빠 등 말부터 배우고 한글을 배웠단다. 그래서 영어권에 가서 말부터 배우라는 말이다. 그러다 보면 영어를 더 배울 수 있는 길이 열릴 거야.”

두렵지만, 아빠가 하는 말은 항상 맞는다고 생각하는 녀석이라 몇 가지 타협점을 제시하더니, 필리핀에 가서 3년 동안 영어를 배우고, 선교사 학교에 가서 체계적인 신앙교육도 받게 될 것이라는 아빠의 말에 수긍을 한다. 그러면서 또 말을 한다.

“선생님은 제가 필리핀에 가서도 못할 거라고 하든데요?”

“아냐! 넌 할 수 있어! 넌 아빠 아들이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아들이 잘되고 나면 그것도 귀한 간증이 되는 거야. 걱정하지 말고 하는 거야. 아빠 엄마는 아들의 든든한 기도 동역자가 되어줄게. 알았지?”


어젯밤엔 녀석과 다시 대화를 나눴다. 아빠 엄마가 아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다는 것과, 이사야 41장 10-16절과 시면 121편 말씀을 항상 묵상하며 살아가다가, 위기를 만나면 그 말씀이 너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해 줬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더 했다.

“청각 장애인인 아들을 필리핀으로 유학 보내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아들을 사람답게 살게 해주고 싶어서란다. 아빠의 능력으로 아들이 평생 일하지 않고 편하게 먹고 살도록 할 수는 있지만, 그런 삶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들의 삶이야. 짐승처럼 사는 삶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해주고 싶어서 그 방법을 배우게 하려는 거야. 아들이 장애인이라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살고 싶니? 아빠도 지체1급 장애인이지만 당당하게 많은 일을 하고 살잖아. 그치?”


아직 큰 믿음은 없지만 아빠가 어떤 일을 놓고 금식 기도할 때 함께 동참을 해주는 근사한 녀석이다. 이번에도 함께 동참을 해주니 아빠인 내가 큰 힘을 받고 있다. 14일에 출국을 하니 이제 열흘 남았다. 걱정도 되지만 지금까지 나를 도우시고 인도하셨던 하나님께서 아들과도 함께 하시리니 잘해내리라 믿는다. 내가 아무리 계획하고 걱정한다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도우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들을 사랑한다. 그렇지만 나보다 하나님께서 내 아들을 더 사랑하신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잠 16:9


2008. 6. 3.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