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편지

[스크랩] [나눔의 편지 620] 느낌이 이상했다.

자오나눔 2012. 9. 23. 09:14

지킴이는 우리 자오쉼터서 키우는 진돗개 잡종입니다.

녀석은 기운도 좋지만 영리하기도 합니다.

요즘 산에 먹을 것이 부족한지 고라니가 자주 내려옵니다.

음식물 찌꺼기를 밭에 구덩이를 파고 버립니다.

그것을 먹으려는지 자주 내려옵니다.

밤에 지킴이가 짖을 때는 영락없이 고라니가 내려왔을 때입니다.

며칠 전에 지킴이가 없어졌습니다.

땅에 박아 놓았던 스프링 쇠말뚝까지 뽑고 줄을 매달고 사라졌습니다.

장애인 삼촌들은 지킴이가 없어졌다고 난리입니다.

수컷이라 마실 다녀오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줄을 그대로 매달고 갔으니 고라니를 쫓다가

산속 어디에 걸려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속을 향해 불러 보았습니다.

대견하게 컹컹 짖습니다.

오전에 은식 형제와 인선삼촌과 함께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방향을 제시해 주며 가시를 헤치고 들어갑니다.

영락없습니다.

지킴이의 동선에는 고라니의 배설물이 있었습니다.

지킴이는 나무 등걸에 줄이 걸려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반갑게 컹컹 짖으며 꼬리를 칩니다.

녀석도 고생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점심때가 다 되어 지킴이는 해방 되었습니다.


지킴이의 역할은 고라니를 쫓는 것이 아니라

낮선 사람이나 낮선 상황을 만났을 때 짖어서 주인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자기 역할을 착각하여 올무에 걸리는 일이 어찌 지킴이만 해당되겠는지요.

먼저 나를 아는 것….

꼭 필요하겠지요.



[시 141:9]

나를 지키사 그들이 나를 잡으려고 놓은 올무와

악을 행하는 자들의 함정에서 벗어나게 하옵소서.

출처 : 자오쉼터
글쓴이 : 나눔(양미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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