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스크랩] 산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자오나눔 2008. 8. 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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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는 엄청나게 많은 비가 온다고 했다. 아침부터 많이 온다고 하더니 한낮부터 많이 온다고 한다. 장장 120미리 이상이 올 거라고 한다. 봉사자들이 오기로 했는데….


기도를 했다.

“하나님, 비 오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오더라도 오후 4시 넘어서 오게 해 주세요. 그러면 화단의 잡초를 제거하고 화초가 숨을 쉴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이 다르다면 하나님 듯대로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기도를 해 놓고 생각했다. 별 기도를 다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다윗은 골리앗과 싸우러 갈 때도 간절히 기도했고, 하찮은 사람 구스사람과 싸워야할 때도 간절히 기도를 했었다. 그 모습을 하나님께서는 좋게 보시지 않았을까?


주일 준비를 하다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화단으로 올라갔다. 친구가 아들과 아들 친구들을 데리고 봉사 왔는데, 아무래도 서툴게 일을 할 것 같았다. 작업의 요령을 설명해 줬지만 아무래도 미심쩍다. 올라가 보니 역시나…

화초고 잡초고 가리지 않고 뽑고 있었다. 꽃이 피어 있는 화초만 남겨 놓은 채 말이다. 화단은 아이들이 뛰어 다닌 흔적으로 넓디넓게 흙만 보이고 있다. 일하는 법을 가르쳐 주며 아이들과 잡초 제거를 한다. 경사진 곳이라 엉덩이로 이동을 하면서 한쪽 손으론 목발을 버팀목 삼아 작업을 한다. 남들은 참 쉽게 작업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엄청 힘들고 위험한 작업이다. 그래도 해야 함은 주인의식과 어른이 먼저 솔선수범을 보여야 아이들도 한다는 평범한 이치를 알기 때문이다.


밭에서 제초작업을 하던 학우 친구도 화단으로 지원을 온다. 친구는 강원도 인제 출신이고 나는 전라도 출신이니 흙하고는 친한 사람들이다. 둘이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고지가 보인다. 점심을 먹고 예초기를 짊어진 헌주 친구는 중간 주차장 잔디밭을 근사하게 깎아주고 있다. 화단 정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밭으로 들어간 학우 친구는 노각오이랑 옥수수랑 가지를 외발 수레에 가득 따서 담아 놓는다.

그때 아내가 수박화채를 만들어서 올라온다. 한 그릇씩 들고 먹으려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늘이 시커멓게 변한다. 아무래도 심상찮다. 내려가자~! 비가 엄청 쏟아진다. 혼자 비를 맞으며 목발을 짚고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어느새 옷은 흠뻑 젖었다. 아들이 있었으면 부축해 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리핀에 있는 아들이 생각났다.

집으로 내려와 시계를 봤다. 3시50분이다. 문득 아침에 기도했던 내용이 생각났다. 참 감사하다. 암이 의심된다는 통지를 받은 장로님, 며칠 동안 마음이 착잡했을 텐데 기도했던대로 위계양이 심한 정도라고 정밀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연락이 왔다. 감사할게 참 많다.

밭에서 따온 옥수수를 삶아 먹으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봉사자들의 웃음소리가 기분 좋게 들린다. 산다는 것이 별게겠는가?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감사할 조건이 생기고, 기분 좋은 웃음을 자주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산다는 것은 좋은 것이고 수지맞은 장사라는 유행가의 한토막이 생각나는 시간이다.


2008. 8. 2

-양미동(나눔)-

출처 : 자오쉼터
글쓴이 : 나눔(양미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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