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 그것이 사명인지도….

자오나눔 2009. 10. 23. 11:34


담당교도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재소자 교화 행사를 이번에만 오후에서 오전으로 옮겨 주면 안 되겠느냐는 것이다. 함께 가기로 한 동역자들도 교화행사 일정에 맞춰 개인 일을 조정해 놨을 텐데 난감했다. 일단 연락해 보고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다. 박목사님과 백집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예상대로 시간이 많이 촉박했다. 출근했다가 교화 행사에 참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일정이 잘 조정되었다. 오전으로 행사가 조정되었다. 여전히 신종플루 덕분에 제한된 인원만 들어간다. 이번에는 박목사님이 간식을 해 오기로 했다. 100명분의 간식을 준비하려면 적잖은 경비도 들어간다. 찬양하실 분과 운전해주실 분과 함께 오신단다. 백집사님이 출근한 후에 교도소로 와야 하기에 약간 늦을 것 같단다. 교도관에게 말씀드려 도착하면 안내해 오시라고 해 놓고 우리는 교도소 안으로 들어간다.


예배당에 재소자 형제들이 미리 도착해 있다. 찬양이 울려 퍼지고 있다. 오후 행사 때보다 더 적은 인원이 모여 있다. 70여명 정도 되는 듯하다. 오전에 행사를 하게 되니 희망하는 재소자들이 많지 않았는가 보다. 바울이 아빠가 눈에 뜨인다. 반갑다. 모범수로 있었고 집안에 장애인 아내가 있는데 이번에 아내의 수술 때문에 3개월 동안 간병을 해야 하는 처지였는데 법무부의 배려로 간호를 하고 돌아왔단다. 출소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단다. 성경을 필사한 노트를 담은 헝겊으로 만든 가방을 들고 온다. 설명을 해 주는데 가슴이 뭉클하다. 살인죄로 15년을 받은 청각장애인 재소자가 성경을 기록하여 합본을 해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 행사에 참석하는 재소자는 아니지만 기꺼이 합본을 해 주기로 했다. 감사의 글과 사진을 한 장 우편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그 사이에 백집사님이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행사장에 도착하고, 재소자로 구성된 악대의 연주는 계속되고 있다. 세상에서 음지에서 사용하던 악기를 다루는 달란트들이 교도소에서는 찬양을 연주하는 달란트로 변해 있는 멋진 분들이다. 다루지 못하는 악기가 없는 만석형제는 여전히 선한 표정으로 빙긋이 웃으며 인사를 한다. 재소자들에게 아름다운 찬양을 들려주며 은혜의 숲으로 인도하는 그를 보면서 어쩌면 저것이 사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양과 말씀과 기도가 뜨겁게 집회를 달구고 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던 미향님은 찬송도 잘 따라 부르신다. 그 마음에 성령님이 감동을 주셔서 나눔 사역에도 잘 동참을 하고 예수도 믿는 복된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석한 재소자가 30여명 정도 줄어드니 행사가 더 은혜로운 것 같다. 인원이 많으니 예배 시간에 잡담을 해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인원을 조금 줄여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롬 8:18 “생각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라는 본문으로 설교를 해 주시는 박목사님, 고난 중에 처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예배가 끝나고 다과를 나누는 시간이다. 백집사님 감사기도가 끝나자 송편과 과일과 음료로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행사가 30분 단축된 1시간 30분 안에 끝나야 하기에 예배와 다과 권면의 시간으로 모두 끝났듯 하다. 여전히 성경 필사를 강조하는 내 모습을 재소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주어진 밥그릇이 작다고 엎지 말고 감사하며 살아가자는 권면을 드리고 김지선 목사님께 마무리 기도를 부탁드린다. 신종플루로 인하여 교정사역이 여러 가지 난관에 처하기도 한다. 그래도 슬기롭게 풀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09. 10. 23.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