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그분들을 생각하며

자오나눔 2009. 2. 24. 22:01

소록도 그날을 생각하며


기도를 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습관적으로 기도할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 기도하러 가실 때 습관대로 기도하셨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14년 전부터 빼먹지 않고 기도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소록도에 사시는 한센병력자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어떤 물품들이 많이 생기면 먼저 그분들을 생각합니다. 해마다 찾아가는 소록도, 그 안에서 만나는 어르신들과의 오랜 정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한겨울에 소록도 봉사를 갔을 때 따뜻한 물을 마시기 위하여 무릎 아래로는 뭉텅 잘려 나간 다리로 부엌으로 걸어가 위태하게 물을 끓여서 들고 오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때 생각하기를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여름에는 시원한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해 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방법을 알려 달라고, 그분들을 돕고 싶은데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기도를 했었더랍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고 그 기도는 기억 속에서조차 서서히 잊혀져갈 무렵입니다.


지인이 정수기 대리점을 하고 있었고, 소록도 이야기를 했었지요. 열심히 노력하여 마련할 만큼 해보고 부족한 것은 후원을 해 주시겠다는 약속을 받았더랍니다. 아! 이렇게 기도가 응답을 받았습니다. 멋지고 근사하게 응답을 받았습니다. 이래서 나눔 사역이 힘들고 어려워도 해 나갈 수 있는가 봅니다. 신이 났지요. 아는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자문위원 목사님들께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목사님들과 장로님, 지인들이 총 5대를 마련해 주셨네요. 나머지 6대는 정수기하는 지인이 후원을 해 주셨네요. 회원들과 달려간 소록도 가는 길은 모처럼 신이 났습니다. 그 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가 신났습니다. 떡도 해가고, 떡국도 끓여드리고, 토스트도 만들어 드리고, 함께 작은 음악회까지 열어드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함께 참석한 회원들의 헌신은 밤늦게까지 소록도 어르신들을 위하여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게 합니다. 지금까지 소록도 사역을 해온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섬깁니다. 누가 시켜서 한다면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돈을 버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온 사랑이기에 코끝이 빨게 지면서도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박장로님과 함께 오신 찬양팀은 소록도 구북리 어르신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어 주십니다. 찬양과 가곡을 적절하게 조절을 하여 은혜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시간을 가졌더랍니다. 모두가 자비량으로 그것도 모자라 어려운 교회에 감사헌금까지 준비를 해 오셔서 사랑을 나누셨으니 낮은 자의 본을 보여 주셨던 우리 예수님의 사랑을 닮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처음 뵌 분들이지만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했었고, 깊은 인상을 남기신 분들이었습니다. 1박2일의 일정이라 일부는 1박만 하고 육지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끝까지 남아서 함께 하는 회원들이 있어서 소록도 구북리 어르신들도 외롭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한센인 정착촌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론 88곳의 한센인 정착촌이 있습니다. 각자의 터전에서 소외되고 힘들고 외롭게 살고 있지요. 우리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이 참 많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나는 사람이지만 남들은 사람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서러움 속에 사는 분들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 ‘문둥이’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각인되어 있어서 그분들을 대할 때 나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경우들도 많더라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배고픈 자에게는 산해진미가 아니더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건네주는 밥 한공기가 더 가슴을 울리기도 합니다. 제 핸드폰에는 이런 문구가 흐르고 있습니다. ‘손 한번 잡아 주는 것도 나눔입니다.’라고요. 외로운 사람에게 죽을 만큼 힘든 사람에게 손 한번 따뜻하게 잡아주는 것도 큰 나눔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봄은 오고 있지만 아직은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하는 이 겨울에 나의 작은 도움이 큰 힘이 되는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소록도는 여수 애양원과 함께 우리나라의 한센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병원이 있기 때문에 더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경치 덕분에 소록도를 찾는 관광객은 날로 늘어가지만 봉사자는 날로 줄어간다는 이 집사님의 말씀이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찬바람에도 방문 열어놓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소록도 어르신들을 생각합니다. 우리 자오 나눔 회원들은 소록도 어르신들이 단 한분이 생존해 계시더라도 변함없이 소록도를 방문하여 작은 섬김, 작은 나눔을 펼쳐 나가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3월 5-6일에 방문하기로 했는데 얼마 남지 않았네요. 소록도 어르신들의 뭉텅 잘린 조막손에도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답니다.

2009. 2. 24.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