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우리들의 귀에는 재소자들이 부르는 찬양이 은혜롭게 교도소를 휘감아 돌고 있었다. 여전히 푸른 죄수복을 입고 있었고, 여전히 낯설어 보이는 재소자들이지만 찬양을 부르고 있는 그 순간만은 찬양 가사의 주인공들이 되어 있으리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주인공이다. 성경을 읽더라도 좋은 편에는 내가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설을 읽더라도 정의로운 주인공은 내가 되어 있고 악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경우도 우리들은 경험해 보았다. 아무리 큰 죄를 짓고 감옥에 갇혀 있다고 할지라도 찬송을 부를 때만큼은 선이 악을 이기고 있으리라.
교화행사장에 들어서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평소보다 재소자들이 덜 참석해 있는 것이다. 그때 박목사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이번 교화행사 때부터는 재소자들이 행사를 마치고 음식물을 감방으로 반입해 가지 못하도록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평소에 부지런히 음식물을 챙겨가던 재소자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해가 되었다. 이번 교화행사 때는 내가 전면에 나서지 않을 생각을 했다. 목사님들과 백집사님께 모든 일정을 맡기고 싶었다. 이번 교화행사에 필요한 음식물 일체를 최영조 장로님이 지난달에 이어서 마련해 주셨다. 행사 때마다 준비해가는 물품들이 적지 않다.
행사가 진행된다. 감옥에 갇혀 있는 재소자들 앞에서 죄인이라는 단어는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기로 했기에 복음을 전하는데 약간은 어색하다는 생각도 들겠다. 그래도 수많은 교화행사를 해 본 분들이라 자연스럽게 진행해 나간다. 분위기가 무척 어수선 했다. 몇 번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재소자들을 바라보아야 했다. 원인이 뭘까? 생각했다. 새로운 재소자가 많이 참석을 했고, 예수를 믿지 않는 재소자들이 많이 참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큰 걱정을 하지 않음은 지금은 어수선하지만 점점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박목사님의 사회로 조전도사님의 기도가 이어지고 강성흔 목사님의 설교가 이어진다. 사회를 보시는 박목사님의 사설이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해야 하는데 조금 벅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물을 접시에 담아 놓고 내 신호만 기다리고 있는 모범수 한분이 내게 오더니 언제 음식물을 돌릴까요? 라고 묻는다.
아! 재소자 한분이 눈에 들어온다. 일부러 귀마개를 하고 얼굴을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바라보니 석 달 전에 출소를 하셨던 74살 잡수신 할아버님이셨다. 전과가 14범이라고 했던가? 그분이 출소한지 석 달 만에 다시 들어오셔서 행사에 참석을 하셨다. 우리의 얼굴을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가슴이 덜컥했다. 왜 그러셨을까? 출소하여 세상에 나가보니 도저히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다시 감옥으로 들어오기 위해 죄를 범한 것일까?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소자를 위한 사회복지 제도가 너무나 미약하기에 출소를 했어도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를 하게 된다는 재소자들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모두 힘든 상황이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텐데…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전국에 있는 교회에서 한사람씩만 맡아서 돌보아 준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나 있을 다른 범죄의 불안으로 그렇게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할아버지 재소자를 보며 마음이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그 할아버지는 그 방법이 살기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선은 기도밖에 해줄 수 없는 나약한 나를 발견한다. 열심히 노력하여 저들도 포용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행사를 마치는 시간에 잠시 마이크를 잡고 메시지를 전했다. 성경 필사에 대한 내용이 많이 들어간다. 성경 필사용지를 계속 공급해 드릴 테니 열심히 해 보자는 내용과 소록도 봉사를 다녀와서 받은 은혜도 잠시 나눴다. 출소자를 위한 기도를 해 주기위해 파악을 해 보니 2명이 이번 달에 출소를 한단다. 그들을 위해 축복 기도를 해 주고 행사를 마친다.
이번 교화행사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행사였다.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계속 기도하며 해결 방법도 강구를 해야겠다.
“사람은 사랑의 대상이지 미움의 대상은 아니다.” 라는 말을 생각한다.
2009. 3. 9.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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